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 마이크를 잡고 질문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정형화된 답변이 쏟아질 것인가가 팽팽하게 맞서는 현장이 바로 기자간담회장이다. 포장된 답변이 난무하는 가요계 공식석상에서 에스파(aespa)의 리더 카리나는 거침없는 욕심과 털털함으로 취재진을 무장해제시켰다.
에스파는 지난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정규 2집 'LEMONADE'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현장은 가요계에 '쇠맛 신드롬'을 일으키며 대히트를 기록한 정규 1집 'Armageddon' 이후 선보이는 새 정규앨범인 만큼 취재진의 날카로운 질문들이 이어졌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이전보다 한층 더 난해해진 에스파의 세계관 제3장, '컴플렉시티(COMPLaeXITY)'와 '크랙(균열)'에 대한 질문이었다. SM 컬처 유니버스(SMCU)의 복잡한 타임라인에 모두 이해하기를 포기할 때쯤 카리나가 명쾌한 일타강사로 나섰다.
그는 "'포스(P.O.S)'로 인해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시즌 1 세계관이 있었다면, 시즌 2에서는 '다중우주'로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혔다. 그리고 이번엔 '컴플렉시티'라 해서 현실 세계에 균열(크랙)이 생기는 서사"라고 말했다.
이어 카리나는 "평행세계가 깨지면 안 되는데 포스로 깨버려서 균열이 생긴 상황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당황하고 패닉에 빠지겠지만, 우리는 이미 광야에서 '블랙 맘바'도 잡았고, 가상 세계의 아이(ae) 멤버들과 컨택도 해본 경험이 있지 않나. 우리한테 이깟 균열쯤은 사실 별거 아닌 일인 거다"라고 쿨하게 덧붙여 장내를 폭소케 했다. 그룹의 고유 정체성인 세계관을 능청스럽게 활용해 현장 분위기를 단숨에 풀어버린 한 방이었다.
이러한 카리나의 화법은 앨범 성과에 대한 질문에서도 빛을 발했다. 정규 1집의 메가 히트에 대한 부담을 묻는 질문에 그는 "진짜 솔직한 마음으로는, 전작만큼 잘되면 너무 좋겠다. 솔직하게 말씀드려야 하지 않나요"라며 머쓱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그는 "궁극적인 목표는 이번 타이틀곡 메시지처럼 많은 분이 에너지를 얻는 것"이라며 "인생에서 닥치는 시련과 고통을 '레몬'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맛있는 레모네이드로 시원하게 갈아 마셔버리자는 슬로건이다. 저희 노래를 들으며 많은 분이 시련을 훌훌 털어버리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이며, 곡 설명을 끝마쳤다.
이날 카리나는 간담회 내내 7년차 걸그룹다운 내공을 보여주면서도, 7년차 걸그룹답지 않은 호탕함으로 현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무거운 세계관 해설도 명쾌하게, 상업적 성적표에 대한 욕심도 모두 드러낸 그의 매력이 신곡 'LEMONADE'와 어떤 시너지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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