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정부가 한국산 가전제품을 겨냥해 발동한 긴급수입제한 조치, 세이프가드가 WTO 협정에 어긋난다는 결정이 나왔습니다.
지난 2012년 반덤핑 관세로 시작된 '한미 세탁기 10년 분쟁'에서 우리가 연거푸 판정승을 거둔 셈입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이 겪은 손실에 비해 큰 실효성은 없어서 상처뿐인 승리라는 말도 나오는데요.
과연 그런지, 강정규 기자가 되짚어 봤습니다.
[기자]
한미 세탁기 분쟁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2년 미국 정부가 삼성·LG 전자를 비롯한 우리 기업에 반덤핑 예비 관세를 부과한 겁니다.
내수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에 밀리고 있는 월풀 등 자국 가전업체를 보호하려는 조치였습니다.
[장영진 / 당시 주미 한국대사관 상무관 (지난 2013년) : LG와 삼성전자가 미국 세탁기 시장에서 1, 2위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하고 있고 격차가 점점 벌어짐에 따라 경쟁업체의 견제가 본격화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에 이어 베트남과 태국 등지로 생산 기지를 옮기며 피해 다녔지만, 미국은 집요하게 따라붙어 추가 관세를 매겼습니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는 아예 수입 세탁기 전체에 무역 장벽을 세우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했습니다.
세계무역기구 WTO는 2016년 우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에 합법적 무역 보복 권한이 부여된 2019년이 돼서야 관세를 철폐했습니다.
세이프 가드 조치에 대한 이번 승소 역시, 이제부터 시작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설령 미국이 세이프가드를 철회하더라도 이미 삼성·LG가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고 생산에 돌입한 뒤라 실익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또 한미 관계 특성상 미국에 보상을 요구하거나, 무역 보복 조치를 단행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심우중 /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위원 : 가전 산업 전반에서 미국이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기 때문에, 특히 코로나19 이후엔 수출 비중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처뿐인 승리'란 말,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품질로 승부를 건 삼성·LG는 미국 가전 시장에서 선두 자릴 굳혔고, 관세 장벽에 의존한 월풀은 3위로 밀려났습니다.
결국, 미국의 과잉보호 조치가 월풀에겐 '독'이, 우리 기업들엔 '쓴 약'이 된 셈입니다.
YTN 강정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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