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YTN24] 경찰, '집시법 위반' 민주노총 건설노조 압수수색

2023.06.09 오후 07:32
■ 진행 : 함형건 앵커
■ 출연 : 허주연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24]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주요 사건·사고 소식, 허주연 변호사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앞서 전해 드렸습니다마는 경찰이 민주노총 건설노조 사무소에 대해서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강제수사에 나선 건데요. 건설노조 측이 격렬히 항의했지만 수색을 강행했더라고요. 그 배경을 다시 한 번 짚어볼까요.

[허주연]
일단 건설노조집회 5월 들어서만 3번 있었고 그리고 5월 16일, 17일에 있었던 것은 1박 2일, 이른바 노숙집회라고 하면서 굉장히 논란이 많이 됐습니다. 이 집회, 시위. 여기에 대해서 불법성 여부에 대해서 경찰이 보는 것과 노조 또 집회 시위 참석자들이 보는 것이 시각이 다른 부분으로 보이는데요. 지금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말씀드린 1박 2일 노숙집회인데 이때 오후 5시까지 하도록 당초 신고가 됐고 그 이후에는 이태원 참사 추모제로 이어간다, 이렇게 얘기가 됐었어요.

그런데 추모제라고 하는 것은 집시법상 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 관혼상제라든가 문화라든가 축제라든가 이런 경우에 해당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 노조 측에서는 이게 신고된 내용대로 이행되지 않은 게 없다. 그래서 합법적인 부분이다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고 경찰 측 입장에서는 사실상 문화제가 아니라 집회인데 이걸 어떻게 보면 꼼수를 써서 제한을 회피한 것이 아니냐, 그렇기 때문에 불법성이 있는 부분이다, 미리 신고된 내용과 다르다, 이렇게 보고 있는 상황이고요.

거기에 더해서 도로를 불법 점거해서 도로법 위반 사항이 있다라든가 아니면 광장에서 지금 1만 4000명 정도가 돗자리를 깔고 노숙을 했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서 지금 서울시가 공유재산법 위반으로 고발한 상태입니다. 그 부분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중인데 주요 혐의를 들여다보면서 남대문경찰서에서 장옥기 건설노조위원장 포함해서 두 명 간부를 입건을 했어요. 그리고 계속해서 출석 요구를 했는데, 한 세 차례 정도 출석 요구를 했는데 지금 이 간부들은 고 양회동 씨 분신 노동자분 장례 절차를 마치고 나서 출석하겠다라고 하면서 사실상 소환에 불응한 상태거든요. 그래서 결국 강제 수사로 전환을 하고 오늘 아침 8시부터 압수수색을 이어간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경찰이 나와서 조사를 받아라. 그런데 불응했단 말이죠. 하지만 그 장례식만 마무리만 되면 나가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경찰이 애시당초 체포 가능성을 열어놨습니다마는 앞으로 체포까지 갈지, 그건 지켜봐야 되는 상황이겠죠?

[허주연]
그렇습니다. 일단 오늘 압수수색을 하고 증거물을 어느 정도 확보한 상황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증거 조사 부분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고요. 그리고 사실상 소환에 두 번, 세 번, 완벽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마는 두세 번 이렇게 소환에 불응을 하게 되면 체포 가능성이 열리게 됩니다.

하지만 거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도 결국에는 판단을 해야 하는 부분인데요. 장례식이 일단 끝났기 때문에 그 이후에 만약에 소환에 응하겠다라고 하고 소환 일정을 적극적으로 조율한다면 체포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압수수색을 통해서 경찰이 장옥기 위원장 컴퓨터, 업무수첩, 집회계획서 등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경찰이 확인하려고 하는 겁니까?

[허주연]
그러니까 지금 대규모 집회의 특성상 뭔가 객관적인 증거로, 왜냐하면 참여한 사람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그렇다면 주최자가 있을 것이고 질서 유지인이 있을 것이고 단순 참여자 이렇게 여러 가지 역할들이 있을 것인데 이런 대규모 집회의 특성상 객관적인 증거로 인해서 예를 들면 의사결정 과정에서 불법적인 행위를 어디까지,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는지를 일단 판단해야 할 거고요.

