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최북단 철원평야.
매서운 추위로 알려진 이곳엔 겨울만 되면 진객이 찾아옵니다.
천연기념물이자 세계적인 멸종 위기종, 두루미와 재두루미입니다.
매년 수천 마리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보냅니다.
조만간 시베리아 번식지로 날아갈 두루미.
낱알을 쪼며 체력을 모읍니다.
확 트인 철원평야지만, 사람들은 잘 생각하지 못하는 두루미 천적이 있습니다. 바로 전깃줄입니다.
지난 5년간 수십 마리 두루미 사고사의 90%가 전깃줄 충돌 때문입니다.
대형 조류인 두루미는 날개를 펴면 2m가 넘습니다.
무게는 10kg에 달합니다.
덩치가 커서 날아오르거나 내릴 때 전깃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수호 / 한국조류보호협회 사무국장 : 전선은 까매서 낮에도 잘 보여요. 굵고. 근데 그 위에 가공지선이라고 있어요. 와이어선. 그게 잘 안 보여요. (전선에) 걸린 상태에서 못 빠져나와요. 그러면 그 충격에 떨어져요. 다리가 부러지는 경우도 있고.]
10년 전쯤 일부 전깃줄에 두루미 충돌 방지 플라스틱 표식을 달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아예 전봇대를 뽑는 것도 고민했습니다.
전남 순천만 지역이 선행 모델이었습니다.
순천만 지역은 최근 몇 년 새 흑두루미 월동 개체 수가 급증했습니다.
습지 주변 전봇대 280여 개를 제거한 이후입니다.
하지만 철원 평야는 너무 넓습니다.
주민이 농사짓고 사는 사유지가 대부분입니다.
양계단지나 태양광 시설 설치 계획도 많습니다.
군부대가 다수 자리 잡은 최전방이라, 땅속에 전선을 묻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계옥 / 철원군청 두루미 환경팀장 : 비닐하우스라든지 (주민)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어서 또 워낙 넓은 지역이라 전체를 지중화한다는 건 무리가 있고요.]
대형 철새 생존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전깃줄.
전깃줄에 매다는 위험 표식을 더 키우고, 더 늘리자는 서명운동이 환경 단체와 지역 주민 주도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YTN 지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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