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국빈방문,
이번이 9번째였는데요.
하지만 전에 없던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이유.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진흙탕에 빠지고
전쟁범죄 혐의로 푸틴에 체포 영장까지
발부될 정도로 국제적 고립이 심해지는 상황,
가장 필요한 타이밍에서의 방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였을까요. 극진한 환대가 뒤따랐는데요.
도로 곳곳에는 시진핑 방문을
환영하는 입간판이,
또 만찬 메뉴는 철갑상어 수프에 사슴고기.
여기에 중국어가 포함된 건배사까지.
저자세의 푸틴, 시진핑이 더 보스 같다는
서방언론의 보도가 나온 이유기도 합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 러시아 대통령]
우리의 위대한 친구 시진핑 주석의 건강과
러·중 동반자 관계의 심화를 위하여.
건베이!(건배)
'반미'라는 공통 목표 아래 뭉친 두 나라.
반면 방문 전부터 군불을 땠던
중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자 역할,
새로운 내용은 없었습니다.
이번 밀착을 미국이 평가절하한 이유입니다.
존 커비 /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
"(푸틴과 시진핑은) 애정이라기보다는
정략결혼 관계로 봅니다."
회담에 앞서 미리 기다리고
끝나고는 차량 배웅까지.
푸틴, 일련의 상황이 더 눈길을 끌었던 이유.
2014년 독일 메르켈 4시간 15분,
2018년 일본 아베 2시간 30분.
기존 '지각대장' 면모와 180도 달랐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각을 회담의 주도권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더 빈축을 샀는데요.
푸틴 못지않은 스트롱맨,
트럼프의 경우 지각에는 지각으로
맞불 놓으면서 회담이 70분이나
지연되기도 했을 정도였습니다.
달라진 푸틴, 그리고 이에 대한 시진핑의 화답.
"러시아와 함께 세계질서 수호하겠다"
"내년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 승리 믿는다"고
공개적으로 힘을 실었습니다.
시진핑 / 중국 국가주석
양국 관계 미래 발전을 위한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로 결정했습니다.
러시아의 자원과 중국의 공산품으로 대표되는
경제적 협력, 그리고 밀착의 또 다른 이유.
바로 지정학적 측면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와
육상 국경 맞댄 국가, 바로 중국입니다.
그중에는 인구 1위 인도도.
또 미국과 중국을 모두
물리친 경험 있는 베트남도 포함돼 있는데요.
바다 건너 이웃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과 공조 속 사실상 재무장의 길로 가는 일본.
어쨌든 미국이라는 뒷배 있는 대만.
여기에 체급은 좀 다르지만
분단국가 특성상
강한 군사력 보유한 대한민국까지.
쉽게 볼 상대들이 아니란 거죠.
만약 여기에 러시아까지 돌아선다면?
중국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상상하기 싫은
상황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여기서 소환되는
불과 반세기 전의 기억.
바로 중-소 분쟁의 역사입니다.
20세기 중반
공산권 종주국 소련,
그리고 다른 위성국과는
체급이 달랐던 공산주의 중국.
결국 1969년 영토 문제로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진지하게 핵전쟁 우려가 나올 정도였죠.
그리고 이 상황에서
소련 견제 위해 중국이 접근한 건,
다름 아닌 미국이었습니다.
이른바 '죽의 장막'을
무너뜨린 미·중 핑퐁외교.
여기에 공산 중국의 UN 가입과
상임이사국 진출.
이에 반발해 쓸쓸히 UN을 떠난
대만의 뒷모습까지.
세계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장면들이었죠.
이후에도 앙골라와 나이지리아, 아프가니스탄까지.
소련이 좌익단체 지원하면 중국은 우익단체를,
소련이 정부군 지원하면
중국은 반군을 지원하는.
세계 곳곳에서의 대리전이
소련 붕괴 직전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랬던 중-러 관계, 다시 뭉칠 계기를
만든 것 역시 미국이었습니다.
개혁개방을 시작으로 잠에서 깨어난 중국.
그리고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WTO 가입.
협상 과정을 주도한 클린턴 미 대통령.