그리고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다고 하면 그 부분을 주도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주도의 증거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누가 가담을 해서 집회 시위 과정 중에 계획이 바뀌었을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그래서 당초 신고 내용과 달라진 부분에 대해서 얼마만큼 가담을 했고 어느 정도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 이렇게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보이고요.

그리고 어쨌든 그냥 단순 가담자 중에서도 만약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람이 있다라고 하면, 불법행위가 있다라는 전제하에요. 가담한 사람이 있다고 하면 그 부분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피의자를 특정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사무실을 강제로 압수수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일반적으로 봤을 때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집시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이게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있던데.

[허주연]
일단 집시법 위반으로 압수수색을 아예 하지 않았고 이게 첫 번째 사례인 것은 아닙니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걸로는 광우병 관련해서 촛불집회가 있었을 때 한국진보연대사무실을 강제 압수수색했던 사례가 생각이 나거든요. 대규모 집회의 특성상 가담한 사람이 굉장히 많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증거 자료나 혐의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위해서 법원에서 적법 절차에 의해서 발부한 영장을 통해서 압수수색 절차가 진행이 될 수는 있다고 봅니다.

또 소환에 불응한 점도 아마 참작이 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만 이런 압수수색 같은 강제수사가 어떤 법적인 목적을 달성하려는 범위를 벗어나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 자체를 제한하거나 건설노조가 말하는 것처럼 탄압하는 범위까지 가서는 안 되는 거겠죠. 거기에 대해서 지금 노조 측에서는 노조에 대한 탄압이다, 그다음에 집회 시위 자유의 억압이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집회와 시위의 자유, 이거는 우리 다 알다시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기도 해서요. 이건 원칙적으로는 허가의 대상이 아닌 거죠. 신고하고 집회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건데. 하지만 그것이 무한정 주어지는 자유는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제한을 가할 수도 있다라는 건데 그게 최소한 제한을 가해야 할 텐데 말이죠. 결국에 법 적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인 것 같아요.

아까 말씀하신 불법 시위의 기준, 경찰이 눈여겨보고 있는 그런 여러 가지 사안들을 보면 이를테면 문화제 말씀하셨는데 집회나 시위를 하는 도중에 그러면 참가자들이 노래를 부르면 문화제가 돼버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기준을 어떻게 설정해야 될까요?

[허주연]
이게 문화제다, 아니면 우리 집회다, 무슨 시위다. 이렇게 해서 행사의 이름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니고요. 우리가 시위라고 하는 것은 여러 명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위력을 보여서 불특정다수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모임. 이것을 시위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하면 시위를 하면서 노래를 부를 수도 있는 것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노래를 부르는 행위 하나만 가지고 이것이 문화제다, 아니면 집회다, 시위다. 이렇게 단순히 나누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행사의 내용과 계획대로 신고된 내용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진행된 내용 같은 것도 같이 따져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신고된 내용과 전체적인 성격을 봐서 종합적으로 판단을 할 것이다. 가령 교통 흐름을 방해한다든가 출퇴근 시간대와 겹쳐져버린다거나 이런 것도 경찰이 눈여겨보고 있는 지점 같은데 과거에는 이렇게 엄격하게 대응하지 않았던 기간도 꽤 되지 않았습니까?

[허주연]
그렇죠. 사실상 그동안 집회 시위의 자유가 정부의 성향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하는 얘기들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는데요. 항상 자유와 자유가 충돌하는 것은 그 지점을 찾는 것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집회 시위의 자유, 물론 당연히 보장이 돼야 하지만 반대로 또 사생활의 평온과 안정을 누릴 자유. 또 자유롭게 도로와 교통을 이용할 자유, 이런 것들도 보장이 되어야 되는 것이고 그리고 집회 시위의 자유를 제한할 때는 필요 최소한도로 해야 되는 것이고 그리고 어떤 자유를 행사할 때도 거기에 따른 의무가 따르는 것이거든요. 예를 들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큰 소음을 내서 아주 큰 불편을 준다든가 이런 것들도 문제가 되니까 소음 규제 같은 것도 하는 것이고요.

