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 피고인으로 기소된 이른바 '소녀상 말뚝 설치 사건' 재판이 14년째 공전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일본인 스즈키 노부유키는 2013년 명예훼손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후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 사건 재판은 약 30차례 기일이 지정됐지만, 피고인의 반복된 불출석으로 심리 절차조차 시작되지 못한 상태다.
이 사건은 2012년 스즈키가 서울 일본대사관 인근 평화의 소녀상에 말뚝을 설치하고 관련 주장을 담은 문구를 게시하면서 불거졌다. 한국 검찰은 이를 피해자 명예를 훼손한 행위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문제는 피고인이 일본에 체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사법당국은 그동안 여러 차례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일본 측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신병 확보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재판은 기일만 반복적으로 갱신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스즈키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법원이 송달한 피고인 소환장을 공개하며 "한국인이 아니므로 한국 정부의 소환 명령에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또 "한국 내 친북 세력이 크다"며 이재명 대통령을 언급하는 등 정치적 주장도 이어갔다.
이처럼 피고인의 장기 불출석이 계속되면서 사건은 실질적인 심리에 들어가지 못한 채 사실상 정지된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해외 체류 피고인에 대한 강제 조치에 한계가 있는 만큼 재판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 사건은 한일 간 사법 공조의 한계를 드러내는 사례로도 거론된다. 외교적 민감성이 얽힌 사안인 만큼 피고인 신병 확보를 둘러싼 실질적 진전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판 일정은 향후 다시 지정될 예정이지만, 피고인의 출석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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