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경규 씨가 출연하는 유튜브 콘텐츠가 진돗개 혐오 및 무단 촬영 논란에 휩싸이자, 해당 콘텐츠 제작진이 사과했다.
10일 이 씨가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 '르크크 이경규'는 1990년대 인기를 끈 예능 프로그램 '양심 냉장고' 포맷에서 착안한 '존중 냉장고'의 첫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존중 냉장고는 '존중'을 주제로 제작한 콘텐츠로, 첫 공개된 에피소드에서는 이 씨가 펫티켓을 잘 지키는 견주와 반려견을 찾는 모습이 그려졌다.
논란이 된 장면은 이 씨가 입마개를 한 강아지를 찾으면서, 입마개를 하지 않은 진돗개 보호자들이 마치 불법을 저지른 것처럼 묘사한 장면이다. 이 씨는 대형견과 산책 시 입마개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진돗개도 입마개를 할 것을 권했다.
그는 "진돗개는 입마개를 안 해도 법적으로 괜찮다"면서 "그러나 다른 분들이 봤을 때 좀 위협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 입마개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분들이 존중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영상이 공개된 후 이 씨의 발언은 즉각 논란이 됐다. 누리꾼들은 "진돗개는 맹견도 아닌데 왜 입마개를 하나" "무슨 근거로 저런 말도 안 되는 프레임을 씌우나"라고 지적했다.
또 "진돗개보다 큰 사모예드나 다른 대형견에겐 '귀엽다'고 한 반면 진돗개에겐 성질 있어 보인다고만 했다" "불법인 오프리시(줄이 풀린) 소형견에겐 귀엽다며 인식표가 돼 있을 거라고 하고 넘어갔다" 등 진돗개 차별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가운데 "영상에 나온 강아지(진돗개) 보호자"라며 댓글을 단 한 누리꾼은 "산책 중 촬영에 대해 고지받은 적이 없는 저로서는 너무 당황스러운 상황인데, 왜 당사자 동의 없이 몰래 촬영해서 올리시냐"고 항의했다.
이어 "진돗개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자 하시는 건가"라며 "(차라리) 다짜고짜 입마개 하라며 폭언과 폭력 일삼는 사람들이나 오프리시(줄이 풀린)로 공포감 조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찍으시라. 이경규 씨 덕분에 진돗개와 산책하는 보호자님들은 앞으로 더더욱 존중받지 못할 산책을 하게 되겠다"라고 지적했다.
영상에 등장한 또 다른 진돗개 견주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제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모습이 촬영되어 유명인이 진돗개 혐오를 조장하는 도구로 쓰인다니, 제 강아지를 입양하고 가장 힘든 순간이다"라며 "학대받은 강아지를 보호소에서 입양해 저렇게 멀쩡하게 산책시키기까지 저의 노력은 깡그리 무시하고, 그저 입마개 없이 남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는 무지한 견주로 박제됐다"고 호소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존중냉장고 제작진 측은 유튜브 커뮤니티에 게시한 사과문을 통해 "이번 영상의 반려견 입마개 착용과 관련한 내용으로 진돗개 견주만을 좁혀 보여드려 많은 반려인 분들에게 상처를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저희 제작진은 시청자 분들의 다양한 관점과 정서를 고려하여 더욱 신중을 기해 공감 받는 콘텐츠를 제작하도록 하겠다"라며 "다시 한번 상처받으신 반려인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동의없는 촬영으로 항의한 진돗개 견주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입마개 착용 의무가 적용되는 맹견은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이얼러, 도사견 등 외래종 5종 뿐이다. 풍산개와 진돗개 등 토종견과, 리트리버 같은 대형견은 입마개 착용 대상이 아니다.
디지털뉴스팀 ㅣ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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