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장애와 가난에 시달리다가 홀로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한 장례식이 3일 동안 치러졌습니다.
조문객들은 반복되는 고독사는 부실한 복지제도 탓이라며 이는 '사회적 타살'과 다름없다고 개탄했습니다.
이준엽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어떤 장례식입니다.
이름도 얼굴도 없는 영정 두 개가 놓여 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를 위해 향을 피우고 꽃을 바쳤을까요?
지난 8일 서울 월계동 터널 앞에 주차된 차에서 50대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집이 없어 차에서 살던 A 씨는 기초생활보장 심사를 두 달째 받고 있었습니다.
지난달 29일에는 서울 홍은동 옥탑방에서 뇌병변 장애인 B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B 씨는 기초생활수급이 끊기는 게 두려워 새벽에 몰래 마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돈이 없거나 장애를 앓는 이들이 사회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홀로 죽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보다 못한 장애·빈곤 활동가들이 이들을 추모하는 '합동 사회장'을 열었습니다.
[김윤영 /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 분배에 실패한 사회의 결과로 가난한 이들의 죽음을 치르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음을 모으자는 취지로….]
식장을 찾은 이들은 이런 고독한 죽음이 코로나19 이전부터 반복된 무관심이 낳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권달주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위원 : 똑같은 인간의 존엄을 갖고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죽어가야 합니까? 사회의 타살이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장례 기간 3일 동안 300여 명이 추모위원으로 등록했고 기리는 글도 남겼습니다.
장례 위원회는 명단과 메시지를 모아 복지제도 전반을 손봐달라는 서한과 함께 청와대와 유력 대선주자들에게 보냈습니다.
[정성철 /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 가난한 사람들의 필요와 현재 삶의 질을 낮추는 결정을 반복하는 정책이….]
무명씨들의 죽음.
사회는 뒤늦게 애도해보지만 살아 있을 때 돕지 못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YTN 이준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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