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릴레이 최대 피해자는 따로 있다?
지금 국회에서는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한 야당의 필리버스터, 무제한 토론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발언을 이어가는 국회의원도 힘들겠지만 애꿎은 피해자도 있습니다.
발언 내용을 받아적어야 하는 속기사들이 최대 피해자라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2인 1조로 릴레이 받아치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회 소속 속기사는 모두 65명.
2명이 한 조씩, 5분에서 10분씩 속기한 뒤 다음 조와 교대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데요.
속기 이후가 더 걱정입니다.
5분 속기 내용을 회의록으로 만드는데 1시간에서 1시간 반이 걸린다고 하는데요.
그야말로 속기 인생 최대 고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속기사보다 더 힘든 사람, 이분들이 아닐까요?
정의화 국회의장과 정갑윤·이석현 부의장,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그제 오후부터 3교대로 사흘째 의장석에 앉아 있습니다.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시간은 본회의 중으로 간주 되기 때문에 국회법에 따라 국회의장단은 의장석을 지켜야만 하는데요.
정 의장이 1시간 반, 두 부의장이 2시간씩 말 그대로 '3교대 당직'을 돌고 있습니다.
식사도 도시락과 샌드위치로 해결하고 있다고요.
정 의장은 오늘 새벽 잠깐 한남동 공관에 들러 옷만 갈아입고 왔고 같은 시간, 당번이었던 정갑윤 부의장은 이렇게 피로에 지쳐 의장석에 기대 잠든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발언에 참고할 자료만 이렇게 한 상자입니다.
최민희 의원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들고 와 한참 동안 책을 발췌해 읽기도 했고요.
[최민희 / 더불어민주당 의원 : 실제로 범한 죄에 대한 처벌로서 가해지는 게 아니라, 단순히 언젠가 죄를 범할지도 모르는 사람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이다.]
하지만 본회의장은 거의 텅 비어 있습니다.
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안에서 무제한 토론을 벌이는 동안 여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밖에서 피켓시위로 맞서고 있습니다.
야당의 필리버스터 지속 시간을 '국회 마비 시간'으로 규정하면서 시간마다 피켓 숫자를 바꾸고 있습니다.
여-야의 한 치 양보 없는 법안 다툼, 테러방지법의 운명이 점점 더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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