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 먹는 소리, 빨대 소리마저 신경 쓰이는 곳이 바로 영화관이다. 그런 영화관에서 합법적으로 환호성을 지르고 발을 구른다니, 흥 나는 합법적 '관크'(관객 크리티컬)가 돼보기 위해 싱어롱(관객이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는 관)을 예매했다.
사실 싱어롱 상영을 하는지 몰랐던 개봉 일주일 째인 지난 11월 6일, 나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첫 관람 했다. 애초에 싱어롱은 이벤트 형식으로 6일부터 9일까지 총 4일간 하루에 한 타임 정도만 열렸던 특별관이었다.
싱어롱이라는 존재를 알았을 땐, 이미 모든 관이 매진이었다. 또 첫 관람이니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는 영화 감상이 먼저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퀸의 팬이라기보다는 몇몇 노래만 아는 정도라 일반 상영관에서의 관람을 택했다. 하지만 첫 관람 내내 내적 발 구름을 쏟아내던 나는 잘못된 선택에 대한 후회와 함께 싱어롱을 기사 아이템으로 발제했다.
다들 내적 박수와 발 구름을 참지 못했는지, 싱어롱은 예매부터 쉽지 않았다. 게다가 주말, 주요 극장의 싱어롱 관을 예매하려니 경쟁률이 엄청났다. 잠깐 한눈판 사이에 첫째, 둘째 줄 좌석밖에 남지 않아 그중 가장 나아 보이는 좌석을 겨우 예매해 영화관을 찾았다.
분명 SNS에서 본 싱어롱 후기에서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배급사인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로고 등장부터 환호성이 나온다고 들었지만, 일반 상영관과 다를 거 없이 잔잔한 분위기 속에 영화가 시작했다. 총 170좌석이었던 관이 모두 매진이 된 상태였지만, 영화 초반 음악을 큰소리로 열창하는 사람은 2~3명뿐이었다. 생각보다 조용한 분위기에 나조차도 ‘자막으로 가사가 나오면 노래하면 되는 건가?’, ‘손뼉쳐도 되나?’ 등의 생각을 하며 약간의 눈치를 살폈다.
'쿵쿵 짝 쿵쿵 짝'
그런데 이 노래가 나오자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바로 퀸의 'We Will Rock You'. ‘쿵쿵 짝 쿵쿵 짝’ 소리가 영화관에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마치 화면 속 공연 관객이 된 마냥 일제히 발을 구르고 손뼉을 쳤다. 서로 눈치를 보고 부끄러워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영화 속 프레디가 '불러!'(Sing It)라고 말하자 모두 ‘We will, we will rock you’를 외쳤다.
'에오~!'
하지만 싱어롱의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영화 후반부 약 20분간 펼쳐진 '라이브 에이드'(Live Aid) 공연이었다. 1985년 7월 13일 개최된 라이브 에이드는 난민의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열린 공연이다. 당시 이 공연은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실시간 위성 중계 텔레비전 방송으로, 약 15억 명의 시청자가 100여 개의 국가에서 실황 중계를 시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공연 다음 날 ‘세계는 한 가족’이라는 제목으로 녹화 방영됐지만, 싱어롱에서 만큼은 녹화가 아닌 라이브로 화면 속 퀸을 만난 기분이었다. 싱어롱 관람 중 가장 전율이 흘렀던 시간도 바로 이 시간이었다. 프레디가 '에오~!'라고 하자 화면 속 관객 그리고 영화관에 있는 관객 모두가 "에오~!"를 외쳤고, 마지막 '좋았어'(all right)라는 대사까지 함께 호흡했다.
영화의 끝은 싱어롱의 시작이기도 했다. 영화 이후에 퀸과 프레디에 대한 실제 이야기가 나오며 'Don’t Stop Me Now'가 흘러나왔고, 관객들은 떼창과 함께 손뼉을 치며 보헤미안 랩소디의 끝을 아쉬워했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진짜 마지막인 엔딩크레딧 부분에서는 싱어롱 자막도 없이 'The Show Must Go On'이 흘러나왔지만, 모두 자리를 뜨지 않고 끝까지 노래를 따라 부르며 싱어롱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그렇게 영화가 끝나고, 수줍게 노래를 하다 막바지에 흥에 겨워하던 옆자리 관객분의 싱어롱 소감이 궁금해 짧은 인터뷰를 요청했다.
Q. 싱어롱 관람을 선택한 이유?
A. 일반 상영관에서 한번 관람 후 중간중간 같이 호응하고 즐기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싱어롱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런 아쉬웠던 점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 같아 재관람 했다.
Q. 싱어롱의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말해 준다면?
A. 일단 신남을 참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같이 노래하고 손뼉 칠 수 있는 것이 그렇게 시원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상영 전 간단한 설명이 있었다면 모든 관객이 관람 방법을 이해하고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Q. 싱어롱 관람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A. 재관람으로 싱어롱 관람을 했는데, 퀸의 노래들이나 이야기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계신 분이라면 첫 관람으로 싱어롱을 선택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흥이 많으신 분이라면 굳이 일반 상영관에서 내적 노래, 내적 박수 하면서 참지 말고 싱어롱으로 곧장 가시는 걸 추천한다.
나의 싱어롱 관람은 지극히 평범했지만, ‘다른 싱어롱 관에서는 어떤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CGV 홍보팀 김대희 부장에게 직접 물었다.
Q.특별한 싱어롱 에피소드가 있다면?
A.싱어롱 첫날(11월 6일 19시 10분 CGV 용산아이파크몰) 직접 관람을 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 부분에서 한 관객이 ‘빨리 앞으로 나오세요’라고 말하며 흥에 겨워 춤을 유도하더라. 이 관객분의 흥에 관객 몇 분은 상영관 앞으로 나가 춤을 추기도 했다. 일부 관객들의 춤이 시작되자 환호성이 더 커지기도 해 색다른 광경이었다.
Q. 싱어롱 관람을 앞둔 관객들에게 팁을 준다면?
A.수줍은 자세보다는 적극적으로 노래를 부르겠다는 마음가짐과 퀸의 명곡을 미리 듣고 오면 더 즐겁게 콘서트처럼 즐길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나름 합법적 관크가 될 수 있는 싱어롱 관람은 정말 색다르고 좋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분명 아쉬운 점도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나 자신에게 아쉬웠다고 할 수 있다. 앞서 CGV 관계자 분이 주신 팁처럼 적극적으로 싱어롱에 임하지 못했다.
싱어롱에 다녀오신 분들 중 ‘내가 생각했던 분위기가 아니었다’라고 생각한 분들이 있을 거다. 그렇다. 싱어롱은 관객에 따라 분위기가 좌우된다. 싱어롱이 마치 실제 공연처럼 신났다는 후기를 봤다고 해도, 내가 관람할 싱어롱이 그런 분위기라고 장담할 수 없다.
만약 200% 신나는 싱어롱 분위기를 원한다면, 나부터 적극적 관람 자세로 응하는 게 가장 첫 번째인 것 같다.
다음 싱어롱 관람이 있다면, 그땐 합법적 관크가 아닌 적극적 관종(관심 종자) 모드다!
YTN PLUS 이은비 기자
(eunbi@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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