그리고 또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에 보면 미리 목적이나 일시, 장소, 방법 이런 것들을 집회 48시간 전까지 허가가 아니라 신고라고 하더라도 신고서로 제출을 하도록 되어 있고 거기에서 명백하게 일탈이 됐다라고 하면 그 부분에 대해서 해산명령을 내릴 수 있고 불응하는 경우에 처벌하는 조항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말씀드린 것처럼 질서유지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에도 이 집회 시위의 자유에 제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논리에서 해산명령을 할 수 있고 마찬가지로 불응하면 처벌하는 규정이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 이 사건 같은 경우에도 바로 그런 부분들 때문에 경찰과 노조가 충돌하고 있는 부분이고요. 이 부분은 결국에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이라는 게 법률용어입니다마는 현실적으로 봤을 때 주관적인 판단도 들어갈 수밖에 없는 부분이어서. 그리고 이를테면 흉기나 무기 같은 것으로 위협을 한다든가 명백하게 가해를 할 것이라는 경고가 있었다든가. 그러면 상황을 참작할 수 있겠습니다마는 현실적으로 봤을 때 정치적인 공방으로도 이어지는 부분들이 있기는 있는 것 같습니다.

좀 더 지켜봐야 될 것 같은데요. 지금 헌재의 법 조항을 보면 헌재의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도 새벽 시간대 집회에 대해서는 사실상 공백 상태 아니겠습니까, 법조항이? 그 부분은 어떻게 이해해야 될까요?

[허주연]
그게 노숙집회라고 해서 1박 2일 동안 했던 그 부분이 문제가 되는 것인데요.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리면 그러니까 지금 우리 헌법재판소에서 이 집시법 10조 이 부분이 일출, 일몰. 해가 진 이후, 일출 전까지 이걸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에 관할경찰서장이 허용을 해 준다라는 조항이 있었는데요. 2009년에 헌법재판소에서 이 조항에 대해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왜냐하면 일출 시간, 일몰 시간은 지역마다 다를 수 있고 계절마다 다를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이 너무 명확하지가 않다는 거예요.

그리고 집회시위의 내용을 말씀하신 것처럼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이 조항에 대해서 위헌성이 있다라고 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 입법으로 해결을 하라라고 했는데 결국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2014년에 다시 헌법재판소가 한정위원 판단을 내리는데요.

구체적인 내용은 밤 12시 이전의 집회는 허용할 수 있다. 그러니까 밤 12시, 자정 이전에 하는 집회를 허용하지 않고 전면 금지하는 경우에는 위헌으로 판단하는 내용이었어요. 그러니까 이 헌법재판소의 판단 내용을 종합해서 살펴보면 자정 이후의 집회에 대해서는 결국에는 입법자의 영역으로 남겨둔 상황인 겁니다. 그런데 지금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1박 2일 노숙집회가 일단 집회 시위에 맞는 것인가, 문화제가 아닌 공동의 결사를 가지고, 목적을 가지고 한 모임이 맞다면 그것이 과연 밤 12시 이후에 제한될 수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한 것도 굉장히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그 부분은 말씀하셨다시피 논쟁적인 사안으로 남아 있는 셈인데 오늘 저녁 상황도 대법원 앞에서 비정규직 단체가 야간 노숙 문화제를 예고했었고 여기에 대해서 노동계와 경찰의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고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겠죠?

[허주연]
그렇죠. 결국에는 이것이 집시법에 제한을 받는 시위, 집회 시위로 볼 것이냐, 아니면 이름처럼 즉 야간노숙문화제거든요. 그러니까 집시법상 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문화행사로 볼 것이냐. 결국에는 이것의 충돌인 것 같은데요. 주최 측에서는 당연히 문화행사라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대법원 앞에서 3년간 20차례 가까이 아무 문제 없이 진행해 온 행사인데 왜 갑자기 여기에 대해서 강제력을 행사하려고 하느냐 이렇게 주장하고 있는 건데요.

