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한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테이크아웃 커피잔에 새겨진 그림 하나 때문에 정부로부터 폐쇄 조치를 당했습니다. 해당 그림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를 조롱했다는 의혹이 제기돼서입니다.
29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미 뉴욕포스트 등은 이란 당국이 최근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라미즈 카페’에 대해 폐쇄 명령을 내렸다고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라미즈 카페는 테헤란에만 수십 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커피 체인점으로, ‘이란의 스타벅스’라고도 불립니다. 다만 현지 언론은 폐쇄 대상 매장이 이란 전역이 아닌 테헤란 소재 매장이라고 전했습니다.
카페가 강제로 문을 닫게 된 건 카페 측이 최근 공개한 테이크아웃 커피잔에 새겨진 그림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카페 측은 최근 이란과 중앙아시아 등의 새해맞이 축제인 ‘나우르즈’를 기념한 테이크아웃 잔과 포장 상자, 에코백 등의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문제가 된 커피잔 디자인은 붉고 검게 그을린 듯한 의자 위에 색색깔의 물방울이 쏟아지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었습니다. 컵의 뒷면에는 ‘봄이 온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해당 그림은 1975년 이란의 한 예술가가 그린 것으로, 그해 테헤란에서 열린 국제 어린이 청소년 영화제에서 소개된 작품이라고 뉴욕포스트는 설명했습니다.
이란 당국은 보라색 의자가 하메네이의 집무실에 있는 의자를, 쏟아지는 빗방울은 하메네이의 집무실에 투하된 폭탄을 상징한 것이라고 의심했다고 AFP는 설명했습니다.
이에 라미즈 카페 측은 공식 SNS를 통해 “컵의 디자인은 최종 승인부터 제작까지 수개월에 걸쳐 진행됐다”면서, 불과 한달 전 발생한 하메네이의 사망 이전에 이미 각 매장으로 배송이 완료됐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카페 측은 당국의 강경한 폐쇄 조처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라미즈 카페의 SNS에는 매장 폐쇄와 관련된 어떠한 게시물도 찾아볼 수 없으며, 공식 홈페이지도 접속이 불가한 상태입니다.
AFP통신은 해당 카페가 2022년 ‘히잡 혁명’ 등 반정부 시위 때마다 시민들이 집결하고 소통하는 장소로 이용돼왔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법으로 음주가 금지된 이란에서 카페는 젊은층이 문화를 향유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는데, 특히 라미즈 카페는 특유의 ‘힙’한 분위기로 테헤란에서만 매장을 40여개까지 늘리며 확장하고 있습니다.
도덕경찰의 히잡 착용 단속에 반발해 일어난 ‘히잡 시위’ 때는 해당 카페 안에서 여성들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아 당국의 표적이 됐으며, 올해 초 촉발된 신정체제 반대 시위에서도 해당 카페가 시민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고 AFP통신은 설명했습니다.
오디오ㅣAI앵커
제작ㅣ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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