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동 유괴범' 몰려 고문·실명…"국가가 8000만원 배상하라"

2026.01.15 오후 02:58
故 이윤상군의 빈소에 급우들이 분향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80년대 아동 유괴 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불법구금과 고문을 당한 피해자에게 정부가 8,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5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4부(재판장 박사랑)는 이상출 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정부는 원고에게 8,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 씨는 1981년 9월 당시 국민의 공분을 샀던 '이윤상군 유괴·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됐다. 당시 대통령이던 전두환 씨가 반드시 범인을 잡아야 한다고 언급하자, 경찰은 영장도 없이 이 씨를 연행해 여관에 감금하고 고문했다.

경찰은 짬뽕 국물을 얼굴에 붓고, 뜨거운 욕조에 상체를 밀어 넣는 등 가혹행위를 4박 5일간 이어갔다. 결국 이 씨는 '아이를 트럭으로 납치해 살해했다'는 허위자백을 했다.

그러나 두 달 뒤 실제 범인이 검거됐고, 이 씨는 이후 40년 넘게 정신적·신체적 후유증에 시달려왔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2024년 2월 이 사건을 ‘경찰에 의한 불법구금 및 가혹행위 등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하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 씨는 같은 해 8월 국가를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이 씨가 국가의 불법행위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은 명백하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가해자가 돼 불법 구금과 위법한 증거 수집을 자행했다"며 "이는 조직적·의도적으로 이뤄진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또 "불법행위가 발생한 1981년 이후 배상이 이뤄지기까지 약 44년이 지연된 점도 위자료 산정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의 고문으로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이 씨의 눈을 찌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후 백내장 수술 이력과 당시 실명 사실을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불법행위와 실명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할 예정이다. 이 씨 측을 대리한 최정규 변호사는 "배상 금액보다도 국가의 불법행위로 시력을 잃었다는 피해 사실을 인정받기 위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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