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6년 6월 5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연근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사기 사건들을 보면요. 돈 이야기가 먼저 나올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자신을 믿을 만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 그게 첫 걸음인 경우가 많죠. '전문가다', '대단한 인맥이 있다', '저 사람은 나를 굳이 속일 이유가 없다' 이런 믿음이 생기면 그 다음부터는 말 한마디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돈이 개입되기 시작하죠. 각색한 내용입니다만 실제 있었던 사건들입니다. 아이비리그 의대 출신이자 화장품 개발자라던 인플루언서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명품, 화장품 공동구매를 진행해 1억에 가까운 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요. 청와대 행정관이라 자신을 소개한 남성은 검찰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8년 동안 돈을 받아왔지만 정작 처음 피해자를 찾아갔을 당시 그의 계좌에 있던 돈, 단 1,465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죠. 물론 청와대 행정관도 아니었습니다. 사기는 돈을 빼앗는 범죄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사람의 믿음을 빼앗는 범죄기도 하죠. 요즘은 그 믿음을 만드는 방식도 다양해졌는데요. 오늘 에서 관련 사례들, 그리고 그 속에 든 법적 쟁점까지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원화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김연근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김연근 : 안녕하세요. '로엘법무법인' 김연근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이런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물론 실제로는 성실하게 제품을 소개하고, 책임있게 일하는 분들이 훨씬 많겠습니다만, ‘도대체 뭘 믿어야 하나’ 싶을 때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먼저 오프닝에서 소개한 첫 번째 사건부터 짚어보죠. 현재까지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 김연근 :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이 사건은 SNS에서 만들어진 신뢰를 악용한 사기 사건으로 보입니다. 30대 여성 A 씨는 자신을 아이비리그 의대 출신의 화장품 개발자로 소개를 했고, SNS에 고급스러운 일상을 연출해 팔로워를 늘렸습니다. 그런 다음 명품 화장품 공동구매를 진행해 약 250명으로부터 총 9,600만 원 상당을 받아 챙겼습니다. 그런데 그 화장품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제품이었다고 합니다. 더 심각한 건, A 씨가 이미 동종 사기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고, 그 누범기간 중에 또다시 같은 수법을 반복했다는 점입니다.
◇ 이원화 : 이분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죠? 혐의가 어떻게 됩니까?
◆ 김연근 :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A 씨는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가 됐습니다. A 씨의 경우 동종 전과로 인한 누범 가중까지 더해지면 상당히 무거운 처벌이 예상됩니다.
◇ 이원화 : 이 사건은 팔기로 한 화장품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어떻게 보면 황당한 사건인데. 만약 화장품을 실제 개발해서 팔았다면, 소비자들이 이 물건을 받았다면 문제가 안 됐을까요?
◆ 김연근 : 달라지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망행위, 즉 상대방을 속이는 행위가 있어야 하고, 그로 인해 피해자가 재산을 처분하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만약 화장품이 실제로 존재하고 배송까지 됐다면 형사상 사기죄 성립 여부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아이비리그 의대 출신'이라는 허위 이력을 내세워 소비자를 유인한 행위 자체로써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그 이력을 믿고 구매 결정을 했다면, 이력 자체가 기망의 수단이 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화장품의 품질이나 성분에 대해 과장·허위 광고를 했다면 표시광고법 위반 등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 이원화 : 보도를 보면 당초 이 사건, 경찰 단계에서 불송치 결정이 났었다 하더라고요. A 씨가 세금계산서와 공탁신청서를 제출했고, 그 부분이 영향을 미쳤단 건데. 이게 뭐고, 왜 이런 자료가 수사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겁니까?
◆ 김연근 : 경찰 단계에서 A 씨가 두 가지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나는 매출액 1억 5,000만 원 상당의 세금계산서, 다른 하나는 피해자들에 대한 공탁신청서입니다. 세금계산서는 '나는 실제로 사업을 하고 있고 변제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사기죄에서는 편취 의도, 즉 처음부터 갚을 생각이 없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되는데, 매출 실적이 있다면 '사기가 아니라 단순 채무불이행'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공탁신청서는 피해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피의자의 반성과 피해 회복 의지를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최초 경찰은 이 두 자료를 근거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었는데요. 그런데 피해자들이 이의신청을 했고, 검찰이 보완수사를 해보니 세금계산서는 실제보다 1억 원 이상 부풀려진 허위 자료였고, 공탁신청서도 공탁 대상자를 특정하지 못해 효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이원화 : 사기 사건인데 대담하게도 심지어 자료까지 허위로 제출한다? 이런 행동은 어떻게 평가돼야 합니까?
◆ 김연근 : 수사기관에 허위 자료를 제출하는 행위는 단순히 '나쁜 짓'을 넘어 별도의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에 허위 내용의 세금계산서를 제출한 것은 증거를 조작한 것으로,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검찰도 '허위 증거 제출로 사법질서를 저해했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으로의 전망을 보면, 우선 이미 구속기소 된 상태이므로 재판이 진행됩니다. 특경법상 사기에 누범 가중, 허위 증거 제출 정황, 피해자 250명이라는 다수 피해자가 있다는 점, 피해 회복이 없다는 점까지 종합하면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본인 사건이기 때문에 증거 위조나 이런 것들이 문제가 되는 사건은 아니죠?
◆ 김연근 : 네, 그렇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이 사건을 가볍게 볼 수 없는 게, 요즘 SNS 공구란 게 정말 많아졌잖아요? 저희도 현장에서 체감합니다만 관련 분쟁도 많이 늘었습니다. 일단 개념부터 짚어보죠. ‘공구’란 게 정확히 어떤 개념인 거예요?
