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일본 후쿠시마현과 미야기현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한 뒤 현지 온라인상에서는 가짜 뉴스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14일 일본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이번 지진이 발생한 직후부터 일본 트위터에서는 "'조선인'이나 '흑인'이 우물에 독을 넣고 있다"는 내용이 퍼졌다.
이는 지난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퍼졌던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와 같은 유언비어를 흉내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마이니치는 해석했다. 실제 관동대지진 당시 이 유언비어를 믿은 일부 일본인들에 의해 조선인 수천 명이 학살된 것으로 전해진다.
마이니치는 "후쿠시마 지진을 두고 또다시 차별적인 발언과 루머, 불확실한 정보가 트위터나 유튜브에 난무하고 있다.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이런 소문이 퍼지자 일본 누리꾼 사이에서도 "루머를 퍼뜨리고 가볍게 다루는 일본인을 보면 과거사를 반성하는 교육에 완전히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다수가 살해당한 역사에 대해 농담하고 있다", "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는 루머가 넘치는 일본이 괜찮은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와 같은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번 지진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일으킨 '인공 지진'이라는 거짓 소문도 퍼졌다. 한때 일본 트위터에서는 '인공 지진'이 실시간 트렌드 단어에 오르기도 했다. 매체는 "지하 핵실험 등으로 지진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이번과 같은 대규모 지진을 인공적으로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가짜 뉴스와 루머가 퍼지기 쉬운 이유는 많은 이들이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마이니치는 설명했다.
지난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외국인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유언비어가 퍼졌다. 이후 도호쿠 대학 연구진이 동일본 대지진 재해 지역인 미야기현 센다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80% 이상이 "그 소문을 믿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7월 서일본 호우 당시엔 '중국인, 한국인, 재일조선인들이 도둑질한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때는 "동물원에서 사자가 도망쳤다"는 거짓 정보를 트위터에 올린 한 남성이 업무 방해로 체포된 바 있다.
일본 저널리스트 츠다 다이스케는 "불확실한 정보는 즉시 퍼뜨리지 말고 언론이 확인 뒤 보도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며 "선동적인 정보는 구체적인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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