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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도파민의 시대, 200분의 ‘마법’은 통할까…카메론의 뚝심 ‘아바타: 불과 재'

2025.12.17 오전 08:00
'아바타: 불과 재'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임스 카메론이 또 한 번 판도라의 문을 열었다. 2022년 ‘아바타: 물의 길’을 통해 수중 세계의 경이로움을 선사하며 "영화는 체험"임을 증명했던 그가, 이번에는 뜨거운 불과 재의 세계로 관객을 초대한다.

전작 이후 3년, 비교적 짧은 기다림 끝에 찾아온 속편 ‘아바타: 불과 재’는 여전히 시각적으로 경이롭고 황홀하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스크린을 캔버스 삼아 다시 한번 마법을 부린다. 하지만 그 마법의 지속 시간이 200분에 달한다는 점은, 변화한 시대 속에서 관객에게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작들이 제국주의의 식민지 침탈과 환경 파괴, 인간의 탐욕에 대한 비판적 은유를 날카롭게 세웠다면, 이번 작품은 자연의 위대함 위에서 ‘믿음’이란 무엇인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번 작품의 화두는 단연 ‘믿음’이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인물들의 입과 행동을 빌려 끊임없이 믿음의 본질을 탐구한다. 이 믿음이라는 테마는 ‘가족’이라는 키워드와 맞물려 거대한 서사의 축을 담당한다. 외부의 강력한 위협에 의해 분열되고 해체되었던 가족과 공동체가, 서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다시금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은 관객에게 커다란 감동을 안긴다.


'아바타: 불과 재' 포스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주목할 만한 점은 서사의 중심축이 이동했다는 것이다. 전작이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 부부의 로맨스와 가족애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편은 그들의 네 자녀에게로 시선을 과감히 옮긴다. 사실상 주인공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고 느껴질 정도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판도라의 운명은 이 아이들의 손에 맡겨질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물론, 기술적 성취에 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화산과 용암, 흩날리는 재의 질감까지 완벽하게 구현해 낸 영상미는 스크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시각적인 황홀경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여전히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이 세계에도 균열은 존재한다. 가장 큰 아쉬움은 ‘반복’이다.


'아바타: 불과 재'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가족, 환경, 믿음이라는 대주제가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영화는 때때로 일종의 교훈적인 서사, 즉 설교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무엇보다 서사의 구조적 패턴이 식상함을 안긴다. 아이들이 적에게 납치됐다가 구해지고, 또다시 납치됐다가 구해지는 전개는 이미 ‘아바타: 물의 길’에서 충분히 학습한 패턴이다. 배경이 바다에서 화산으로 바뀌었을 뿐, 반복되는 위기와 탈출의 구조는 서사의 신선함을 반감시킨다.

변화한 시청 환경 역시 영화의 승패를 가를 중요한 변수다. ‘아바타’가 처음 세상에 나온 2009년과 ‘물의 길’의 2022년, 그리고 지금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다르다. 1분 남짓한 ‘숏츠’와 ‘릴스’의 도파민에 길들여진 관객들이, 과연 200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 동안 온전히 스크린에 집중할 수 있을까.

제임스 카메론은 여전히 이 시대 최고의 비주얼 스토리텔러다. 그러나 반복되는 패턴과 긴 호흡이 주는 피로감은 그가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이다. ‘아바타: 불과 재’는 그 경이로움과 피로감 사이에서, 관객들에게 극장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번 묻고 있다.

영화 ‘아바타: 불과 재’. 제임스 카메론 감독 연출. 조 샐다나, 샘 워싱턴, 시고니 위버, 스티븐 랭, 케이트 윈슬렛 등 출연.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97분. 12월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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