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선정 올해의 단어 '리즈(rizz)'
옥스퍼드 영어 사전을 발행하는 옥스퍼드대학 출반부가 2023년 올해의 단어로 '리즈(rizz)'를 선정했습니다.
리즈는 영미권 MZ 세대 또는 알파 세대가 사용하는 단어로 '이성을 끌어당기는 매력'이라는 의미입니다. 단순히 외모가 빼어나다는 뜻보다는 스타일 등 '숨겨진 매력'이 있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많이 사용되는 '리즈'의 어원은 카리스마(charisma)의 중간 부분 'ris'를 떼어낸 것이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한편에선 로맨식 카리스마(romantic charisma)의 준말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리즈'는 동사의 형태로도 사용되는데 '리즈 업(rizz up)'이라 말하면 누군가를 매료시키다 또는 유혹하다는 뜻입니다.
전문가들은 한 단어가 한 품사(명사)에서 다른 품사(동사)로 확장하는 것은 그 단어가 어느정도 지속력을 가질 수 있다는 지표라고 말합니다.
이 단어는 유튜브와 트위치의 인기 스트리머인 카이 세나트가 2021년 처음 사용했고, 영화 스파이더맨의 주연 배우 톰 홀랜드가 올해 6월 인터뷰에서 사용하면서 유행했습니다. 홀란드는 인터뷰에서 "저는 리즈가 전혀 없어요. 리즈가 제한적이죠"라고 말했습니다.
옥스퍼드의 데이터에 따르면 홀란드의 발언 이후'리즈'의 사용량이 온라인 등에서 전년보다 15배 증가했습니다. 또 틱톡에선 '리즈'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들의 조회수가 수십억 건에 이르렀습니다.
'리즈 시절'의 원인이 된 앨런 스미스
■당신이 아는 단어 리즈(Leeds)
그런데 '리즈'라는 단어 국내에선 다른 의미로 꽤 익숙한 표현입니다. 과거의 전성기를 지칭하는 은어 '리즈 시절'의 리즈와 동음이의어입니다.
우리가 쓰는 '리즈 시절'의 리즈는 사실 해외축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던 은어에서 파생됐습니다. 시초는 박지성이 맨유에서 활약하던 시기, 팀내 경쟁자였던 앨런 스미스(Alan Smith)를 평가하던 표현에서 유래했습니다.
당시 스미스가 맨유 이적 이후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일부 축구팬들이 스미스가 전 소속팀 리즈(Leeds) 유나이티드 시절엔 잘 했다는 평가를 인터넷 게시판에 남겼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유럽축구가 국내에 거의 중계되지 않던 시절이어서 앨런 스미스의 소위 리즈 시절을 아는 사람이 매우 적었습니다.
이에 앨런 스미스를 잘 알지 못하면서 아는체 하는 일부 팬들을 비꼬기 위해 리즈와 관계 없는 선수에게도 리즈 시절 대단했다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습니다.이후 사용 빈도가 늘어나고 범위가 확장되면서 축구 커뮤니티를 넘어 예능 등 방송에서도 '리즈 시절'이란 표현이 사용됐습니다.
옥스퍼드가 선정한 '리즈'든 우리가 사용하는 '리즈'든 인터넷에서 발원했다는 건 공통된 특징입니다. 인터넷 문화에서 파생된 단어와 문구가 점점 더 일상 언어의 일부가 되고 있다는 건 분명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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