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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녹야', 판빙빙·이주영이 함께 그린 파격과 몽환의 밤 [제28회 BIFF]

2023.10.07 오전 08:00
이색조합에 이색적 스토리다. 배우 이주영 씨와 중국 배우 판빙빙이 만나 서로를 구제하고, 연대하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흡인력 있게 그려냈다. 둘이 함께 그려낸 파격적이고 몽환적인 세계는 관객에게 짙은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영화 '녹야'다.

영화 '녹야(Green Night)'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돼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녹야'는 낯선 곳에서 쳇바퀴 같은 삶을 사는 '진샤'(판빙빙 분)가 자유로운 영혼의 '초록머리 여자'(이주영 분)를 만나 돌이킬 수 없는 밤으로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공항에서 보안검색요원으로 일하는 진샤가 검색대를 지나는 초록머리 여자를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멀리서도 한눈에 띄는 초록머리를 한 여자는 가슴골에 초록색 문신도 새기고 있다. 이 여자는 검색대에서 연속적으로 비상음이 나면서 출국을 저지당한다.

결국 출국을 포기하고 사라져 버린 초록머리 여자는 진샤의 퇴근길에 다시 나타난다. 그는 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해 놓고온 신발을 잃었다며 진샤에게 보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진샤는 결국 자신의 집 안으로 초록머리 여자를 들이고 자신의 신발을 내어준다.

초록머리 여자를 내보내려던 찰나, 진샤는 그의 가방에서 마약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는 신고를 하려고 하지만, 초록머리 여자는 자신을 도와주면 수고비를 주겠다고 제안한다. 폭력적인 남편에게서 벗어나고자 했던 진샤는 고민 끝에 제안을 받아들인다.

집에 들어온 남편이 진샤에게 또다시 성폭력을 행하자 초록머리 여자는 전선을 그의 목에 감아버린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초록머리 여자의 개입으로 예상치 못한 전개를 맞이하게 된 진샤는 당황하지만, 곧 초록머리 여자를 따라 현실에서 도피하기로 한다.

둘을 쫓는 자들이 누구인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영화는 오롯이 두 배우의 연기력에 기대 팽팽한 긴장감을 계속 가져간다. 둘의 연대가 깊어지고, 감정적으로 이끌리면서 베드신도 등장하는데 두 배우는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 난이도가 있는 신까지 무리 없이 소화해 냈다.

둘의 감정이 가까워지는 과정이 아주 친절하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왜 둘이 그토록 깊은 감정선을 갖게 됐는지 일부 관객이 의아함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 극에서 남성은 절대적인 가해자로, 여성은 피해자로 그려지는 지점도 우려스럽다.

그러나 연기력으로 손색없는 한중 두 배우의 캐릭터 변신과 앙상블은 관객에게 이색적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하며 배우들은 제 역할을 충분히 잘 해냈다. 서울 로케이션으로 제작돼 서울의 밤거리가 몽환적으로 펼쳐지는 장면들도 인상적이다.

특히 판빙빙의 연기 변신도 돋보인다. 과거 주로 맡아왔던 밝고 당찬 역할 대신 화장기 없는 핼쑥한 얼굴로 우울감이 짙게 깔린 얼굴을 소화했다. 중간중간 간단한 한국어 대사를 소화하고, 파격적인 감정신까지 도전하면서 배우로서 새로운 변신을 선보였다.

연출 한슈아이 감독. 배우 판빙빙, 이주영 출연. 러닝타임 92분. 올 하반기 국내 개봉 예정.

[사진제공 =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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