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영상통화 멈추자, 심장도 멎는 줄"...재한 튀르키예인들의 심경

2023.02.09 오전 05:42
[앵커]
우리나라에 사는 튀르키예인은 1,500여 명으로 집계되는데요,

이들은 9천㎞ 떨어진 고국의 지진 소식에 비통해하면서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모두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준엽 기자가 재한 튀르키예인들을 만나봤습니다.

[기자]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에 조기가 내걸렸습니다.

먼 한국에서 대지진이 덮친 조국을 걱정하는 튀르키예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수도 앙카라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메르베 괙멘 씨는 지진 소식을 들은 뒤로 통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튀르키예인들의 SNS 단체 대화방에도 불이 났습니다.

잠시만 눈을 돌려도 대화 수백 개가 쌓이고, 안타깝고 간절한 마음도 모입니다.

[메르베 괙멘 / 튀르키예인 유학생 : 휴대전화만 계속 확인하고 무슨 새로운 소식 있는지, 좋은 정보나 전달할 게 있으면 한국 사는 튀르키예 사람들한테도 전달하고. (그런데) 또 여기서 해야 할 게 있어서 아 정신 차려야겠다….]

튀르키예에 있는 남자친구는 구호 작업을 위해 지진이 발생한 현장으로 떠난다고 합니다.

피해 상황을 담은 1분짜리 영상 한두 개를 보내는 데 4시간이 걸릴 정도로 모든 것이 무너져내린 곳입니다.

잘 돕기를 바라는 마음과 걱정하는 마음이 뒤섞입니다.

[메르베 괙멘 / 튀르키예인 유학생 : 제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고, 현지에 있는 친구·지인들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항상 가지고 있고… 그 지역에 보내기는 좀 걱정스럽긴 한데, 또 도움이 됐으면 해서.]

데프네 딘잘 씨도 지진 소식을 처음 들은 순간이 생생합니다.

첫 번째 강진 이후 부랴부랴 영상통화로 가족의 안부를 물었는데,

갑자기 어머니 뒤에 있던 동생이 "또 흔들린다"고 소리 지른 뒤 영상은 멈췄습니다.

두 번째 강진이 찾아온 겁니다.

통신이 끊긴 몇 분 동안 딘잘 씨의 심장도 멎는 듯했습니다.

[데프네 딘잘 / 튀르키예인 유학생 : 영상통화도 잠시 중지되고,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몇 분 뒤에, 가족들이 다 같이 나와 있는 걸 또 보고. 그런데 나와 있어도 무서워하는 그 표정이, 계속 (생각나더라고요.)]

가족은 다행히 무사했지만, 가볼 수 없는 자신이 한국에 갇혀 버린 것 같습니다.

[데프네 딘잘 / 튀르키예인 유학생 : 우리는 지금 너무 힘든 상황이고, 도움이 필요하다. 다 같이 도와줘야 한다. 영향력이 있는 팔로워가 많은 사람에게 직접 메시지도 많이 보냈어요.]

이역만리에서 피해를 알리는 동시에, 닥치는 대로 도움을 요청하는 튀르키예인들.

지금 가장 절실한 전문 구조대를 발 빠르게 보낸 한국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첼야 야우즈 / 튀르키예인 통역사 : 전문 구조대원 155명이 나가셨다고 들었는데… 그런 지원이 만약 대한민국을 통해 나가게 된다면 형제의 국가로 또 알고 있기에 튀르키예 입장에서는 훨씬 더 뜻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산산조각이 난 인프라를 재건하기까지 앞으로 추위 속에서 버티려면 더 많은 게 필요합니다.

[리제프 아큰 / 튀르키예인 사업가 : 전문 구조대원과 의료진이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에 지원하시면 대사관에서 인정한 전문가들이 터키항공을 통해서 튀르키예로 바로 이동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어 놨습니다.]

국민의 6분의 1이 지진 피해 영향권에 든 튀르키예.

주한 대사관은 구호물품을 모아서 매일 고국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YTN 이준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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