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X파일] "이게 장난이라고?" 새벽 1시 '랜덤채팅'으로 여중생들 소요산 '떨구기'

2026.03.30 오전 07:37
■ 방송 : FM 94.5 (06:40~06:55, 13:40~13:55, 19:40~19:55)
■ 방송일 : 2026년 03월 30일 (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임흥준 변호사

- 속임수나 감언이설로 꾀어내는 '유인', 미성년자유인죄 10년이하 징역
- 강제가 아니라 스스로 따라갔다고 해도 '유인죄' 성립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저는 공포영화도 잘 못보고, 무서운 롤러코스터 역시 즐기지 않습니다만, 세상엔 이런 체험을 자발적으로, 심지어 돈까지 내면서 즐기는 분들이 있죠. 참 담력이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가끔은 부럽기도 한데요. 오늘 이 시간, 집중해볼 사건, 바로 흉가, 폐가 체험을 둘러싼 이야깁니다. 랜덤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된 남성 3명과 여중생 2명. 남성 일당은 여학생들에게 “폐가체험을 하러가자” 제안했습니다. 여중생들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렇게 일행은 차를 타고 동두천의 한 산속으로 이동했죠. 황당하게도 이 남성들, 어두운 산속에서 여학생들과 함께 걷는 척하다가, 몰래 뒤로 빠져 달아났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런 기행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단 점이었죠. 궁금한 건, 피해자들이 스스로 폐가 체험을 하겠다고 따라온 상황이라고 해도, 이렇게 산속에 두고 가버린 행위, 법적으로 처벌이 가능할까요? 흉가, 폐가 체험 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유튜버들도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버려진 것처럼 보이는 건물이라도, 대부분은 소유주가 존재하죠. 그리고 시신이 발견됐다면, 상황에 따라 그 장소는, 보존해야할 범죄 현장이 될 수도 있는데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는 폐가체험을 둘러싼 법적 쟁점들, 차근히 짚어보겠습니다.

◇ 이원화 :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임흥준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임흥준 : 안녕하세요. 로엘법무법인의 임흥준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먼저 오프닝에서 소개해드린, 이른바 폐가체험 유인 사건부터 살펴보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사실관계부터 정리를 해주시죠.

◆ 임흥준 : 네, 이 사건은 지난해 10월 27일 새벽에 벌어진 일인데요. 랜덤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된 30대 남성 김 모 씨를 주범으로 한 일당 3명이, 미성년자 여중생 2명에게 "폐가 체험을 하러 가자"고 접근했고, 경기 안산에서 차량에 탑승해 동두천 소요산까지 무려 100km를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새벽 1시경 소요산 인근에서 차에서 내려 함께 걷기 시작했는데요. 그런데 이 남성들, 함께 걷는 척하다가 몰래 뒤로 빠져서 달아나 버렸습니다. 이른바 '떨구기' 수법이라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산속에 홀로 남겨진 피해 학생들은 공포에 질렸고, 결국 112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알려졌습니다.

◇ 이원화 : 이런 해괴한 일이 일어나는 것도 참 신기한데, 떨구기 수법이라는 이름도 붙어 있네요.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했나 싶은데, 미성년자를 상대로 외진 곳까지 데려간 뒤 몰래 도망간 행위, 피의자들은 단순 장난이었단 취지로 이야길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걸 단순 장난으로 볼 수 있나요?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될 수 있는 겁니까?

◆ 임흥준 : 법적으로는 절대 단순 장난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우선 가장 핵심적인 혐의가 미성년자유인죄입니다. 여기서 '유인'이라는 게 뭐냐면, 반드시 강제로 끌고 가야 하는 게 아닙니다. 판례에 따르면, 감언이설로 상대방을 현혹시켜 판단의 적정을 그르치게 하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보고 있으니, "폐가 체험 가자"는 말로 미성년자를 꾀어내 현재의 보호 상태에서 이탈시킨 것, 이게 바로 유인에 해당합니다.

