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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섭이 냄비 모델? 20년 넘게 초상권 무단사용…법원 "1억원 배상"

2026.09.17 오전 10:32
배우 백일섭 ⓒ연합뉴스
배우 백일섭 씨의 사진을 20여 년간 자사 제품 홍보에 무단으로 사용해 온 주방용품 업체가 백 씨에게 1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 민사 5단독 문현정 판사는 백 씨가 주방 기물 제조·판매업체 A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부산에 위치한 A사는 1990년대 중반부터 자사가 제조·판매하는 냄비 등 주방용품에 백 씨의 사진이 인쇄된 스티커를 부착해 판매해 왔다. 회사 홈페이지와 온라인 쇼핑몰 제품 설명에도 백 씨의 사진이 그대로 노출됐으며, 이로 인해 몇몇 인터넷 쇼핑 플랫폼에서는 해당 제품들이 '백일섭 냄비', '백일섭 프라이팬' 등 백 씨를 연상시키는 명칭으로 유통되기도 했다.

백 씨 측은 사진 무단 도용 사실을 파악하고 2019년 9월 A사에 내용증명을 보내 사용 중단을 요구하며 민·형사상 대응을 예고했다. 그러나 A사는 올해 2월 폐업할 때까지 백 씨가 마치 회사의 전속 광고모델인 것처럼 사진을 계속 사용해 영업했고, 이 사건의 변론이 종결될 때까지도 홈페이지 등에 사진을 남겨뒀다.

이에 백 씨는 "동의 없이 사진을 사용한 것은 퍼블리시티권과 초상권·성명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재산상 손해 1억 2443만 원과 위자료 3000만 원 등 총 1억 5443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퍼블리시티권은 사람의 이름·초상·목소리 등의 경제적 가치를 허락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권리를 의미한다.

재판 과정에서 A사 측은 "1990년 원고와 구두로 기한의 정함이 없는 모델 계약을 맺었고, 2010년경 1000만 원의 모델료를 지급했다"며 "2019년 백 씨 측 매니지먼트사 대표와 만났을 때도 사진 사용 중단 등을 요구하지 않아 불법 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 판사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광고모델 계약이 체결됐거나 피고가 원고 측에 광고료를 지급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2019년 원고가 정식으로 항의한 점을 고려하면 사진 사용을 묵시적으로 승인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비록 백 씨가 주장한 퍼블리시티권을 독립된 재산권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으나, 초상권을 침해한 불법행위 책임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 등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이 함부로 공표되거나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며 "피고가 원고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사진을 제품 홍보에 활용한 것은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백일섭 씨가 정상적으로 초상 사용 계약을 체결했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대가 등을 고려해 재산상 손해를 8000만 원으로 산정하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2000만 원을 더해 총 1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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