여당인 민주당 반대까지
설득해가며 통과시켰는데요.
WTO 가입을 통해 중국이 부강해지면
정치·경제적 자유의
길을 따를 거라는 표면적 이유.
여기에 자국산에 대한
보조금 금지하는 WTO.
중국의 개방으로
미국 제품의 진출 기회가
될 거라는 장밋빛 전망이었죠.
냉전이 끝나고 낙관주의가 지배하던
당시의 이 같은 판단,
결과적으로 오판이었습니다.
저렴한 노동력 앞세워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
미국과 함께 G2로 부상한
결정적 계기가 된 겁니다.
그리고 미국의
또 하나의 판단 미스.
중국에 대한 견제수단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에까지 강경 일변도
정책을 편 건데요.
옐친 시절 친서방
행보까지 보였던 러시아.
급속히 친중, 반미 노선을 걷고 맙니다.
실제 2008년과 2014년
통계를 비교해 보면
러시아인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
23%에서 51%로
두 배 이상 올랐습니다.
반면 미국을 적성국으로
인식하는 비율 역시
25%에서 73%로 늘었죠.
물론 중국과 러시아,
여전히 이익에 따라 움직일 뿐
'혈맹'이라 보기는 어렵단
관측도 지배적인데요.
유럽시장에서의
중국의 입지가 대표적입니다.
중부, 동부 유럽 17개국과 중국 사이
경제 협력을 골자로 한 17+1 협력체.
서유럽보다 파고들 틈이 있는
중부와 동부 유럽에
교두보 확보하려는 중국.
그리고 '차이나 머니' 기대한 참여국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중국의 태도는
이 협력체에 독으로 작용했습니다.
전쟁 전후로 리투아니아,
그리고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까지.
러시아 턱밑에 자리한
발트 3국이 차례로 탈퇴를 결정한 겁니다.
기대와 달랐던 투자 속도,
여기에 러시아발 안보 불안과 중러 밀착.
그리고 점점 부담되는
중국의 강경 외교 정책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그래서 최근 중국이 내세우고 있는 전략,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자론.
하지만 이번 푸틴과의 만남에서
진척된 건 전혀 없었습니다.
"대화가 최선의 길이고,
중국의 적극적 역할 환영한다"
원론적 수준의
미사여구가 반복됐을 뿐이었는데요.
국제사회에서 원했던
러시아 병력 철수 관련
논의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중재자'라는 포장 뜯어봤더니
사실 러시아 편이었다는
빈축을 사기도 했는데요.
존 커비 /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
(지금 바로 휴전할 경우)
러시아 점령지역이 굳어지고
푸틴에게 재정비할
시간과 공간을 주게 됩니다.
전쟁 종료 해법으로
1991년 영토로 돌아가자는,
크림반도와 동부 러시아 점령지
반환 원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반면 최소한 현상 유지
원하는 러시아.
'각국의 주권을 존중하라'는 중국의 입장,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24년째 집권 중인 푸틴,
그리고 집권 3기 첫발을 이제 막 뗀 시진핑.
두 사람이 밀월을 과시한 순간,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한 건
일본의 기시다 총리였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 일본 총리
"일본이 우크라이나 에너지 분야에
무상으로 4억7천만 달러를 지원하고…."
서방 대 중국-러시아, 국제사회의 대립 구도가
더 선명해진다는 분석이 나온 이유인데요.
복잡해져만 가는 셈법, 우리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번 회담에서도 '북한의 정당한 우려'라는
표현을 쓰면서 미국발 '제재열차'에
탈 생각 없음을 재차 강조한 중국과 러시아.
나토와 아시아-태평양 국가와의
군사 분야 관계 강화에 우려를 표한다며
압박 한스푼을 더하고 있는데요.
장기집권 중인 두 지도자의 밀월 관계,
그 마침표는 어디일지 세계는 물론
대한민국 역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한방이슈 박광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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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박광렬(parkkr0824@ytn.co.kr)
촬영 : 안용준(dragonjun@ytn.co.kr)
손민성(smis93@ytn.co.kr)
편집 : 손민성(smis93@ytn.co.kr)
그래픽 : 김현수(kimhs436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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