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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볼보 크로스컨트리, 사람이 왜 차를 모시고 다녀?

2015.10.02 오전 10:42


[OSEN=강희수 기자] 최고급 세단이 그 구실을 다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최고급’에 어울리는 도로 사정이다. 자갈이 구르고 먼지가 폴폴 솟아오르며, 돌과 구덩이로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게 했다면? 차 망가지는 소리로 여기저기서 아우성 칠 게 뻔하다.

사실 우리나라 도로 사정이 지금처럼 ‘고급’이 된 이력을 따져 보면 그리 오래지 않다. ‘비포장 도로’로 불리는 자갈 흙길이 도심을 벗어나면 도처에 널려 있었다. 어느 사이엔가 우리가 차를 좋은 길로만 ‘모시고’ 다녔던 건 아닐까? 차는 결국 차일 뿐인데….

요즘 같이 아웃도어 활동을 중시하는 시대엔 ‘차’에 대한 개념도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다. 사람을 싣고, 짐을 싣고, 도회지 길을 달려도 시골길을 달려도 군소리 없는 그런 차. 차가 사람을 모셔야지 사람이 차를 모실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솔직히 갓 뽑은 새 차, 그것도 5,000만 원이 넘는 차를 몰고 산길을 올라가는 게 마음에 썩 내키지는 않았다. 경기도 가평의 유명산에는 마니아들에게 ‘유명한’ 오프로드 코스가 있다. 산길은 고불고불하고 길바닥에는 크고 작은 돌들이 성가시게 박혀있다. 사륜오토바이인 ATV바이크나 산악 자전거, 또는 산악 바이크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코스다.

부릉부릉 산길을 타고 올라가면 어느덧 산 정상에 우뚝 선다.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며 비오 듯 땀을 흘리지 않고도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그래서 등산 애호가들이라면 마음이 허해지기도 하는 곳이다.

새로 출시 된 볼보 크로스컨트리는 허연 먼지를 밀가루처럼 뒤집어쓰고도 뒹굴뒹굴 잘도 올라갔다. 등산(?)을 앞두고 잘 닦인 포장도로를 쉼 없이 달려왔던 차다. 흔들리는 차에 몸을 맡기고 터널 같은 숲길을 한참을 올라갔다. 마침내 하늘이 열리는가 싶더니 탁 트인 가을 하늘이 일행을 맞았다. 먼 산 봉우리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이런 길을 ‘세단 같지만 세단이지 않은 차’를 타고 올라오다니….

볼보자동차가 새롭게 내놓은 ‘크로스컨트리’는 이렇듯 자연을 담은 차다. ‘길이 없어서 못 간다‘는 변명은 크로스컨트리 앞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열심히 일하고 일이 끝나면 완전한 휴가를 즐길 줄 아는 스웨덴의 스칸디나비안 라이프스타일이 이 차를 탄생시킨 철학이다. 일할 때와 즐길 때, 모양을 달리할 필요가 없다.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제 떠나라’는 유명 광고 카피는 이 차에도 딱 들어맞는다.

그래서 이 차는 오프로드용이 아니다. 온/오프로드의 장점을 모두 갖춰 ‘올 로드 엑스퍼트(all road expert)’를 지향한다. 볼보자동차 관계자는 “볼보의 정신이 가장 잘 녹아 있는 모델”이라고 자랑한다.

볼보가 크로스컨트리를 탄생시킨 기술적 배경은 상대적으로 ‘낮은 전고’와 ‘높은 지상고’다. 굉장히 모순 되는 이야기다. 차 바닥은 세단에 비해 지상에서 높지만 차 지붕은 SUV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돼 있다. 겉으로 보면 세단에 가깝고, 실속은 SUV에 가까운 결과물이다.

V60을 기반으로 만든 크로스컨트리는 그래서 SUV, 왜건, 세단의 장점을 하나로 모은 모델이다. V60에 비하면 전고와 지상고가 다 높다. V60 대비 지상고가 65mm 높아져 오프로드에서 자유롭고 시야 확보도 용이해졌다. 시야 확보의 척도가 되는 최저 지상고가 201mm에 이르러 운전자에게 쾌적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V60보다 높아진 전고 1,545mm는 일반 SUV에 비하면 한참 낮다. 때문에 무게중심이 세단에 가깝게 낮게 설계됐다. 고속도로나 포장도로에서 세단처럼 움직임이 날렵하다.

때문에 볼보자동차코리아에서는 기자들에게 ‘전천후’니 ‘팔방미인’이니 하는 단어를 자꾸 환기시킨다.

실속을 따지자면 ‘팔방미인’이 맞다. 세단의 주행성과 SUV의 오프로드 성능은 유명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확인이 됐다. 남은 요건은 아웃도어 라이프에서 꼭 필요한 적재공간이다.

볼보는 그 답을 왜건형 디자인과 해치백에서 찾았다. 2열 폴딩 시트는 4:2:4 비율로 개별적으로 접을 수 있다.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순식간에 동굴처럼 커진다. 2열 시트 3개를 모두 완전 평면으로 접으면 트렁크 공간이 692리터에서 최대 1664리터까지 늘어난다.

온/오프로드를 넘나드는 주행성능은 파워풀한 파워트레인과 4륜구동으로 해결했다.

최대출력 254마력을 발휘하는 고성능 버전의 크로스컨트리 T5 AWD 모델은 가솔린 엔진이면서도 일상 주행에서 사용되는 낮은 엔진 회전구간(1,800rpm)에서 최대 토크 36.7kgm를 만들어낸다. 2,400cc 디젤 엔진을 얹은 크로스컨트리 D4 AWD는 최대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2.8kgm를 발휘해 오프로드에서 진가가 드러난다. 크로스 컨트리(V60) D4는 2.0리터 직렬 4기통 트윈 터보 디젤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크로스 컨트리에 적용된 4륜구동 시스템은 접지력이 충분한 마른 노면에서는 전륜에 모든 동력이 배분되다가 노면 상황이 변화되면 즉각적으로 후륜에 동력을 50%까지 분배하는 인스턴트 트랙션을 제공한다.

4륜구동 모델에는 ‘경사로 감속 주행장치(Hill Decent Control, HDC)’도 적용했다. 자동변속기에서 1단 또는 후진 기어 상태에서 가속과 브레이킹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시스템으로, 최대 속도를 전진 기준 10km/h로, 후진 기준 7km/h로 유지시켜 준다. 시속 10km 이상으로 가속할 경우에는 내리막길 제어장치가 자동으로 해제되고, 10km 이하로 속도가 줄어들 경우에 재작동한다.

크로스 컨트리는 국내 시장에서 총 3가지 트림 D4, D4 AWD, T5 AWD로 판매되며, 국내 판매가격은 각각 5,280, 5,550, 5,550만원이다(모두 VAT 포함).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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