◇ 이원화 : 보통 이런 사건이 벌어지면, 많은 분들이, 납치 아니냐, 유괴 아니냐 부터 떠올리실 것 같은데, 실제 수사 초기에는 이런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수사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유괴나 납치는 아닌 걸로, 결정이 난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유괴나 감금 같은 범죄와 이번 사건처럼, 미성년자를 유인한 경우, 법적으로 어떻게 구분되나요? 처벌 수위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겠죠?

◆ 임흥준 : 약취 즉, 유괴는 폭행이나 협박 같은 강제적인 수단을 써서 미성년자를 데려가는 것이고, 유인은 기망이나 유혹, 즉 속임수나 감언이설로 꾀어내는 것입니다. 감금죄는 사람이 특정 구역에서 나가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심히 곤란하게 하는 죄인데, 이번 사건에서는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따라 갔고 물리적으로 가두지는 않았기 때문에 감금 혐의는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처벌 수위를 보면, 미성년자유인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이고, 감금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유인죄가 더 무겁습니다.

◇ 이원화 : 학생들이 강제로 끌려간 게 아니라, 스스로 따라갔다고 해도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건가요?

◆ 임흥준 : 네, 충분히 문제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미성년자유인죄는 피해자가 스스로 따라갔다고 해서 성립이 안 되는 게 아닙니다. 판례는 미성년자유인죄가 미성년자의 자유뿐만 아니라 보호감독권자의 감호권도 보호법익으로 한다고 보고 있거든요. 즉, 피해자인 여중생들이 동의했다 하더라도, 보호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보호관계를 이탈시킨 행위 자체가 범죄가 되는 겁니다. 더구나 이 학생들 14세 미성년자들이에요. 판단 능력이 성인에 비해 부족한데 새벽에 랜덤채팅으로 만나 100km나 떨어진 산속으로 데려간 것, 이건 아무리 "동의했다"고 해도 법적으로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 이원화 : 보도를 보니까, 학생들과 이동을 하는 과정에서, 언어적 성추행 정황도 포착됐다,란 이야기가 있던데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더라도, 대화 내용이나 상황에 따라 성희롱이나 여타 다른 성범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 임흥준 : 네. 이 사건 가해자들이 달아나면서 피해 학생들을 향해 신음 소리를 내고 이를 촬영까지 했습니다. 이들에게는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가 적용되는데요. 판례도 아동복지법상 금지되는 성적 학대행위는 성폭행의 정도에 이르지 않아도 성적 도의관념에 어긋나고 아동의 건전한 성적 가치관 형성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으면 포함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신체 접촉이 없는 언어적 성희롱이라도, 그 내용이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것이라면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아동학대다 이거네요. 그런데 이들이 이런 행동을 벌인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라면서요. 이전에도 비슷한 일을 벌였지만, 그때는 상대가 성인이라 처벌이 쉽지 않았단 보도도 있던데 피해자가 성인인 경우는 법적으로 처벌이 어려운가요?

◆ 임흥준 : 네, 안타깝게도 현행법상 처벌이 어렵습니다. 미성년자유인죄는 말 그대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입니다. 성인을 같은 방법으로 속여서 외진 곳에 데려다 버렸다면, 미성년자유인죄는 적용이 안 되죠. 성인의 경우에는 감금죄나 협박죄 등을 검토해볼 수 있는데, 이번 사건처럼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따라간 상황에서 물리적 강제나 협박이 없었다면 이마저도 적용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입법적 보완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원화 : 폐가체험을 둘러싼 법적 쟁점들, 짚어보고 있는데 주제를 조금 넓혀보죠. 최근에는 폐가체험, 흉가체험이라면서, 이걸 콘텐츠로 제작하는 사례도 많아졌거든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버려진 건물에 잠깐 들어갔다 나오는 게 뭐 문제냐”하실 것 같거든요. 그런데 폐가나 흉가처럼 보여도, 대부분 소유주가 있는 사유지일 거 아니에요?

