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한창이던 7월 초 서울 은평소방서에 수박 두 통이 도착했습니다.
서울소방재난본부가 직원들을 격려하며 보낸 과일이었는데, 선물을 처음 받은 행정팀 직원들이 한 통을 먼저 먹었습니다.
문제는 다음입니다.
보고도 없이 수박을 먹었다며 소방서장이 직원들을 불러모은 겁니다.
A 소방서장은 이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나에게 온 수박을 왜 먹었느냐' '너희는 수박을 절도했다'라는 식으로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직원들을 서장실로 불러모은 뒤 "다시는 수박을 먹지 않겠다"는 취지의 구호도 외치게 했습니다.
'수박 갑질'을 주도한 A 서장은 직원의 내부 신고로 지난달 14일 직위해제를 당했습니다.
서울소방재난본부도 당시 녹취 파일을 확보해 감찰에 착수했습니다.
A 서장은 직원들과 의견 차이가 있었던 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A 소방서장 : 직원들 한 이야기를 가지고 여기서 다투는 게 보기는 안 좋고 그러네요. 생각이 좀 다를 수는 있겠죠.]
그러나 A 서장의 갑질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YTN 취재 결과 A 서장은 눈 밖에 난 직원을 공공연하게 투명인간 취급했고, 일부 대원의 휴가도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방본부 징계위원회도 A 서장의 직장 내 괴롭힘 사례를 추가로 확인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김주형 / 공무원노조 소방본부장 : 경직된 문화에서 일어나는 이런 직장 내 괴롭힘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조직 문화는 (소방) 지휘 체계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고요.]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조만간 A 서장을 불러 징계위원회를 연 뒤 징계 수위를 정할 예정입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서울의 다른 소방서장이 주말마다 관용차를 몰고 취미 생활인 국궁을 즐기러 갔다가 적발돼 소방 간부들의 도덕적 해이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화마와 구급 상황에 맞서 생명을 지키는 일선 소방대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라도 소방 간부의 이런 갑질은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YTN 강민경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