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고, 뭉클하고, 압도적이다. 영화 '강철비', 기대 이상의 핵전쟁 블록버스터가 탄생했다.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에서 열린 영화 '강철비'(양우석 감독) 언론시사회에는 양우석 감독을 비롯, 배우 정우성, 곽도원, 김의성, 이경영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한국영화 최초로 핵전쟁 시나리오를 스크린에 옮긴 '강철비'는 '변호인'으로 천만 흥행을 거둔 양우석 감독의 차기작이다. 원작은 감독이 쓴 웹툰 '스틸레인'으로, 북한에 쿠테타가 일어나, 북 권력 1호가 남한으로 넘어오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곽도원이 "'곡성'을 능가하는 충격"이라고 말한 것은 과장이 아니었다. 핵전쟁이라는 소재로 만들어질 수 있는 가장 충격적인 시나리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편일률적인 한국영화 가운데 소재와 주제를 흔들림 없이 이토록 머뭇거리지 않고 돌파한 영화는 실로 오랜만이다. 북한의 쿠테타, 남한의 계엄령, 분단 국가를 둘러싼 미국, 일본, 중국의 사실적인 관계가 호러영화 버금가는 공포를 자아낸다. 탄탄하게 이어지는 스토리와 스릴 덕분에 140분간 시계 볼 틈 없이 스크린에 빠져든다. 스케일과 드라마, 액션과 유머 모든 부분에서 유의미한 성취를 거둔 수작이다.
스케일면에서도 압권이다. '덩케르크'를 연상하게 하는 음악과 사운드, 빈틈 없는 CG가 영화의 규모감과 완성도를 높인다. 북한 개성공단, 군사령부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로케이션이 눈길을 끈다. '블록버스터판 JSA'를 보는 듯하다.
배우들의 연기도 진수성찬을 차린 듯 각자 위치에서 100% 이상의 내공을 발휘했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를 연기한 곽도원은 영화의 묵직한 세계관을 듬직하게 끌고간다. 주연으로서의 무게감뿐만 아니라 관객의 숨 쉴틈을 만들어주는 활력소 역할도 해냈다. 곽도원 특유의 너스레와 인간미는 이제 하나의 영화적 장치로도 기능하는 듯 보인다.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를 연기한 정우성은 독보적인 액션 연기를 펼쳤다. 문장 단위로 발음하는 평양 사투리를 구사한 탓에 종종 대사 전달력이 떨어지긴 하나, 그 와중에도 곽도원과 촘촘한 감정 앙상블을 쌓아올리며 관객을 울린다.
이 외에도 김의성, 이경영, 김갑수, 조우진, 김명곤, 정원중, 장현성, 이재용, 김지호, 원진아 등이 구멍 없는 연기력으로 140분을 채운다.
양우석 감독은 "휴전 이후 남북전쟁 위기는 늘 있어오지 않았나. 남북을 바라보는 다양한 세계를 영화로 그리고 싶었다"라고 연출 계기를 전했다.
이어 양우석 감독은 "실제로 발발할 수도 있는 2차 한국전쟁에 대한 외교의 반응은 가급적 사실적으로 그리고자 했다. 미국은 94년도 전쟁을 각오했다가 전쟁 비용, 사상자를 감안해 포기했다는 내용도 얼마 전 보도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양우석 감독은 엔딩에 대해서는 "북한 이전까지는 핵보유국이 짝수였다. 핵보유국이 짝수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한번도의 안정을 찾기 위해선 핵균형을 갖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결말에 대한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내 개인적인 생각은 영화에서 빼기 위해 가급적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강철비'는 12월 14일 개봉한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강철비' 포스터 및 TV리포트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