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업체가 SNS에 예약오류 사과문을 게시하면서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일부 누리꾼이 이 단어를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의미의 ‘심심’으로 받아들이면서 논란이 있었습니다.
심심한 사과, 어떤 뜻일까요?
먼저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의미의 ‘심심하다’는 순우리말인 고유어고요.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할 때의 ‘심심하다’는 심할 심, 깊을 심 자를 쓰는 한자어입니다.
고유어 ‘심심하다’와 소리는 같지만 뜻은 다른 동음이의어인거죠.
한자어 ‘심심하다’는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으로, 심심한 사과라는 건 그만큼 깊고 간절한 사과의 마음을 담았다는 의미입니다.
심심한 사과 외에 ‘심심한 애도, 심심한 감사를 전하다’ 등으로 쓸 수 있어요.
이렇게 깊은 사과를 전한다는 의미를 일부 누리꾼이 잘못 해석해 논란이 됐고요.
이를 계기로 온라인상에서는 젊은 세대의 문해력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몇 년 전 논란이 됐던 3일을 뜻하는 ‘사흘’을 4일로 잘못 이해한 사례와, 오늘을 뜻하는 ‘금일’을 ‘금요일’로 잘못 알았던 일화 등도 다시 거론됐고요.
국방의 의무를 뜻하는 '병역'을 질병으로 잘못 안 대학생들 사례와 ‘고지식하다’를 두고 ‘높을 고’자를 써서 높은 지식으로 알았다는 등의 사례도 거론되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이 논란에 일부 언론이 가세해 젊은 세대의 문해력을 비판했는데요.
여기서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하고요.
한 단계 더 들어가 보면 단순히 글자를 읽고 쓰는 것을 넘어, 다양한 매체에서 글을 비판적으로 읽고 의미를 파악하며 진실을 가리는 능력까지 그 범위가 다양합니다.
결과적으로 심심하다에서 시작된 어휘력 논란이 청년층의 문해력 공방으로 확대됐고, 거기에다 글을 모른다는 의미의 문맹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며 논란이 거셌습니다.
이번 일을 청년세대 문해력의 관점으로 보기보다는 낯선 단어를 받아들이는 자세와 소통법에 대해 고민해야한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어떤 상황에 대한 무조건적인 분노나, 단어를 모르는 것에 대한 조롱을 해서는 안 되겠죠?
서로를 향한 마음 깊은, 즉 ‘심심한’ 이해와 배려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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