◆ 임흥준 : 네, 많은 분들이 "버려진 건물인데 뭐가 문제냐"고 생각하시는데, 이게 명백한 범죄입니다. 폐가나 흉가처럼 보여도 우리나라 부동산에는 반드시 소유자가 있습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라도 소유자가 관리하는 건물이면 형법 제319조 제1항의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겠습니다.

◇ 이원화 : 본인이 주인이 없는 건물이라 생각했다, 들어가면 안 되는지 몰랐다고 주장해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건가요?

◆ 임흥준 : 네, 피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부분은 형법상 법률의 착오에 해당하는 주장인데요. 형법은 원칙적으로 "법을 몰랐다"는 주장을 범죄 성립의 면죄부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만약 관리인이나 경비원이 "나가세요"라고 했는데도 나가지 않았다면, 형법 제319조 제2항의 퇴거불응죄까지 추가로 성립할 수 있겠습니다.

◇ 이원화 : 실제로 유튜브 촬영을 하다가 시신을 발견한 경우도 있었잖아요. 어떤 사건이었는지 설명을 해주시죠.

◆ 임흥준 : 네, 2025년 9월, 폐가 체험 콘텐츠를 방송하는 유튜버가 경남 산청군의 한 폐리조트에서 시신을 발견한 사건입니다. 2023년 화재로 운영을 중단한 뒤 방치된 건물이었는데, 3층 객실에서 이미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남성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유튜버는 즉시 건물을 빠져 나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의 요청으로 출동한 경찰을 안내하기도 했습니다.

◇ 이원화 : 시신발견이란 게, 단순 자연사일 수도 있지만, 자살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범죄 가능성도 열어놔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폐가체험을 하던 사람이 현장을 돌아다니다가 증거를 훼손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런 경우 신고자가 형사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도 있나요?

◆ 임흥준 : 이 부분은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만약 시신을 발견하기 전에 이미 현장을 돌아다닌 것이라면, 그 자체로는 증거인멸죄 성립이 어렵습니다. 범죄 현장인지 모르고 돌아다닌 것에는 고의가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시신을 발견한 이후에도 계속 현장을 돌아다니거나, 물건을 옮기거나, 혹은 촬영을 위해 현장을 변형시켰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범죄 가능성이 있는 현장임을 인식한 상태에서 증거를 훼손했다면 증거인멸죄 문제가 생길 수 있겠습니다.

◇ 이원화 : 애초에 흉가, 폐가를 촬영해서 컨텐츠로 내보내는 행위. 무단침입 문제 외에도 콘텐츠 제작 관점에서, 법적으로 문제 삼을 부분이 있을지도 궁금한데요.

◆ 임흥준 : 콘텐츠 제작 관점에서는 건물 내부나 주변 인물을 촬영해 무단으로 공개하면 초상권 침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문제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건물 내부의 물건을 가져온다면 절도죄, 건물을 훼손한다면 재물손괴죄, 불을 낸다면 일반건조물방화죄 등이 문제될 수 있고요, 실제로 울산에서는 20대 4명이 철거 예정 아파트에 무단으로 들어가 장난삼아 불을 질렀다가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 이원화 : 전국 곳곳에 공사가 중단돼 오랫동안 방치된 건물이나 실제 폐가처럼 버려진 건물들, 차타고 교외 외곽으로 나가보면 아시겠지만, 진짜 많거든요. 사실, 안전사고 위험도 있고 주변 경관이나 지역 이미지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은데, 지자체가 법적으로 개입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 임흥준 : 우선 건축법상 지자체는 건축물이 붕괴 위험이 있거나 주변 환경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소유자에게 보수·철거 등의 조치를 명할 수 있습니다. 또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지자체는 빈집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빈집에 대해 정비를 명하거나 직접 정비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소유자 특정이 어렵거나 비용 문제로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흉가 체험 콘텐츠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커지고 있는 만큼, 지자체의 보다 적극적인 관리와 함께 관련 법령의 정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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