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자녀와 롯데월드를 찾았다가 매직패스 이용자들로 인해 불쾌감을 느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 시간 가까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매직패스 구매자들이 앞을 가로질러 들어가고, 아이가 "왜 저 사람들은 새치기해요?"라고 묻더라는 것입니다. 글쓴이는 마지막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님이 서민들이 박탈감을 느끼게 만드는 매직패스 같은 시스템을 막아주셨으면 합니다."
이 글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돈으로 새치기할 권리를 파는 것 아니냐"는 공감이 있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제될 게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에버랜드의 큐패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익스프레스 패스, 디즈니의 라이트닝 레인까지 언급되며 논쟁은 넓어졌습니다.
놀이공원 줄은 원래 평등했다
2012년,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What Money Can't Buy)》에서 놀이공원 우선 탑승권을 주요 사례로 다뤘습니다. 샌델 교수는 이렇게 썼습니다. "놀이공원 줄은 한때 위대한 평등의 장치였다. 부유한 가족이든 평범한 가족이든, 모두가 민주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그 시절은 이미 지나가고 있다고.
샌델이 그 책을 쓴 시점은 10년도 더 전입니다. 그 사이 세상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일찍이 정규 입장권의 두 배 가격에 줄 건너뛰기 패스를 도입했습니다. 디즈니는 2021년 10월, 수십 년간 무료로 운영하던 패스트패스 제도를 폐지하고 유료 서비스인 '지니+(Genie+)'를 출시했습니다. 요금은 하루 인당 15달러에서 시작했지만 성수기에는 그 이상으로 올랐습니다. 이후 이 서비스는 '라이트닝 레인(Lightning Lane)'으로 이름을 바꾸며 더욱 세분화됐습니다. 프리미엄급 패스는 성수기 하루 인당 450달러(약 65만 원)에 달하기도 합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디즈니의 유료 패스 서비스는 출시 후 약 2년 반 만에 7억 2천만 달러(약 1조 원)의 세전 수익을 냈습니다. 이용자들이 반발하면서도 결국 돈을 낸 것입니다. 많은 방문객들은 유료 패스 없이는 인기 어트랙션을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놀이공원 밖의 이야기
유료 우선권 논리는 놀이공원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샌델의 책에는 흥미로운 사례들이 줄줄이 등장합니다. 미국 고속도로의 유료 급행 차선, 이른바 '렉서스 레인(Lexus Lane)'이 그것입니다. 일반 차선이 시속 25킬로미터로 막힐 때, 요금을 내면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릴 수 있습니다. 비행기 비즈니스석의 우선 탑승, 공항 패스트트랙, 고급 보험의 우선 진료. 조금 더 나아가면 베이징의 일부 병원에서는 비싼 창구를 이용하면 의사를 더 빨리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사례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돈으로 시간을 삽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다른 사람의 기다림 위에 만들어집니다.
샌델은 이것이 단순한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시장 논리가 원래 시장의 영역이 아니었던 곳까지 침투할 때, 그 공간이 가지고 있던 고유한 가치가 훼손된다는 것입니다. 줄을 서며 같은 시간을 보내는 경험, 그 평등한 대기가 공유하던 어떤 사회적 감각이 사라진다는 주장입니다.
두 가지 논리, 둘 다 맞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자유주의적 논리는 명쾌합니다.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사고팔 자유가 있습니다. 빠른 배송을 원하면 빠른 배송 요금을 내고, 더 빠른 서비스를 원하면 더 많이 냅니다. 페덱스 익일 배송이 일반 우편보다 비싼 것과 다를 게 없다는 논리입니다. 경제적 논리도 있습니다. 유료 패스 수익이 놀이공원 전체 운영비를 지탱하고, 결과적으로 일반 입장권 가격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혼잡도 관리의 수단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번 논쟁에서도 "에버랜드, 유니버설, 디즈니 다 똑같이 하는데 왜 롯데월드만"이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전 세계 주요 테마파크 가운데 프리미엄 패스 제도를 운영하지 않는 곳을 찾기가 오히려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이 논쟁은 결국 무의미할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왜 지금, 왜 이렇게 예민한가
샌델의 책에는 흥미로운 관찰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많은 놀이공원이 프리미엄 패스 이용자들을 뒷문이나 별도 통로로 안내한다는 것입니다. 일반 이용객들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배려의 이유가 역설적으로 핵심을 드러냅니다. 돈으로 줄을 산다는 행위가 어딘가 불편하다는 감각이 운영자 스스로에게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롯데월드 매직패스가 특히 거칠게 느껴진 이유도 여기에 있을 수 있습니다. 공간이 분리되지 않고, 같은 줄 안에서 앞을 가로질러 가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제도의 존재보다, 그 제도가 눈앞에서 작동하는 방식이 감정을 건드린 것입니다.
더 넓은 맥락도 있습니다.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는 시대에, 사람들은 이 문제에 더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집값, 교육, 의료까지 돈이 더 많은 선택지를 열어주는 구조가 일상 전반에 자리 잡았을 때, 놀이공원 줄 하나가 그 모든 것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옵니다. 아이 앞에서 그것이 가시화될 때의 감정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더 복합적인 무언가입니다.
시장이 해결할 수 없는 질문
프리미엄 패스 제도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미 검증된 수익 모델이고, 소비자 선택의 영역이라는 논리는 강력합니다. 디즈니가 무료 패스트패스를 없애고 유료 서비스를 도입했을 때 많은 이용객이 반발했지만, 결국 지갑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이 논쟁이 드러내는 더 본질적인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돈이 사면 안 되는 것이 있는가, 라는 질문입니다.
응급실 진료 순서는 돈이 아니라 증상의 긴박도로 정합니다. 배심원 의무는 돈을 주고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없습니다. 사회는 이미 어떤 영역에는 시장 논리가 들어오면 안 된다고 암묵적으로 합의하고 있습니다. 놀이공원 줄이 그 경계 어디에 있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답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 그 답이 다르다는 사실 자체가, 이 논쟁이 단순한 소비자 불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매직패스가 맞냐 틀리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를 원하는지에 관한 질문입니다.
'매직패스' 폐지 청원글 <사진: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