서초경찰서 측 얘기는 지금 이 야간노숙문화제가 이전에 대법원 앞에서 한 번 관련해서 또 야간문화제를 열었다가 여기에 대해서 강제해산 조치를 당했고 이 부분에 대해서 국가와 윤희근 경찰청장, 이런 분들을 상대로 지금 국가배상청구를 해놓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게 법원에 계류된 사안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공동 의견을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행사라고 해석을 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말씀드린 것처럼 여럿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위력을 보여서 기세나 이런 것들을 보여서, 이것은 법률상 적혀 있는 용어입니다. 기세를 보여서 불특정 다수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모임 아니냐. 그렇다면 이것은 명목상 문화제지만 사실상은 집회시위다 이렇게 해석을 해서 지금 또 강제해산 관련해서. 왜냐하면 신고가 들어오지 않았거든요. 신고서가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강제해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건데요. 이 부분도 결국에는 지금 건설노조 집회와 마찬가지로 결국에는 이것이 문화제냐, 아니면 집회 시위의 적용을 받는 집회 시위의 범위에 포함될 것이냐 이 부분과 관련해서 맞닿아 있는 지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노조 측은 격렬히 계속 항의를 하고 있고 정부와 경찰은 엄정 대응 방침을 계속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대치 상황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좀 더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제를 바꿔보겠습니다.

지난 2016년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사건이었죠. 필리핀 현지에서 한인 사업가가 살인됐었던 사건. 이게 한 6년 7개월 만에 법원의 판단이 나왔어요, 필리핀 법원의 판단이 나왔는데 실형 선고가 됐죠. 일단 사건 내용을 정리해 봐야 될 것 같습니다.

[허주연]
사건 상당히 오래됐습니다. 2016년 10월에 필리핀에서 한국인 사업가 지익주 씨가 납치,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경찰청 마약단, 현지 경찰청 마약단속국 소속 정보원이, 그리고 또 국가수사청 소속 정보원 2명이 이 지익주 씨를 납치해서 본인의 차량에 강제로 태운 뒤에 심지어 경찰청 마약단속국 주차장에 데리고 가서 이 지 씨를 살해를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자신들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서 화장장에서 화장을 한 다음에 위조된 사망증명서를 제출한 뒤에 시신을 소각을 해버립니다. 그리고 지 씨의 유해를 화장실에서 처리한 이런 끔찍한 행동까지 해버리거든요.

그런데 지금 이 사건이 시신이 없는 살인사건이잖아요. 그래서 이게 미궁에 빠질 뻔했습니다. 그리고 현지 경찰관이 연루돼 있는 범죄다 보니까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보여요. 그런데 2017년 1월 사건이 발생하고 서너 달 뒤에 화장장 업주의 사무실에서 지 씨 소유의 골프채가 발견이 되면서 수사에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고 이것이 방송에 또 나오기 시작하면서 굉장히 이슈가 됐어요. 그리고 또 맞물려서 이웃 주민이 촬영한 납치 현장 영상을 또 찾아냅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이것이 수사가 진행이 되고 재판에 넘겨졌는데 재판 진행 과정에서는 이 두 사람, 경찰관과 정보원. 두 사람뿐만 아니라 그 윗선의 관련성 이런 것들이 의혹이 나왔었거든요. 그러니까 상납을 받는 윗선의 존재가 드러난 건데 마약단속반 팀장이었어요. 그래서 고위직으로 이렇게 사건이 번지니까 필리핀 법무부 장관 측에서 한국 조직폭력배 중에 지익주 씨의 적이 있었고 그 사람이 현지 경찰관을 고용해서, 사주해서 이런 살해 행각을 벌인 거다. 우리 고위직들과는 관계가 없다, 이렇게 선을 긋는 그런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다수의 한국인들이 살인용의자로 체포가 되서 재판에 회부가 되기도 했었거든요. 그렇게 계속 재판이 길게 진행되다가 거의 6년 7개월, 거의 7년 만이죠. 납치, 살해한 2명의 주동자. 경찰관과 정보원에게 무기징역형이 선고가 됐습니다.

