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적은 예산과 상영관수 등 일반 상업영화에 비해 턱없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큰 영화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바로 독립영화죠, 요즘 우리나라 독립영화들의 다양한 약진이 돋보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영화 저널리스트 최광희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질문]
먼저 독립영화가 뭘 말하는지 개념 정리부터 하죠. 독립이라고 한다면 무엇으로부터 독립한다, 이런 뜻일텐데요. 정확한 의미가 뭔가요?
[답변]
한마디로 말씀드려서 대자본이 들어가는 상업 영화의 제작과 유통 시스템으로부터 독립해 감독이 하고자 하는 말을 하는 영화라는 뜻으로 통용이 됩니다.
보통 대부분의 상업영화들은 메이저 영화사로부터 많게는 100억 이상, 적어도 4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받아서 만들어지죠.
그러다 보니까 흥행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독립영화는 거의 제작비를 자체 조달해서 만들어집니다. 많이 써봤자 1억 원, 적은 경우 천만 원 정도로도 만들어지는데요.
상업영화만큼 세련되지 못하고 투박하다는 특징이 있죠.
하지만 감독이 외부의 간섭이나 개입 없이 하고자 하는 얘기를 담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질문]
몇 년 전에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워낭소리'라는 작품이 떠오르는데요, 그 작품도 독립영화였던 걸로 아는데 그 뒤로 그만한 흥행작이 또 있었나요?
[답변]
사실 '워낭소리'는 굉장히 이례적인 현상이었구요.
독립영화가 우리나라 현실에서 그만큼의 흥행을 한다는 건 거의 기적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상업영화만큼의 스크린수가 주어지지 않죠.
많아 봤자 20여개 관 정도에서 개봉을 하는데다, 멀티플렉스에 들어가도 이른 아침이나 밤 늦은 시간에 편성이 돼서 관객들이 찾아보기 힘들다는 불리한 상황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래서 독립영화의 경우엔 만 명만 넘어도 흥행했다, 는 평가를 듣죠. 어찌보면 대형 상업영화와는 다른 그들만의 마이너리그적인 흥행 기준이라는 점에서 한편으로 씁쓸함을 안겨주는 대목이죠.
[질문]
관객 동원 만 명으로도 흥행한 걸로 간주한다는 말이 참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군요.
그런 면에서 요즘 선전하고 있는 독립영화는 어떤 작품이 있을까요?
[답변]
지난 3일에 개봉한 독립 애니메이션인데요.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돼지의 왕'이라는 작품이 최근 정중동의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개봉 3주차인 지난 주말까지 만 3천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독립영화 흥행 기준으로 통용되는 만 명을 이미 넘어서 많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관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는데요.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은 중학교 교실을 통해 바라본 한국사회의 축약도라고 볼 수 있는데요.
연상호 감독은 영화의 설정을 통해서 영웅을 만들어내고 그 영웅을 소비하는 이 시대 민초들의 바람과, 한편으로는 비겁한 속성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세 주인공 남자의 중학교 시절 장면에서 김꽃비, 김혜나, 박희본 씨 등 독립영화 쪽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젊은 여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했다는 건데요. 그래서인지 전문 성우들의 연기와는 다른 좀더 극적이고도 사실적인 느낌을 배가하고 있습니다.
[질문]
'돼지의 왕', 제목이 참 신선하게 들리네요.
또 길고양이들을 다룬 다큐멘터리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답변]
바로 '고양이 춤'이라는 작품입니다.
CF 감독 출신의 윤기형 씨가 연출 겸 내레이터로, 시인이자 여행가인 이용한 씨가 작가 겸 내레이터로 각각 참여했습니다.
두 남자는 각자의 매체를 통해 길고양이들에게 접근하는데요.
윤기형 씨는 동영상 카메라로, 이용한 씨는 스틸 카메라로 자신들 주변의 길고양이들을 포착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정지된 스틸 컷과 움직이는 영상이 교차되면서 두 남자의 길고양이 사랑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카메라가 잡아내는 고양이들의 움직임과 표정에는, 찍는 이들의 애정이 물씬 묻어나는데요, 고양이들의 관계도를 추적하거나 그들의 보금자리를 탐문하고, 또 로드킬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길고양이들의 죽음을 애도하기도 합니다.
특히 비를 흠뻑 맞고 아슬아슬하게 담장을 달려 가스관 사이로 몸을 숨기는 아기 고양이를 좇는 장면이나, 길고양이들이 새끼를 낳는 장면, 고양이 가족들의 보금 자리를 포착한 장면 등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길고양이들의 더욱 깊숙한 생태를 확인시켜줍니다.
그런 화면들을 통해 영화는 그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삶을 일구고 있는지를 숙연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만들고 있죠.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열광하실만한 작품이고요,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시지 않는다 할지라도 길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지우고 동물 사랑의 메시지를 가슴 가득 안게 되실만한, 작품입니다.
영화 흥행 수익의 10%는 길고양이 후원에 사용된다고 합니다.
[질문]
역시 독립영화의 특징이라면 소재와 형식의 다양성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밖에 동성애자들의 사랑을 다룬 영화도 있다고 하던데요?
[답변]
소준문 감독의 'REC'라는 작품인데요.
동성애를 다룬 영화를 퀴어 영화라고 부르는데요.
이 작품도 남성 동성애자들의 사랑을 담은 이른바 퀴어 멜로 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송희일 감독의 '후회하지 않아' 이후 사실상 두 번째로 시도되는 본격 퀴어 멜로인데요.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같은 영화처럼 이 작품 역시 두 게이 남성의 사랑과 이별의 과정을 보편적인 사랑의 풍경으로 포착하고 있습니다.
영화 제목 REC는 보통 홈비디오 카메라의 녹화 버튼을 의미하는데요.
주인공들이 만난지 5주년 되는 날을 기념하며 자신들의 파티를 셀프 카메라 형식으로 녹화하는 방식으로 영화가 진행됩니다.
그리고 끝내 이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담담한 톤으로 담아내면서 묘한 울림을 남기고 있는 작품입니다.
성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런 퀴어 멜로에, 특히나 적지 않은 남성들이 거부감을 드러내곤 하는데요. 편견을 걷어내고 본다면, 보편적인 사랑의 풍경에 동화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 독립영화, 많은 관객들의 응원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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