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물불 가리지 않는 살신성인...사회 밝히는 의인들

2017.04.23 오후 07:31
[앵커]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하겠다며 몸을 아끼지 않는 의인들이 있습니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그들의 의로운 행동은 사회 전체에 교훈과 감동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김주영 기자가 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기자]
경북 상주시 인근의 한 고속도로.

화물차와 추돌한 버스에서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차체에 몸이 껴 꼼짝달싹 못하는 버스기사.

바로 그때, 두 남녀가 차례로 버스에 뛰어오릅니다.

빨간색 SUV 차량이 갑자기 바다로 돌진합니다.

가라앉는 차량을 보며 발만 동동 구르는 사람들 사이로 한 남성이 지체 없이 물속으로 뛰어드는데요.

그는 구조대원도 수영선수도 아닌 평범한 시민이었습니다.

작년 9월, 새벽 시간에 자신이 사는 원룸 건물에 불이 나자 집집마다 초인종을 눌러 사람들을 대피시킨 한 청년이 있었죠.

많은 사람을 구하고 연기에 질식해 숨진 고(故) 안치범씨를 사람들은 ‘초인종 의인’이라 부르며 애도했습니다.

얼마 전 용인에서는 주민들 가슴을 쓸어내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주민 : 굉장히 무서웠어요. 그때 당시 불길이 굉장히 치솟았으니까. 인화성 물질이 펑펑 터지기도 하고.]

한 철물점에서 발생한 화재.

당시 철물점 주인 김 모 씨가 그 안에 갇혀 있었지만 폭발 위험 때문에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그때, 옆집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장순복 씨가 불길 속으로 뛰어듭니다.

[장순복 : 아저씨가 이렇게 하늘 보고 쓰러져 있었어요. 흔들어서 깨웠는데도 그대로 쓰러져서 실신 상태더라고요. 그래서 좀 이렇게 (철물점 주인을) 들어서 나오려고 했더니 혼자서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설사 그를 혼자서 들쳐 엎는다 하더라도 나가는 길 곳곳이 화마로 뒤덮여 있어 탈출이 힘든 상황.

그 순간, 장 씨를 돕겠다며 또 다른 사람들이 달려들었습니다.

[장순복 : 당황하고 있는데 다행히 주유소 직원들이 두 명이 뛰어왔어요. 소화기를 들고. 불이 난 곳을 꺼준 거죠.]

그렇게 세 사람의 도움으로 무사히 불구덩이에서 빠져 나온 철물점 주인 김 씨.

하지만 당시 그는 기도가 막혀 있어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습니다.

[장순복 : 이쪽으로 모시고 나오니까 숨을 안 쉬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어요. 한 1분정도 집사람이 먼저 하고 제가 또 했는데, 한 1분 정도 하다 보니까 눈을 뜨더라고요.]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에 벌어진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응급 구조 조치 덕분에 김 씨는 다행히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비록 구조 과정에서 장순복 씨는 2도 화상을 입어 치료 중이지만 그날의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장순복 : 위에서 불이 타고 있었지만 아저씨가 쓰러져 있는 그런 상황이었으니까. 제가 봤을 땐 누구도 그 상황이면 다 들어갔을 것 같아요.]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사람을 구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요즘 같은 각박한 시대에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희망을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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