[앵커]
말씀하셨다시피 필리핀 현지 경찰이 개입된 사건이었고 한인 사업가 자택에서 납치를 해서 굉장히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는데. 게다가 경찰청 주차장에서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도 참 믿기지 않는데요. 그런데 그동안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까, 첫 선고가 나오기까지. 6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는데도 결과를 보면 아직도 밝혀야 할 부분들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허주연]
제일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의 범행 동기가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유족인 지 씨의 아내도 범행 동기가 규명되지 않았으니까 무기징역형 처벌받는 것이 그나마 소기의 성과라고 볼 수 있겠지만 큰 의미는 없다. 왜냐하면 진상규명이 되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렇다고 하면 결국에는 의심스러운 필리핀 내부의 부패 덩어리, 윗선들에 대한 수사까지 결국에 이어지지 않은 것이고 꼬리 자르기로 사건이 그냥 유야무야 끝나는 것이 아니냐, 이런 의혹들을 지금 필리핀 한인사회와 유족이 강하게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리고 6년이나 지금 재판이 걸린 이유도 경찰이 범인이었잖아요. 그래서 아무리 얘기해도 수사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때 당시 우리 대사관도 크게 도움을 주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요, 이슈가 되기 전까지는. 왜냐하면 지 씨의 아내가 신변보호 요청을 했는데 현지 경찰관에 요청을 해 달라고 얘기를 했었어요. 그런데 현지 경찰관이 또 관련돼 있다 보니까 자꾸 돌고 도는 그런 형태를 취했던 것 같고. 그러다가 이슈가 되니까 두테르테 대통령이 반드시 범인을 색출해서 최고형을 선고하겠다. 이렇게 얘기를 해서 더 이슈가 됐던 사건이고. 재판이 시작되고 난 이후에도 서류 미비 이런 약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들로 계속해서 지연이 되고 핵심 용의자가 보석으로 풀려났다가 다시 용의자가 혐의를 부인하고 이런 굉장한 과정들을 거쳐서 6년 가까이 재판이 진행됐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씀드린 것처럼 범행 동기,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결국에는 지금 유족들에게 마음의 한으로 남아 있게 된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됩니다.

[앵커]
일반적으로 살인사건이라고 하면 범행 동기가 밝혀지지 않으면 진상규명이 안 된 걸로 우리가 이해를 할 텐데요. 필리핀은 법 제도가 다른가 보죠?

[허주연]
제가 필리핀 현지 법에 대해서 완벽하게 잘 아는 것은 아닙니다마는 지금 확인하기로는 필리핀 헌법에 보면 국가면책조항이라는 게 있어서 국가가 동의하지 않으면 정부나 대통령을 피고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되어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국가가 동의를 당연히 안 하겠죠, 이런 경우에는. 외교적인 문제도 관련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규명이 제대로 안 됐다고 해서 항소심이 진행된다고 해도 또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 것이고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도 사실상 제가 봤을 때는 거의 없는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항소심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사실 진실을 규명한다는 것이 참 쉽지는 않은 사건이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앵커]
항소심에서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필리핀의 치안이 상당히 열악한 걸로 우리가 이해를 하고 있고요. 지난 10여 년 동안, 2012년 이후에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인 살해사건이 57건, 사망자가 63명. 이 정도면 과연 치안이 제대로 경찰 사법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갈 정도인데요. 이번에 그래도 실형 선고가 나와서 사회적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보십니까?

[허주연]
그나마 무기징역형이 선고가 됐다는 것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처럼 필리핀 사회에도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경각심을 울릴 수 있는 그런 부분이 되지는 않았나, 메시지가 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들고요. 특히 필리핀 내부에서 한인들이 굉장히, 특히 사업하는 분들이 금전적으로 여유롭다, 이런 것들 그리고 가해를 한다 하더라도 필리핀 내부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특히 현장에서 치안을 담당해야 하는 경찰관들까지 이렇게 연루가 됐다는 것은 굉장히 부패가 깊이 진행되어 있다는 얘기거든요. 현장에서 이런 것들을 단속하고 처벌해야 하는 경찰관들이, 잡아야 하는 경찰관들이 지금 이런 문제에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에 필리핀 현지의 치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고요. 그런 부분은 필리핀 현지 당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자국민 보호를 위해서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허주연 변호사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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