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시 : 2024년 11월 29일 (금)
□ 진행 : 조인섭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조인섭 변호사(이하 조인섭) : 한 사람의 삶을 보면,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죠. 그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이 몇 명이고,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결말은 해피엔딩일 겁니다. 오늘은 여러분의 사연을 드라마로 꾸미는 리얼 극장 Day입니다.
◈ 남(주인공) : 저와 아내 직업군인입니다. 저희가 처음 만난 건, 한 장교 모임에서였습니다. 당시 저는 소령 진급을 앞둔 일명, 고참 대위였고, 아내는 갓 진급한 신참 중위였습니다. 먼저 대시한 건 아내였습니다. 나중에 아내가 그러는데 무엇이든 품어줄 수 있을 것 같은 저의 드넓은 어깨와, 하드보드지도 쉽게 잘라버릴 것 같은 날카로운 턱선에 반해버렸다고 합니다.
- 연애시절
◈ 남 : 어! 김중위, 지금 가는 건가? 오늘 만나서 즐거웠네. 시간이 너무 늦었군. 조심히 들어가.
◆ 여(연애시절/아내) : 대위님! 제가 걱정되신다면 데려다 주십시오.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 남 : 아! 그래? 그럼 데려다주겠네. 택시를 불러야겠군.
◆ 여 : 우리집 택시를 타고 집에 가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뜬금없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 여 : 대위님! 제 얼굴 좀 봐주시겠습니까.
◈ 남 : 왜? 눈에 뭐가 들어갔나?
◆ 여 : 저 좀 예쁘지 않습니까. 커피 좀 사주십시오.
◈ 남 : 사실, 여자로 보기엔 너무 까마득한 후배였습니다. 그날 밤이 늦었기 때문에 저는 커피 대신, 핫초코를 사줬습니다. 그리고... 우유 거품이 아내의 입술에 묻은 걸 본 순간, 김중위가 군 후배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고, 우리는 1년만에 결혼했죠.
◈ 남 : 결혼 생활을 하면서 저는 소령이 됐고 아내는 대위가 됐습니다. 지역을 옮겨 다녀야 하는 군인의 특성 상, 아내와 저는 한 지역에 같이 산 기간이 거의 없긴 합니다. 아이들이 어릴 땐, 아내가 관사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지냈고, 저는 평일에 다른 지역 관사에서 근무하다가 주말에 아내와 아이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내가 저희 부대로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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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 충성!
◈ 남 : 충성! 여긴 웬일이야?
◆ 여 : 부탁이 있어서 왔어. 알다시피 내가 중대를 이끌어야 하잖아. 근데 애들을 보기가 너무 힘들어서. 당신이 좀 봐주면 안 될까?
◈ 남 : 아내는 너무나도 간절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사는 지역으로 아이들이 왔고, 평일에는 제가 양육을 했습니다. 주말엔 아내가 와서 아이들을 봤죠. 그렇게 2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언제부턴가 아내가 집에 오지 않더라고요. 아내가 전화를 할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 남 : 뭐? 오늘도 못 와?
◆ 여 : 응, 친목회가 있거든. 이번에는 꼭 가야돼.
◈ 남 : 지난번엔 가족모임 때문에 못 왔잖아. 애들이 엄마가 보고 싶다고 난리야. 이번엔 좀 오면 안 돼?
◆ 여 : 나 그동안 독박육아 하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나한테는 힐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 남 : 그래... 알았어. 애들한텐 내가 잘 말할게. 기분전환 잘해.
◆ 여 : 그런데 얼마 전... 아내가 갑자기 이상한 말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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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 충성! 소령님! 건의 드릴 게 있습니다.
◈ 남 : 여보, 뜬금없이 왜 그래?
◆ 여 : 여기... 협의이혼 신청서입니다. 소령님과 좋은 전우로 지내고 싶습니다. 이혼해 주십시오. 저... 자유로워지고 싶습니다. 나, 자유로워지고 싶어.
◈ 남 : 저는 너무나 충격을 받아 할 말을 일었습니다. 그 후 며칠간 아내를 설득도 해보고, 화도 내보았지만, 아내는 이혼 의사를 굳힌 듯 합니다. 제가 이혼에 동의하지 않으면 소송을 하겠다고 합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변호사님! 도와주세요!!!
◇ 조인섭 : 오늘 사연의 주인공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남 : 변호사님, 아내가 이혼 소송을 한다고 합니다. 제가 딱히 잘못한 것도 없거든요? 그런데도 아내가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건가요?
