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달 공사 중인 경기 양주시 도로를 달리던 오토바이 운전자와 동승자가 사고로 숨졌습니다.
경찰은 운전자의 과속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데, 유족은 공사 현장의 안전 관리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사고가 났다고 주장합니다.
제보는 Y, 우종훈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달 31일 새벽,
곡선 구간을 달리던 오토바이가 급히 방향을 틀더니 도로 한가운데 공사장 안전 시설물을 들이받습니다.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2명은 그대로 튕겨 나가 전봇대에 부딪혔고, 어깨와 머리를 심하게 다쳐 모두 숨졌습니다.
경찰은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은 운전자가 시속 40km 구간 도로에서 과속했는지 살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운전자의 유족은 사고 원인이 공사 현장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안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인명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겁니다.
[양태근 / 오토바이 운전자 아버지 : 얘가 이제 중심을 잃고 도로 쪽으로 가까이 오다가 이 안전 펜스를 충돌하게 된 사건이거든요.]
유족들의 주장이 근거가 있는지 당시 사고 현장 상황을 자세히 찾아봤습니다.
사고 다음 날, 유족이 현장을 다시 찾아보니 커브 길로 진입하는 차선이 도로 중앙 공사장 안쪽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또, 공사장 앞에서 차선이 뚝 끊기는 데다가 급회전 구간이라 사고가 났을 때처럼 새벽엔 어디로 가야 할지 더 알기 어렵습니다.
도로를 점용해 공사할 때 노면의 기존 표시를 완전히 없애야 한다는 국토교통부의 '도로 공사장 교통관리지침'에 어긋납니다.
실제로 인명 사고 이후에야 뒤늦게 차선을 새로 그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고 당시 차선은 이처럼 흔적만 남아있고, 현재는 보시는 것처럼 차량들이 제대로 주행할 수 있도록 방향 표시가 새로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사고가 난 공사 현장의 차선이 문제가 된 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전력은 경기 양주시로부터 도로 점용 허가를 받아 2년째 송전선로 공사를 하고 있는데,
주민들은 차선에 대한 안전 문제를 지적해왔고, 결국 지자체가 지난 3월 펜스 주변 차선을 새로 칠하라고 공문까지 보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주민 : 그전에는 이렇게 (차선 도색) 안 하고 그냥 펜스만 치고 하고 이런 식으로 했어요. 또 이 구간에서 사고도 몇 번 났고 그래서 늘 우리 주민들은 위험을 안고 살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찰이 과속 여부만 따져 수사를 끝내려 한다며 유족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양태근 / 오토바이 운전자 아버지 :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조사가 철저히 진행되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과속으로만 몰고 가는 (것을 납득할 수 없습니다.)]
경찰은 사고 직후 현장에서 공사 관계자를 한 차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며, 과속 여부를 먼저 살핀 뒤 이후 따져볼 문제란 입장입니다.
경기 양주시는 차선 도색을 권고할 수는 있어도 관리 책임은 한전에 있다는 입장이고, 한전은 안전조치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유족은 차선폭 감소 표시나 위험 표지판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도로 공사 관계자들에게 유죄가 선고된 판례를 근거로 검찰 수사를 요청할 계획입니다.
YTN 우종훈입니다.
촬영기자 : 윤지원
그래픽 : 지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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