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휩쓴 한국의 문화 산업이 전례 없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외신의 분석이 나왔다. 영국 가디언지는 최근 보도를 통해 한국 영화 산업의 급격한 위축과 K-팝 시장의 균열을 조명하며, 한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가디언은 현재 한국 영화 산업을 “거의 붕괴된 상태(Almost collapsed)”라고 표현했다. 2019년 2억 2,600만 명에 달했던 극장 관객 수가 절반 가까이 급감한 것은 단순한 팬데믹의 여파를 넘어선 ‘구조적 쇠퇴’라는 분석이다.
제이슨 베셔베이스 한양대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한국 영화의 힘은 신인 감독들이 실험적인 시도를 할 수 있었던 중예산 영화에서 나왔지만, 지금은 그 토양이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제작비 상승과 투자 위축으로 인해 창작자들은 이제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영화 고유의 독창성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가디언은 영화의 극장 상영 후 OTT 공개까지 걸리는 ‘홀드백’ 기간이 단축된 점을 결정타로 꼽았다. 관객들이 “조금만 기다리면 TV로 볼 수 있다”고 인식하게 되면서 극장 산업이 고사 위기에 처했고, 이는 결국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합병 추진과 같은 유례없는 시장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무풍지대로 여겨졌던 K-팝 역시 경고등이 켜졌다. 가디언에 따르면 2024년 K-팝 실물 음반 판매량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19.5% 하락하며 꺾였다. 이는 팬덤의 구매력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더 큰 문제는 ‘음악적 정체성’의 상실이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서구권 취향에 맞춘 곡들을 양산하면서 K-팝 특유의 매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디언은 “전 세계 모두를 만족시키려다 보니, 결국 누구에게도 깊은 감동을 주지 못하는 균질화된 음악이 나오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가 장기적으로는 핵심 팬덤의 이탈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디언은 한류가 거둔 기록적인 수출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 열매가 한국의 창작 생태계로 선순환되지 않는 ‘성공의 역설’을 지목했다. 글로벌 OTT와 자본이 한국 콘텐츠를 ‘저비용 고효율’ 상품으로만 취급하면서, 한국은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기지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한류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수치상의 성장을 넘어, 무너진 제작 생태계를 복구하고 창의적인 실험을 허용하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가디언은 강조했다.
* YTN star에서는 연예인 및 연예계 종사자들과 관련된 제보를 받습니다.
ytnstar@ytn.co.kr로 언제든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