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특별행동 개시, 도발 아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YTN FM 94.5 '출발 새아침'] (오전 07:10~09:00)
김갑수 앵커 (이하 앵커) : 연초부터 험악해져온 남북관계가 더욱 가파른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계기로 남과 북의 관계는 더욱 악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급기야 어제 북한군은 “대남 특별행동이 곧 개시될 거다” 하면서 사실상 대남도발을 예고하기까지 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뉴스들이 정치현안에 매몰돼 있다시피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남북관계 신중하게 문제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랜만에 방송에서 만나보는 분,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을 전화로 연결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이하 이종석) : 네, 안녕하십니까.
앵커 : 이 질문부터 드리겠습니다. 총선 일이죠. 4.11 총선 때 에서는 김정은이 최고위직인 제1비서에 올랐습니다. 우리 총선을 염두에 두고 벌인 이벤트라는 시각도 있는데요?
이종석 : 우연히 날짜가 맞기는 했지만 우리 총선과는 상관없는 북한의 어떤 정치일정 소화의 한 과정으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4월 15일이 김일성 주석의 출생 100년 되는 해 아니었습니까. 이태까지 김정은 체제 권력 승계를 마치기 위한 작업을 해왔는데 그러다보니까 4월 11일은 당대표자 회의로서 당에서 김정은의 최고지도자 자리를 확인했고, 제 1비서죠. 4월 13일은 최고인민회의를 열어서 국가직에서 최고지도자 추대했는데 그게 국방위 제1위원장 아닙니까. 그래서 이런 것을 봤을 때는 결국 4월 15일이 북한에서 중요한 행사가 있었기 때문에 그 전에 김정은의 최고위직 선임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날짜가 맞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앵커 : 우리가 너무 민감한 게 아닌가 싶다고 볼 수 있겠군요. 지난 13일 북한이 ‘광명성 3호’를 발사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북한의 위성발사는 실패로 돌아갔지요.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을 규탄하는 의장 성명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한 안보리 결의 1874호를 위반이라는 건데요. 과거에도 지난 2009년에도 북한에 대해서 ‘장거리 로켓 발사와 안보리 의장성명. 그리고 핵실험. 뒤이어 안보리 제재 결의로 이어졌던 바가 있는데요. 현재 상황 보면 2009년도처럼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전망하십니까?
이종석 : 2009년처럼 현재 북한이 유엔의장 성명에 반발을 한 상태 아닙니까. 그다음 수순이 과거처럼 북핵 실험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얘기할 수 있고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아마 김정일 시대처럼 북한이 꼭 실험한다고 하기 어려운 것은 김정은 체제에 와서 북한의 변화가 있기는 합니다. 김정은 위성 발사하면서 과거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는데 사전에 로켓 발사에 대해서 충분히 고지를 한다든가 그 다음에 위성 발사가 실패로 끝났다고 하니 곧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것을 보면 전과는 달리 투명성을 높이고자 하는 일인데, 그것은 국제행위규범에 조금 근접하는 쪽으로 움직였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번에 일단은 의장 성명에 반발해서 북한에서도 성명이 나왔는데 이 성명도 우주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자주권은 강조돼 있는데 2009년처럼 핵능력 강화에 대한 언급을 직접 하지는 않았고 자주권이니 위성은 계속 쏘아 올리겠다는 정도였습니다. 아직 정확히는 모르지만 통치 스타일이 김정은과 김정일이 다른데, 이런 것들이 북핵 실험으로 곧장 연결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반 정도로 봐야 되지 않을까. 무조건 핵실험으로 간다고 보기보다는 아마 국제 사회가 추가적으로 어떻게 북한에 대응하는지, 중국이 북한 설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핵실험 여부가 결정되지 않는가 이런 것들이 과거와 다른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엥커 : 지금 말씀 중에 김정일과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이 다르다고 하셨죠.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보이고 있는지 그리고 김정은 체제 4개월을 넘어서고 있는데요. 권력 승계가 순조롭게 이어지는 조짐인지 문제가 있는지 두루두루 짚어보면 어떨까요?
이종석 : 일단 김정일과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이 다른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열병식에서 공개 연설을 하지 않았습니까. 김정일이 오랫동안 북한을 통치했지만 김정일 육성이라고는 “조선인민군에게 영광있으라”고 한번 외친 한 마디 아닙니까. 그런데 김정은은 나오자마자 이른바 지도자로는 초짠데 20분간 연설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지 않습니까. 그 다음에 지난번 한미합동군사훈련 키 리졸브 훈련이 있었는데 여기에 대항하면서 대응 군사훈련을 AP통신에 공개한 것도 최초고, 또 위성발사에서 보여준 공개를 보면 스타일이 정책의 투명성을 밖에 보여주고 싶어 하는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인 것 같고요. 김정은의 현재 권력 승계는 안정적으로 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김정은이 위성 실패가 된 다음에 즉각 실패를 인정하는, 북한이 그동안 해오지 않는 행동을 했지 않습니까. 그 다음에 김정은이 나오자마자 20분간 공개 연설을 전국 생중계 되면서, 사실 공개 연설을 한다는 것은 연설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젊은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실수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을 다 감내하고 했다는 것은 그 정도의 권력 기반이 있다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앵커 : 북한의 권력승계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렇게 얘기를 듣겠습니다. 당장 우리에게 민감하게 느껴지는 것이 북한 측의 대응인데, 어제 북한군이 ‘북한의 특별행동이 곧 개시될 것을 알린다’ 고 공개했는데, 대남도발 아니겠습니까. 언론을 쭉 검색해보니 협박론이라는 것과 실체가 있다는 것으로 논의가 분분한 것 같은데 이종석 전 장관께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계십니까?