◇ 조인섭 : 네. 이혼 소장을 제출하는 행위는 사실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소송의 결과 이혼이 되려면 민법 840조에서 정한 재판상 이혼사유가 있어야겠지요. 따라서 소장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내가 잘못했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고, 이혼소송의 ‘피고’가 되었다는 사실 만으로 자책하거나 속상해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소송, 또는 형사고소를 제기하는 행위는 특별한 조건이 필요한 게 아니고 원하는 사람은 언제든지 할 수 있으나, 그에 따른 판결 또는 처분을 받으려면 법에 정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 이를 입증할 증거도 제출해야 합니다.
◈ 남 : 아... 그렇군요. 사실 맘에 걸리는 게 있어요. 직업 특성상 저희 부부가 따로 산건 10년 정도 됩니다. 아내는 그거 때문에 우리 부부 사이가 이미 끝난 거라고 하더라고요. 주말에 아이들을 보러 오는 것은 ‘면접교섭’을 했던 것뿐이라고 하는데 아내의 주장이 받아들여질까요?
◇ 조인섭 : 직업 특성상 오랜기간 주말부부로 지내오신 것 같습니다. 아내는 이런 사실관계를 ‘별거’로 주장하면서 이혼을 청구하고 있는 것이고요. 그러나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고 볼 만한 ‘별거’라고 할 수 있으려면 부부공동체로서 살아온 실체가 없다시피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경제적으로도 완전히 분리되어 있고, 부부관계도 전혀 없고, 양가 가족들과의 교류도 없는 등입니다. 그렇지 않고, 주말부부로서 생활비를 주고 받고, 자금계획을 공유하고, 가족들과도 교류하고 부부관계도 했다면 평일에 떨어져 지낸 점만으로 ‘별거’라고 판단되진 않을 것입니다. 추가로, 면접교섭이란, 이혼을 한 상태에서 비양육자가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권리인데요, 주말부부로서 자유롭게 서로의 집을 오가며 생활한 사실, 자녀들을 공동으로 양육했다고 볼 만한 사정 등을 입증한다면 아내분의 주장을 배척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남 : 저... 이혼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이혼 기각을 얻어내려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조인섭 : 사연자 분께서는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별거가 아닌 주말부부로서, 그리고 경제 공동체, 생활공동체로서 생활해 왔다는 점을 입증할만한 증거를 잘 모아두셔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부부간의 거래내역, 통화 녹음, 문자 메시지, 그리고 주변인들의 진술 등이 있겠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내분을 설득하고, 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셔야 합니다. 아내 분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이혼기각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고, 또한, 부부관계가 파탄되지 않았고, 회복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야 판사님도 이혼 기각 판결을 하실 수 있을 테니까요.
◈ 남 : 갑자기 궁금해진 게 있습니다. 얘기를 듣자니, 요즘에는 졸혼도 많이 한다고 하던데요, 아내가 계속 이혼하자고 하면 애들이 대학을 들어 가거든 졸혼하자고 제안을 해볼까 합니다. 법원을 통해서도 졸혼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습니까.
◇ 조인섭 : 네. 졸혼이란 법적으로만 부부관계를 유지하면서, 실질은 이혼한 것과 같이 생활한다는 개념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부부는 동거 부양 협조의무, 또한 정조의무가 있는데 이러한 의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기로 하되, 다만 법적으로만 부부로 남겠다는 것이죠. 이혼 소송을 진행하다가 간혹 ‘졸혼’과 비슷한 의미를 갖도록 조정을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즉, 한쪽은 이혼을 원하나 한쪽은 이혼을 원치 않는 경우, 특히 자녀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또는 혼인할 때까지만 이라도 법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하기 원하는 경우에 일정 기간 동안 별거하기로 하는 내용으로 조정조서를 작성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별거기 간동안에는 서로의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고, 그에 관한 법적책임도 묻지 않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됩니다.
◈ 남 : 저... 그럼 혹시 이혼이 된다면 군인연금은 어떻게 분할이 될까요?
◇ 조인섭 : 이혼을 하게되면 원칙적으로 군인연금법에 따라 군인연금을 분할하게 됩니다. 군인연금법 22조는 분할연금 수급권자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배우자와 이혼을 하였을 것과 배우자였던 사람이 퇴역연금 수급권자일 것을 조건으로 하여,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금액을 분할연금으로 수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사연자처럼 부부모두 연금수급자인 경우라면, 서로에 대한 분할연금수급권을 포기하고, 각자의 연금을 각자 수령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 남 : 네, 그렇군요. 주말에 다시 아내를 설득해 볼 생각입니다. 아무쪼록 잘 해결됐으면 합니다. 변호사님 감사합니다.
◇ 조인섭 : 네, 응원하겠습니다. 힘내세요!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오늘의 사연자분을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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