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처벌 가능성 높으니 돌아와 대화하라"...'의사 파업' 선배의 호소

2024.02.23 오후 02:00
ⓒ YTN
과거 대한의사협회(의협) 집행부로 근무하며 정부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냈던 권용진 서울대학교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가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에 대해 성급한 행동이었다며, 병원으로 돌아와 정부와 대화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23일 권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 정부가 이날 오전 8시를 기해 보건의료재난 경보단계를 위기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끌어올리면서 행정처분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권 교수는 "위기단계 격상은 정부가 상당한 수준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되므로 강력한 행정처분을 빠르게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것은 협박이 아니고 단지 사실일 뿐이고, 여러분 중 상당수가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행정처분은 기록에 남아 향후 의업을 그만둘 때까지 따라다니게 된다"며 "우리나라 의사 면허를 가지고 해외에 취업하려는 경우 서류에 '의료법에 의한 행정처분'이 남아 치명적인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20여 년간 의료계 투쟁에 앞장섰다는 분들은 형사처벌은 받았지만, 김재정 회장과 한광수 회장 두 분을 제외하고 의료업에 대한 제한은 받지 않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고 했다.

국내 법체계상 사직이 인정돼도 '의료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헌법 제36조 제3항'에 국가의 보건 책무를 명시하고 있는 국가"라며 "명시적 조문이 없다면 업무개시명령이 국가가 의사들의 직업선택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위헌소송에서 승소 가능성이 높겠지만, 이 조항 때문에 이길 확률은 낮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근로기준법·민법상 해석'으로도 불리한 상황일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달라는 당부도 남겼다. 그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사직서 제출 후 바로 병원에서 나갔다는 점이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며 "단순한 사직으로 해석되기보다, 목적을 위한 행위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아 의료법상 행정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직업적 윤리'를 언급하기도 했다. 권 교수는 "의사로서 전문성에 대한 법적·사회적 처우는 면허를 받은 개인의 행동을 무한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여러분이 사직서를 제출하자마자 병원을 떠난 것은 의협의 의사윤리 지침에도 있는 '숭고한 사명의 수행을 삶의 본분으로 삼고 있는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분이 환자 곁을 떠나는 것을 부추기거나 격려했다면 그분들은 여러분을 앞세워 '대리 싸움'을 시키고 있는 비겁한 사람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 상황은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근무지 무단이탈'에 해당할 수 있다며 거듭 우려를 표했다.

권 교수는 "의업을 포기한다면 여러분의 선택이겠지만, 계속 의업에 종사하고 싶다면 최소한 의사로서 직업윤리와 전공의로서 스승에 대한 예의, 근로자로서 의무 등을 고려할 때 여러분의 행동은 성급했다"며 "성급한 행동으로 여러분 개인에게 큰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어 "진정으로 의업을 그만두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일을 마무리하고 정상적인 퇴직 절차를 밟고 병원을 떠나시기를 바란다"며 "투쟁하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내용을 깊이 있게 파악하고, 정부가 고민하는 국가의 문제들에 대한 더 나은 정책 대안을 갖고 정부와 대화하시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권 교수는 일반의이자 '의료법학'을 전공한 법학박사로, 2000년 의약분업에 반발하는 의협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 총괄간사를 맡았다. 이후 의협 대변인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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