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성범죄자는 재범 방지 차원에서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을 비롯한 일부 직종에 취업이 제한됩니다.
다수와 접촉이 많은 업종도 여기에 포함되는데, 업종마다 제한 기준이 뒤죽박죽이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임예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6월, 교제하던 남성이 함께 성관계하는 모습을 몰래 사진으로 찍었다는 걸 알게 된 A 씨.
남자친구의 휴대전화에는 다른 여성들의 신체와 성관계 장면도 사진과 영상으로 저장돼 있었습니다.
[A 씨 / 불법 촬영 피해자 : 너무 당당하게 그냥 '예뻐서'라고 미안한 기색도 없이. 하필 제가 뒷모습이어서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만약에 제 얼굴이 나왔거나 동영상이었으면 지금은 회사 다니고 있는데 회사도 아마 못 다녔을 것 같은….]
곧바로 이별을 통보한 A 씨는 경찰에 남성을 고소하고 휴대전화 번호도 바꿨습니다.
그러나 택배 기사인 남성이 A 씨 사무실이 있는 동네 배송을 맡는 데다, 집 주소도 알고 있어서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A 씨 / 불법 촬영 피해자 : 회사에 오면 그 사람이 택배 기사로 일하니까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는 그 불안감 때문에 점심시간에 밥도 잘 못 먹고 자꾸 구토하고….]
택배 업체에 남성의 담당 구역을 바꿔 달라고 요구해 받아들여졌지만, 새로 일하게 된 곳 역시 A 씨 회사에서 2.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택배사 측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A 씨의 전 남자친구를 해고하는 것도, 아예 다른 지역으로 근무지를 옮기는 것도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더구나, 불법 촬영 범죄로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택배 업무에서 강제로 배제할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택배 기사에게 적용되는 화물자동차법에는 카메라 등을 이용한 성범죄자의 근무를 제한한다는 내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불법 촬영으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 택시를 몰 수 없는 것과는 다릅니다.
또, 배달 기사 자격을 다루는 법률엔 성범죄자의 종사를 막는 규정이 아예 없습니다.
모두 불특정 다수와 자주 접촉하는 일인데도, 성범죄자 취업 제한 여부는 개별법에서 규정하다 보니, 업종마다 상황이 제각각인 겁니다.
성범죄자가 일할 수 없는 아동·청소년 시설을 명시한 청소년성보호법처럼, 성폭력처벌법에도 취업 제한 업종을 한꺼번에 정리해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은의 / 성범죄 전문 변호사 : 한눈에 볼 수 있게 성폭법(성폭력처벌법) 안으로 가져오고 부수 처분으로 명확하게 해주면, 이 일에 종사하려고 하는 사람 입장에서나 이런 업무를 이용하는 국민들 입장에서나 훨씬 더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알 수 있고 좀 안도할 수도 있고….]
재범 방지라는 성범죄자 취업 제한 제도의 취지를 달성하려면, 일관된 기준을 세우고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YTN 임예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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