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에 안은 국화 한 다발을 내려놓고 가만히 응시하는 아버지의 두 눈에 딸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합니다.
31년 전,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 희생된 초등학교 2학년 김 모 양의 치마와 책가방이 발견됐던 자리.
이제는 공원으로 변한 그곳에 유가족이 다시 찾아 김 양의 넋을 위로했습니다.
[김용복 / 김 모 양 아버지 : 어릴 때 죽어서 뭐 해준 것도 없고…. 좋은 데 가서 잘 살아,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딸이 실종된 줄로만 알고 30년 동안 애타게 생사를 수소문했던 가족들.
지난해 연쇄살인범 이춘재가 김 양을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고 자백하면서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자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당시 경찰이 김 양의 유골 일부를 발견하고도 단순 실종 사건으로 처리하기 위해 은폐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 가족은 또 한 번 무너져내렸습니다.
[김용복 / 김 모 양 아버지 : (당시 수사관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왜 그 사실을 감춰서 뼈 한 줌도 못 찾게 만들어….]
딸의 유골조차 수습하지 못한 아버지는 이춘재보다 경찰이 더 나쁘다고 울분을 토해냅니다.
[김용복 / 김 모 양 아버지 : 죽인 놈도 죽였지만 은폐한 놈이 더한 것 같아요. 한 번 만나보고 싶어요. 왜 그랬는지 이유라도 알고….]
유가족은 당시 수사담당자를 고발했지만, 공소시효가 끝나 처벌할 수 없는 상황.
대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이정도 / 유가족 변호사 : (가해자는) 버젓이 살아있는데 아마 천수를 누릴 것인데 현재 피해자는 시신조차 찾을 수 없게 됐고 그런 부분이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고….]
31년 만의 위령제를 마련한 경기남부경찰청은 희생된 초등생과 유가족에 거듭 사죄드린다면서 피해자 보호전담 직원이 앞으로도 유가족 상담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취재기자 : 손효정
촬영기자 : 정태우
자막뉴스 : 손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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