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전봇대 곳곳에 자리 잡은 까치집으로 인해 정전사고가 잇따랐습니다.
까치 산란기인 봄이면 둥지 짓기가 더 활발해져 관계 당국이 제거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박정현 기자입니다.
[기자]
전봇대 위 고압전선 사이로 빼꼼히 보이는 까치둥지.
장비를 이용해 위로 올라간 작업자 손에 해체돼 우수수 떨어집니다.
4∼5월 산란기를 앞두고 집을 지으려는 까치와, 집을 부수려는 한국전력이 매년 초 벌이는 신경전입니다.
까치는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높은 전봇대 위를 집터로 고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화근입니다.
집 재료로 물어온 철사 등 금속류가 고압전선에 닿으면 급격히 많은 전류가 흐르게 되고, 정전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전은 봄마다 둥지를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작업에 나서지만, 까치가 같은 곳에 다시 새 둥지를 만드는 경우도 많아 헛수고가 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정영균 / 한전 고양지사 차장 : 산란기가 오면서 까치들이 활발하게 둥지 짓기 시작해서 매일 매일 현장 나가서 조류 순시를 하고 있습니다. 한 군데 반복적으로 조류 둥지를 조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지난 3년 동안 발생한 정전 사고의 5%가 까치집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최근 경기 부천에서 2백여 세대, 이천에서 9백여 세대에 전기가 끊긴 것 역시 까치집이 원인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근원은 까치가 집을 지을 만한 큰 나무가 도심에서 사라진 데 있습니다.
까치로서는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려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전봇대 위에 둥지를 틀 수밖에 없는 겁니다.
[박병권 / 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 : 까치가 좋아하는 환경에서 사는, 높은 크기를 갖는 나무들을 너무 심하게 가지치기를 하기 때문에…. 집을 짓는 위치였던 나무가, 주택 시설이 들어설 자리가 없어지면서 벌어진 일이에요.]
예로부터 좋은 소식이나 반가운 손님을 부르는 길조로 여겨졌던 까치.
이제는 정전의 주범으로 지목되며 봄철 골칫거리 신세로 전락한 가운데, 까치에게 집다운 집을 돌려주는 것도 인간의 숙제로 보입니다.
YTN 박정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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