◆ 김연근 : ‘공동구매’는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팔로워들을 대상으로 특정 제품을 소개하고 함께 구매하는 방식입니다. 대량 구매를 통해 가격을 낮추거나, 인플루언서가 직접 검증한 제품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판매가 이루어집니다. 문제는 이 '신뢰'가 악용된다는 점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인플루언서의 이름과 얼굴을 믿고 구매하는 만큼, 피해가 발생했을 때 배신감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품질이 별로다, 생각한 것과 다르다, 판매자가 본인이력을 부풀린 것 같다고 해서 전부 사기라고 보긴 어렵잖아요. 단순한 소비자 분쟁, 과장 광고, 형사상 사기... 어디에서 갈린다고 보면 되겠습니까?
◆ 김연근 : 단순 소비자 분쟁은 제품이 실제로 존재하고 배송도 됐지만, 품질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맛있다'고 소개한 사과가 맛이 없었다거나, 박스가 다른 것으로 왔다거나 하는 경우입니다. 또, 과장 광고는 제품은 있지만 효능을 부풀린 경우입니다. '먹으면 10일에 5kg 빠진다', '당뇨 완치'처럼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효과를 광고하는 경우가 있겠습니다. 사기는 처음부터 제품을 줄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 돈을 받은 경우, 또는 허위 이력으로 소비자를 기망해 구매를 유도한 경우입니다. 오늘 사건처럼 화장품 자체가 없었다면 전형적인 사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판례도 '거래 상대방이 진실을 알았더라면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기망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 이원화 : 소비자 입장에서 '공구에 참여하기 전 최소한 이건 확인하자' 할 부분은 뭐가 있을까요?
◆ 김연근 : 몇 가지만 체크해도 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 판매자가 통신판매업자로 등록되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사이트에서 사업자 등록 여부를 조회할 수 있습니다. 등록된 사업자라면 최소한의 법적 책임 소재가 있습니다. 둘째, 결제 방식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통장 입금만 요구하거나 개인 계좌로만 받는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카드 결제나 안전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면 피해 발생 시 취소나 환불이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셋째, 오늘 사안과 관련이 있는 내용인데요. 인플루언서의 이력이나 전문성 주장을 그대로 믿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 사건처럼 '의대 출신'이라는 이력이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면, 그 이력이 사실인지 최소한 검색이라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 이원화 : 이번 사건은 판이 훨씬 더 커집니다. 청와대가 등장하거든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 김연근 : 보도된 내용에 의하면 이 사건은 규모와 대담함에서 앞선 사건과 차원이 다릅니다. 70대 A 씨는 2015년 10월, 전북 군산의 사업가 B 씨를 찾아가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이라는 가짜 명함을 내밀었습니다. 마침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B 씨에게 '내가 민정수석에게 인사를 해서 수사를 해결해주겠다'며 2,000만 원을 요구했고, B 씨는 그날 바로 돈을 송금했습니다. 그런데 A 씨는 청와대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범행 당시 통장 잔고가 단 1,465원이었습니다. 이후에도 '검사를 만나 구형을 낮췄다', '판사에게도 인사가 필요하다', '금감원, 국세청 인맥을 활용해 사업을 도와주겠다'며 8년간 128차례에 걸쳐 총 6억 6,500만 원을 뜯어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성사된 일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 이원화 : 야,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하고 어떻게 또 계속 이어갔는지 그게 좀 의아할 정도인데.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됐죠?
◆ 김연근 : 결국 1심에서 징역 4년과 추징금 5억 8,500만 원이 선고됐고, 항소심인 광주고등법원 전주재판부도 검사와 피고인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단순히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히는 것을 넘어 공직사회 직무수행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고 질타했습니다. A 씨 측이 배우자가 1억 원을 변제하겠다고 약정하며 선처를 구했지만,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감형을 거부한 이유가 됐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볼 부분이 하나가 있죠? 검찰 수사를 무마해주겠다 판사에게 말을 잘해 주겠다는 말에 돈을 건넨 건 맞잖아요. 한두 푼도 아니었고, 물론 사기를 당한 피해자지만 이 돈을 준 사람 이 사람 처벌할 수 있을까요?
◆ 김연근 : B 씨가 돈을 건넨 목적이 '검찰 수사 무마'나 '판사에게 인사'였다면, 이는 공무원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면서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공무원에게 직접 뇌물을 건넨 것은 아니지만, 그런 목적으로 제3자에게 돈을 건넨 경우에도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사건과 같이 상대방이 실제 공직자가 아니고 피해자가 이를 알지 못한 채 기망에 의해 금원을 교부한 경우에는, 통상 사기 피해자로 평가되어 별도의 처벌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만약 A 씨가 진짜 청와대 행정관이었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 이원화 : 그렇죠. 진짜 행정관이었다 이러면 문제가 심각해졌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김연근 : 네, 훨씬 심각해집니다. 만약 A 씨가 실제 공직자였다면, A 씨는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뇌물수수죄가 성립합니다. 그리고 돈을 건넨 B 씨도 뇌물공여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검찰 수사를 무마해달라', '판사에게 인사를 해달라'는 청탁 자체가 불법이고, 그 대가로 돈을 건넨 행위도 범죄가 됩니다.
◇ 이원화 : 사기 사건에서 피해자가 충분히,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단 사정이 피고인의 책임을 줄이는 요소가 될 수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 김연근 : 피해자의 부주의나 과실은 피고인의 책임을 감경하는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재물을 편취하는 범죄로, 피해자가 좀 더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속지 않았을 수 있다는 사정은 피고인의 기망행위 자체를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사기 범행이 정교하고 치밀할수록 피해자가 속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피고인의 죄질을 더 무겁게 평가하게 될 것입니다.
◇ 이원화 : ,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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