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인천의 구청이 주최하는 지역 축제에 산하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들이 단체로 휴가를 내고 참석해 행사에 동원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보육 책임자들이 아이들을 돌봐야 할 시간에 외부 행사에 참석한 데 대해 어린이집 학부모들도 불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차정윤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한껏 흥이 오른 인천 화도진 축제 현장입니다.
이흥수 인천 동구청장이 마이크를 쥐고 노래를 시작하자 한복 차림의 여성들이 하나둘씩 무대에 오릅니다.
구청장 옆에서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부르는 이들은 다름 아닌 동구청이 관리하는 어린이집 원장들입니다.
[어린이집 학부모 : 학부모 입장에서는 보육권을 침해당하는 거죠. 어린이집 운영하기에도 벅찰 텐데요. 부끄러워서 얼굴을 못 봤어요.]
축제에 나온 원장들은 지역 체육회 임원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라고 해명합니다.
[인천 동구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 : 반가를 쓰고 갔는데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요. (체육회에서) 초청장을 받았으니깐 간 거죠.]
인천 동구의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 9명 가운데 지역 체육회에 가입한 원장은 모두 7명.
인천 동구 지역 체육회는 현직 구청장이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전직 어린이집 원장은 3년마다 돌아오는 위탁 재계약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는 '을의 선택'이었다고 말합니다.
[동구 국공립 어린이집 前 원장 : 구청에서 전화가 왔었고요. 처음에는 거절했는데 다시 또 요청이 오고 국공립 원장님들이 다 참여하기로 돼가니깐, 나만 빠질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국공립 어린이집은 다 참여하라는 식이니깐 부담이 됐던 거죠.]
다른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들은 이런 상황이 일반적이진 않다고 지적합니다.
인천시 체육회 가운데 이처럼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들이 상당수 임원에 가입돼있는 곳은 동구밖에 없습니다.
[전국 국공립 어린이집 연합회 관계자 : 다른 지역에서는 어린이집 연합 행사에 구에서 나와서 지원하거나 도와주기는 해도 구청 행사에 원장님들이 동원되진 않아요. 체육회에 굳이 가입할 계기가 (없었고) 저희는 그런 얘기를 들은 건 없었거든요.]
이에 대해 구청 측은 원장들의 축제 참석이나 체육회 가입 과정에서 강요나 강압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인천 동구청 관계자 : 원해서 가입했을 수 있고 원하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하셨을 수도 있고 그거는 개인의 생각이고 그런 부분이잖아요. 저희가 꼭 무조건 해야 한다고는 사실 그렇게까지는 (안 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국공립 어린이집의 재계약 결정권을 쥐고 있는 구청이 원장들을 상대로 갑질을 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면서, 적절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YTN 차정윤[jycha@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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