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자신의 모교인 서울대와 지방대인 계명대에서 각각 특강을 진행한 뒤 두 학교 학생들을 비교하며 올린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노 관장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tabula rasa(타불라 라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타불라 라사는 라틴어로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석판을 의미하며 철학적으로는 백지를 뜻한다.
최근 두 학교에서 특강을 했다는 노 관장은 "한 곳은 지방대, 다른 한 곳은 서울대. 학부생 수업이라 부담이 됐지만 비교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계명대 특강과 관련해 "담당 교수가 아이들이 주눅이 들어 있고 질문을 안 한다고 한다. 이 아이들을 깨워 달란 주문이었다"며 "대구까지 내려가 한두 명이라도 깨워 놓고 오겠다는 각오로 출동했다"고 했다.
수업 전 총장에게 인사하기 위해 본관에 들어선 그는 커다란 흰 캔버스를 발견했다며 "심상치 않아 물어보니, 총장님의 교육철학이라 한다. 정체성과 관련되는 것이 아닐까 넘겨짚었더니, 총장님 얼굴이 환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50분 정도 강연을 하고 포스트잇을 학생들에게 나눠 줬다. 무엇(질문, 코멘트)이라도 써 내지 않으면 저 문을 나가지 못한다고 선언했다"며 "무슨 질문이 나올까 매우 궁금해하면서 한 장씩 읽어봤다. 감동이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선 순수했다. 나는 타불라 라사에 감명을 받아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좀 했는데 질문들이 제대로 정곡을 찌른다"며 "진지한 고민들이 묻어나는 질문들이었다. 어떤 친구는 '관장님의 타불라 라사에는 어떤 그림이 있냐'고 물어왔다"고 놀라워했다.
반면 서울대 특강에 대해서는 강의 후 질의 응답 시간에 가슴에서 나오는 질문을 더 좋아한다며 진솔한 소통을 유도했지만,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가슴으로 말하려면 가드를 내려야 하는데, 이들은 잔뜩 경직돼 있다. 뭔가 아는 척을 하지 않으면 인간 취급 못 받는 것처럼 말하는데, 학부생이 아는 척을 하면 금방 바닥이 보인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일부가) 바닥을 보여줬다"며 "몇몇 희생자들이 지나가니, 아이들의 관심도가 급 높아졌다. 한 학생은 최신정보를 얻는 소스가 어디냐 묻기도 했다"고 했다.
노 관장은 특강을 끝내고 나오면서 주임교수에게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고 밝히며 "두 학교를 비교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한쪽은 평범한 지방대, 다른 한쪽은 이 사회 최고 엘리트들이 모인 곳. 문제는 챗GPT 등의 인공지능이 서울대 학부생들의 지능은 훨씬 넘어섰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교육시스템의 문제를 넘어 이제 교육의 목적 자체를 재고할 때다.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은 정체성이 기반이 돼야 한다"며 "그래야 독창성이 생기고, 그것만이 인간이 기계를 이길 수 있게 한다"고 생각을 전했다.
디지털뉴스팀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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