이종석 : 북한이 곧 개시된다고 표현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단순 위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실제 어떤 형태로든 북한이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크게 걱정이 되는 데요. 지금은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 그렇다면 북한이 주장하는‘혁명무력특별행동’은 뭘 예상할 수 있을까요?
이종석 : 언론에 난 것처럼 북한에서 자기들이 짧은 순간에 지금까지 있어본 적이 없는 특이한 수단과 자기들의 방법대로 도발 근원을 초토화시킨다고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도대체 어떤 방법인지 감을 잡을 수는 없는데요. 다만 여러 가지 정황을 봤을 때 전쟁으로 비화되는 무력 도발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앵커 : 정면 도발은 아닐 것 같다.
이종석 : 네, 물론 이것은 추측입니다. 추측인데, 사이버 상의 공격이나 전통적인 전쟁무기가 동원되지 않은 도발 아닌가 하는 추측은 할 수 있는데 이것도 역시 추측입니다. 분명한 것은 어떤 형태든 북한에서 도발을 예고했기 때문에 도발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그래서 걱정은 많이 되는데 어떤 형태로 이루어질지에 대해서는 잘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앵커 : 북한의 발언인 '특이한 수단과 우리 식의 방법'을 이 장관께서는 디도스 공격 같은 사이버 테러 형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시는 군요?
이종석 : 사이버 테러 형태나 해킹으로 할 지, 그것을 통해서 어떻게 제어 장치를 기능 마비를 시키는 쪽으로 가는지 그건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얘기하는 전통적인 군사적인 도발 같은 형태보다는 그런 쪽이 아닐까 하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 이 점에 대해서 우리측 대응을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남측 태도, 특히 우리 쪽의 여러 응대가 있는데, 대통령 발언도 있고, 원점 타격설 등등이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하시는지요. 통중봉북(通中封北)론까지 포함해서 말씀을 해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이종석 : 지금 사실 굉장히 북한의 이런 위협 발언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 우리가 걱정을 많이 하는데 문제는 우리가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서 대처하면서 나왔다면 모르는데 그 과정에서 본질과 어긋난 말싸움이라든가 또는 우리 쪽에서 김정은을 타겟으로 하는 욕설 등이 언론에 공개됐다든가 또는 이명박 대통령께서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했지 않습니까. 이런 것들이 예민한 시기에 이루어지면서 그렇지 않아도 그런 트집이 있으면 그것을 잡아서 뭔가를 하고 싶어하는 북한에게 빌미를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결국 지금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에 남·북간의 감정싸움, 말싸움이 격화되면서 위험한 상황으로 와있다는 게 개탄스럽습니다.
앵커 : 북한이 도발을 하는데 내부의 갈등만 빚는다든가, 침묵만 지킨다든가 이럴 수는 없다.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꽤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종석 : 물론 단호하게 대응을 해야죠. 그런데 지금 현재 북한의 가장 중요한 도발은 로켓 발사 아니었습니까. 로켓 발사에 대해서 우리가 엄중대처를 해 왔잖아요. 정부성명도 발표했고, 국회국방위 규탄 결의도 했고 유엔 안보리 의장 성명도 나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 얘기되고 있는 것들이 우리의 엄중 대응에 대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쪽, 정말 책임 있는 자들이 예민한 시기에 북한에 대한 비판 발언이나 김정은에 대한 비하적 발언이나 북한에서 정면 타격하면 어떻게 한다든가 하는 발언을 해서 여기서부터 상대방이 발언을 해서 여기까지 왔지 않습니까. 그래서 문제는 정말 본질적인 대처를 하면서 이런 일아 발생한다면 이해가 되는데 본질에서 벗어난 일들을 가지고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걱정하는 것 아닙니까.
앵커 : 소모적 감정대립으로 되는 일이 너무 많다...
이종석 : 상대방에게 또 다른 도발의 빌미를 주고 명분을 주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게 과연 실익이 있느냐, 더욱이 북한은 국제 사회가 불량국가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그런 북한과 똑같이 행동하는 식으로 되고, 더욱이 이 나라의 안보를 책임지는 분인 대통령이 앞장서서 예민한 시기에 북한에 대해 말싸움하듯이 한다면 이것은 정말 위험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 전직 NSC의장이고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분으로서 이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제안하실 방향이 있다면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이종석 : 제가 제안한다고 해서 들을 것 같지도 않고 한데요.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굉장히 예민하고 격화되어 있지만 북한은 도발 위협을 당장 중단해야 되고 우리 당국자들도 북한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서 일단 남북이 격화된 갈등을 자제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나서 남북대화를 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 강경정책 4년 동안 얻은 게 없고 갈등과 분쟁, 상처뿐이다. 북한도 남북대결 4년 했지만 자기들은 핵능력 강화했다고 얘기할지 모르지만 배고픔에서 벗어났습니까,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났습니까. 이제는 남북이 모두 대결 정책에서 손실을 보고 있다면 상대방을 존중하고 대화하는 쪽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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