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서울 압구정에서 20대 여성을 차로 무참히 들이받은 '롤스로이스남' 신 모 씨.
사고 직전은 물론 이전부터 '디아제팜' 등 다량의 마약류를 투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신 모 씨 / 위험운전 치상 혐의 피고인(지난 8월) : (사고 당시 기억 안 난다고 하셨는데, 약물 과다 투약하신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사죄드립니다. (병원 여러 군데 돌아다니면서 약물 쇼핑하셨을까요?)]
간질 등에 처방되는 신경 안정제의 일종인 디아제팜은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되는데, 강한 중독성이 특징입니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해야 할 이런 마약류 의약품을 일부 의료진은 자신 이름으로, 그것도 권장 복용량을 훨씬 넘겨 '셀프 처방'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실제로 한 치과 의사는 지난 2년 동안 매년 1,200개 넘게 디아제팜을 스스로 처방받았습니다.
하루 2~4번씩, 한 달 기한으로만 복용하라는 '권장 복용량'의 10배를 훌쩍 넘어선 겁니다.
식약처는 처방량이 과다하다고 보고 경찰에 고발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빙산의 일각일 뿐, 지난해 의사들이 셀프 처방받은 디아제팜 7만 5천여 개가 제대로 사용됐는지 명확히 확인할 방법은 현재로선 수사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다른 마약류 관리에도 경고등이 켜지긴 마찬가지입니다.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코돈과 알프라졸람 등을 한 병원에서 많게는 한 해 15만 개 넘게 셀프처방해 권장량을 10배 넘게 초과했다가, 식약처에 덜미가 잡히기도 했습니다.
과연 이 약물들이 언제, 어떻게 사용된 건지 의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전경수 / 한국마약범죄학회장 : 유사한 약물을 불법 판매자들이 그런 사람들한테 접근을 해서 팔아요. 재투여하지 않으면 못 견디거든요. 그게 루트입니다, 루트.]
의료진의 '마약류 셀프 처방' 의혹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해마다 셀프 처방 규모는 늘고 있습니다.
디아제팜과 알프라졸람의 경우 처방량과 건수 모두 꾸준히 늘었고, 옥시코돈의 경우 3년 사이 30배나 증가했습니다.
예방을 위한 적절한 제어 장치 없이 사후 적발로만 확인하다 보니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정애 /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 : 단속도 조금 느슨한 편이고요. 단속되었다고 하더라도 처벌도 강하지가 않아서 의료 행위자가 부적절한 방식으로 처방하는 것에 대해서 제재를 강화하는 법안도 나와 있고….]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한편에선 '합법적인 처방'을 방패 삼아 마약류가 오남용 되는 건 아닌지, 철저한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YTN 박기완 입니다.
촬영기자ㅣ이상은 박재상
영상편집ㅣ한수민
그래픽ㅣ우희석
자막뉴스ㅣ이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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