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크리처'(괴물)가 들어갔으니 크리처가 타이틀롤이다. 하지만 듬성듬성 등장하는 크리처는 매력도, 긴장감도 없다. 빈약한 서사 속에 주인공들의 연기도 어색하게 겉돈다. 허탈감만 남긴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다.
넷플릭스 새 시리즈 '경성크리처'(연출 정동윤)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오늘(22일) 오후 5시 파트1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경성크리처'는 넷플릭스가 올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홍보한 작품이다. 지난 3월 파트2를 공개한 '더 글로리'를 제외하면 올해 시리즈물로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던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부진을 털기 위해 '경성크리처'의 성공이 간절하다.
넷플릭스가 총력을 다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또다른 대목은 제작 방식과 규모다. 시즌1과 시즌2를 연이어 촬영했으며, 총 70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했다. 한 시즌을 다 공개하기도 전에 시즌2를 확정하고 촬영을 마쳤을 정도로 많은 자본을 투입했다.
'경성크리처'는 이색적인 소재의 복합장르물로도 관심을 모았다. 1945년 일제강점기 경성이라는 역사적 배경에 크리처라는 판타지 소재가 결합됐다. 경성 시대에 크리처를 접목한 작품은 '경성크리처'가 처음이기에 기대를 모으기 충분했다.
화려한 출연진과 제작진 라인업도 기대 포인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스토브리그' 정동윤 감독,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 강은경 작가가 협업한데다, 배우 박서준, 한소희 씨 등을 캐스팅해 공개 전부터 주목받았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기 때문인걸까. 지난 14일 언론을 대상으로 총 7개의 에피소드 중 6개의 에피소드 시사를 진행한 '경성크리처'는 빈약한 서사와 실소를 자아내는 엉성한 CG로 허탈감을 자아냈다.
'경성크리처'는 1945년, 광복 직전 경성의 모습을 비추며 시작한다. 유명 전당포 금옥당의 대주 장태상(박서준 분)은 어려운 시대에서도 자수성가한 인물. 하지만 그도 경무국에 잡혀가 이시카와 경무관의 애첩 명자를 찾아오라는 협박을 받는다.
같은 시기, 만주의 소문난 토두꾼(실종된 사람을 찾는 이) 윤채옥(한소희 분)은 부친 윤중원(조한철 분)과 함께 10년 전 사라진 어머니를 찾아 경성으로 넘어온다. 두 사람을 만난 장태상은 정보를 맞교환하는 거래를 맺는다.
아니나 다를까, 윤채옥은 명자의 마지막 행선지가 옹성병원임을 금방 파악하고, 이들은 수상함이 감지된 병원으로 향한다. 이 과정에서 장태상은 위장잠입을 위해 의상을 갈아입고 나타난 윤채옥에게 반하는 기시감 가득한 전개가 이어진다.
물론 한소희 씨가 우월한 비주얼로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맞으나, 그의 비주얼에만 기대기에는 서사가 아무래도 빈약하다. 이후에도 부족한 개연성 속에서 갑작스럽게 피어난 두 주인공의 로맨스는 러닝타임 내내 부조화를 이룬다.
빈약한 서사 안에서 매력을 상실한 주인공들의 연기도 겉돈다. 한소희 씨는 연기력의 한계를 제대로 보여주고 말았다. 웅얼거리는 말투 때문에 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박서준 씨는 러닝타임 내내 부산스럽고 작위적이다.
문제는 매력적으로 비쳐야 할 크리처까지 엉성하다는 것. 정동윤 감독은 "크리처가 품은 사연을 외형과 행동, 표정에서도 최대한 드러나게 하기 위해 VFX 팀과 함께 많이 노력했다"라고 밝혔지만, 그 형태나 움직임이 어색해 몰입도를 떨어트리며 그마저도 본격적인 활약이 늦게 시작돼 전개가 늘어진다.
같은 플랫폼에서 먼저 선보인 '스위트홈' 시리즈가 다채로운 크리처로 호평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아쉽고 단조롭게 느껴진다. 물론 차별점은 있다. 생체실험을 통해 조선인을 흉측한 괴물로 만들었기에 크리처에 한(恨)이 서려 있으며, 조선에 대한 일제의 탄압을 상징하는 생명체라 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그뿐이다. 시대극 배경에 크리처물을 결합시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려놓고, 스토리 전개까지 이어가진 못했다. 어딘가에서 본듯한 평면적인 전개는 진부하고, 이는 곧 지루함이 된다. 이 이야기를 시즌2까지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것인지 의문을 남길 정도다.
'경성크리처'의 파트1은 오늘(22일) 오후 5시, 파트2는 내년 1월 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연출 정동윤, 각본 강은경. 배우 박서준, 한소희, 수현, 김해숙, 조한철, 위하준 씨 등이 출연했다.
[사진출처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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