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2011년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지난 한해 한국영화에도 굵직한 일들이 많이 있었는데요.
사회파 영화들이 선전하는가 하면 100억 이상의 대작들이 흥행 실패하는 등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영화 저널리스트 최광희 기자와 함께 2011년 한국영화계 결산해 봅니다.
[질문1]
올해 한국영화계의 가장 큰 화제는 영화 '도가니'가 일으킨 사회적 파장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답변]
영화 한편의 힘이 참 대단하다는 걸 실감케 했던 영화였죠.
잊혀질 뻔 했던 청각 장애인 학교의 성폭행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불러내면서, 실제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고요, 경찰의 재수사, 또 관련 입법 추진까지도 이끌어 낸 계기가 됐습니다.
지난 9월에 개봉한 영화 '도가니'는 지난 가을 내내 극장가의 최대 화제를 뿌리면서 4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도가니'에 이어 역시 500만 관객을 돌파한 '완득이'의 흥행도 비슷한 맥락에서 의미 심장합니다.
'도가니'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공권력의 무기력을 고발했다면, '완득이'는 다문화 가정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통해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죠.
이렇게 올 하반기 두 편의 한국영화는 우리 사회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로 광범위한 관객들과의 접점을 만들어낸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지난해 '부당거래'라는 영화가 사회파 영화의 흥행 가능성을 제시했다면, 두 영화가 그걸 입증해 보였다고 할 수 있겠죠.
이러한 흐름은, 두 차례의 선거가 예정된 내년까지도 쭉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당장 다음달 19일 개봉하는 '부러진 화살'이라는 영화 역시 실제했던 석궁 사건의 재현을 통해 사법부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담아낸 작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질문]
그런가 하면 100억 원 안팎의 제작비가 들어간 이른바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의 부침도 컸던 한해였지 않습니까?
[답변]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여름 개봉했던 '7광구'라는 작품이죠.
이 작품은 10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서 사실상 한국 최초의 3D 블록버스터를 표방하고 간판을 내걸었지만 관객과 평단의 차디찬 외면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 뿐 아니라 14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장훈 감독의 전쟁 영화 '고지전'도 흥행에서 고배를 마셨구요.
역시 100억 가까이 제작비를 쓴 '퀵'이라는 작품도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정도의 흥행 성적을 냈습니다.
지난 주에 개봉한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도 부진하긴 마찬가지인데요.
이 작품의 경우엔 무려 3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서 국내 손익분기점만 1000만 명인 작품인데, 지난 주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벽을 넘지 못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오프닝 성적을 내 흥행 가도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충무로에는 그동안 대마불사, 즉 돈을 많이 쓴 영화일수록 흥행 타율이 높아진다는 속설이 통용됐는데요.
올해는 그 믿음이 유효하지 않았던 한해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흥행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지나치게 안전한 스토리 텔링으로 가려했던 게 오히려 신선함을 증발시켜 버리는 결과로 이어진 게 패착이라는 분석입니다.
[질문]
영화 뿐 아니라 감독들 사이에서도 부침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이준익 감독이 올초 상업 영화 은퇴를 선언했었죠?
[답변]
연초 개봉한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가 부진한 성적을 내고 말았구요, 말씀하셨다시피 상업영화 은퇴까지 선언하게 만든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도 흥행 부진에서 예외가 되지 못했습니다.
이 밖에 곽경택 감독의 '통증', 김상진 감독의 '투혼' 등도 모두 흥행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전반적으로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맹활약을 펼쳤던 상업영화 감독들의 쇠락이 비교적 뚜렸해진 한해가 또 2011년이었습니다.
그 대신 올해 최고 흥행 성적을 낸 '최종병기 활'의 김한민 감독이라든가, 상반기 최고 흥행작인 '써니'의 강형철 감독, '도가니'의 황동혁 감독, '의뢰인'의 손영성 감독 등이 모두 흥행에 성공하면서 상업영화 감독들의 세대 교체 흐름이 비교적 뚜렸했던 한 해였습니다.
[질문4]
영화 산업 안에서의 변화 움직임도 있었을 거 같은데요.
흥행 성패에 따라 산업의 지형도 부침이 있지 않겠습니까?
배급사들 사이에서의 파워 게임에도 재편이 있었다구요.
[답변]
지난 몇 년동안은 사실상 투자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의 독무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자랑했는데요.
영화부문과 케이블 부문을 합쳐 CJ E&M이라는 새 간판을 단 첫해라 그런지 굉장히 드라마틱한 한해를 보냈습니다.
연초 심형래 감독의 '라스트 갓파더'의 실패로 휘청대면서 한해를 시작했죠.
그러다 '써니'의 흥행으로 다시 구사일생했다가 '7광구'의 흥행 실패로 타격을 입었죠.
7광구'는 흥행 실패를 떠나 그동안 한국영화계의 선도기업으로서의 CJ의 이미지에 굉장히 큰 타격을 입혔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어쨌든 CJ로선 다행스럽게도 하반기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도가니', '완득이'의 잇단 흥행으로 다시 업계 1위로서의 입지를 지킬 수 있었는데요.
이런 가운데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최종병기 활'로 올해 최고 흥행작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대약진했는데요.
롯데는 이밖에도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까지 흥행 성공시키면서 CJ의 아성을 목전에서 위협할 정도가 됐습니다.
몇 년 동안 업계 2위를 지켰던 쇼박스의 경우엔 지난해 말 '황해'의 흥행 실패에 이어서 올 여름 '모비딕''고지전'등 기대작들이 흥행 실패하면서 상당한 침체에 빠졌구요, 그 자리를 예전 쇼박스 멤버들이 참여해 만든 중견 배급사 NEW가 치고 올라오는 형국을 보이고 있습니다.
NEW는 지난해 '헬로우 고스트'에 이어 올 추석 '가문의 수난' 등을 흥행 성공시키면서 대 약진을 펼쳤습니다.
아무튼 내년부터는 CJ의 독주 구도가 깨지고 CJ와 롯데, 이 두 회사의 양강구도가 형성되지 않겠느냐, 하는 게 한국영화계의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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