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중독' 조여정, 바람난 남편의 아내도 가능하다

[OSEN=최나영 기자]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뜩이 조정석을 보고 폭소하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를 보고 데인 드한을 처음 접한 관객들이라면 영화 속 의외의 수확이 주는 기쁨이 무엇인 지 알 만하다. 개봉 예정인 영화들에서도 이런 예상못한 캐릭터들이 주는 볼거리가 있다. 기대없이 갔다가 득템을 한 기분이라고 한다면 지나칠까.

14일 개봉하는 영화 '인간중독'의 배우 조여정이 그렇다. 조여정은 김대우 감독과 전편 '방자전'에 이어 이번 영화로 인연을 이어가는데, 이번에는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대상이 아닌 남편을 다른 여자에게 잃는 인물이다. 조여정이 '왜? 어떻게?'란 질문을 가질 만 하다.

선택은 재미있는 결과를 냈다. 실제로 조여정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관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진다.

'인간중독'은 베트남전이 막바지로 치달아 가던 1969년, 엄격한 위계질서와 상하관계로 맺어진 군 관사 안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비밀스럽고 파격적인 사랑이야기를 그린 19금 멜로.

조여정이 이 작품에서 맡은 역할은 순진한 예측을 다소 빗나간다. 김진평(송승헌)이 중독처럼 사랑에 빠지는 여인 종가흔(임지연)이 아닌, 그런 남자를 남편으로 둔 여자 이숙진이다.

이숙진은 장군의 딸로, 남편인 김진평을 아버지보다 높은 지위에 올리고자 하는 야망으로 남편의 출세를 위해 헌신한다. 어릴 때부터 부족함 없는 환경에서 성장했고 결혼 후에도 모두의 존경과 신뢰 속에 완벽한 삶을 사는 듯한 인물이지만 남편에게만은 매력이 없다.

하지만 적어도 관객들에게 이숙진은 생기 넘치는 여자다.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정신이 팔린 것도 모른채 이런 남편만을 바라보고 사는 비극적인 인물이지만 아침드라마 캐릭터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물론 극 중 숙진이 가흔과 남편의 관계를 곧 바로 알지 못하기도 하지만, 숙진이라는 인물 자체가 호감형이다. 푼수끼 넘치는 아줌마로 특히 김진평과 벌이는 베드신에서 보이는 솔직하면서도 코믹한 모습은 관객들을 '빵' 터지게 하기 충분하다.

그러나 마냥 코믹 신스틸러는 아니다. 힘을 줄 때는 또 '빡' 줄 줄 아는데, 이런 모습에서 조여정의 연기력이 보인다. 본인의 약점을 걸고 넘너지는 남편 부하의 아내에 웃으면서 압력을 가하는 장면은 일면 통쾌함을 안겨준다. 조여정 특유의 귀여움이 예상 못한 캐릭터와 만나자 신선한 느낌을 준다. 분명한 것은 숙진이 영화 속에서자꾸 보고싶은 인물이라는 것이다.


김대우 감독은 조여정에 대해 "알고 보면 굉장히 유쾌하고 재치 넘치는, 매력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그녀의 이런 면들을 스크린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항상 자신감과 재치가 넘치는 숙진 역을 만들게 됐다"라고 캐스팅 이유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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