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6년 6월 8일 (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박세진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만약에 길을 걷다가 눈앞에 5만 원짜리 한 장이 떨어져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런데 5만 원도 아니고 5만 원권 현금 다발을 뭉텅이로 발견했다면 어떨까요? 아파트 화단에서 현금 5천만 원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인터넷 커뮤니티도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별의 별 추측이 쏟아졌죠. 그런데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댓글이 하나 있었습니다. 네, 실제로 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도 훨씬 전 마을 전체 가구가 10가구도 채 되지 않는 아주 한적한 시골 마을의 한 마늘밭에서 다량의 현금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경찰에 들어왔죠. 뭔가 수상한 낌새를 느낀 경찰은 결국 마늘밭을 직접 파보기로 했죠. 경찰이 김제의 마늘밭에서 찾아낸 현금 무려 ‘110억 원’이었습니다. 그 돈은 어디서 온 돈이었을까요? 그리고 누구의 돈이었을까요? 오늘 에서 이 사건,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원화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박세진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박세진 : 네, 안녕하세요. 로열 법무법인의 박세진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워낙 유명한 사건이긴 하지만 시간이 꽤 지나서 처음 듣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이른바 ‘김제 마늘밭 돈뭉치 사건’ 이거 뭐 뭉치라고 하기도 좀 민망한데, 우선 이 사건. 처음에 어떻게 세상에 알려지게 된 건지부터 정리를 해 볼까요?
◆ 박세진 : 처음 이 사건이 알려진 것은 김제의 한 마늘밭에서 땅주인의 요청에 의하여 굴착기 기사가 나무를 옮겨 심어주는 일을 한 후에, 마늘밭 주인이 굴착기 기사에게 밭에 있던 현금 7억 원을 훔쳐갔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에 굴착기 기사는 현금을 본 적이 없다며 실랑이 하다가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땅주인의 협박과 함께 도리어 도둑으로 몰리게 되자 본인이 먼저 경찰에 신고하면서 이 사건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 이원화 : 그러니까 마늘밭의 주인은 굴착기 기사가 땅을 파면서 내 돈을 훔쳐갔다는 거고, 굴착기 기사는 나무로 옮겨 달래서 땅을 팠을 뿐이지 돈을 훔친 적이 전혀 없다고 맞섰다는 건데, 그런데 자세한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에 일단 땅에 그렇게 몇 억의 돈을 묻어놨다는 것 자체가 좀 이상하긴 하거든요? 심지어 밭 주인이 땅에 묻었다는 돈의 액수도 계속 오락가락 했다던데 어떻습니까?
◆ 박세진 : 네, 그렇습니다. 밭주인은 굴착기 기사가 땅에 묻어둔 17억 중 7억 원을 훔쳤다고 처음엔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이후에 묻어둔 돈 액수를 7억 원이라고 작게 말하였다가 12억 원, 24억 원으로 계속 진술을 바꾸게 되었고, 그 자체가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뭔가 이상하다는 신호가 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에 경찰들은 이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가 땅 주인의 진술이 계속 바뀌게 되자 수상하게 여겨 돈의 출처에 대하여 묻게 되었고, 이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게 되자 결국 땅을 파보게 된 것입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아무리 수상하다고 해도 경찰이 누군가의 사유지, 남의 땅을 무조건 파 볼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실제 경찰이 이 땅을 파봤다는 거는 어느 정도 범죄 혐의점이나 뭐 그런 게 있어서 적법한 절차를 밟아서 그랬다고 봐야겠죠?
◆ 박세진 : 맞습니다. 사유지를 파보는 건 아무 근거 없이 되는 게 아니라 보통은 혐의점이 쌓이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진행되는 영역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원칙적으로 수사 기관의 압수수색 검증은 영장에 의해야 한다는 ‘사전영장주의’가 기본이고, 예외적으로 체포 현장 범행 중 직후에 범죄 장소에서 긴급하고 영장을 받을 수 없는 경우 등에는 영장 없이도 가능하되 사후 영장을 꼭 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경찰이 남의 땅을 팠다는 것은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어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 검증 또는 긴급한 예외 사유에 해당해 우선 집행 후 사후 영장으로 처리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이 마늘밭을 파보자 ‘현금 110억 원’이 나왔습니다.
◇ 이원화 : 110억이요? 110억이면 5만 원 권 한 묶음이 500만 원이니까 이게 몇 개입니까? 2천 개가 넘는 거죠. 마늘밭을 파서 5만 원 권 다발이 2천 개가 나왔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정말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도대체 이 밭주인은 110억 원이라는 돈이 어디서 나서 은행도 아닌 밭에다가 묻어놨던 건지, 그리고 애초에 왜 110억이라고 말하지 않고 7억이네, 17억이네 줄여서 얘기를 했던 건가요?
◆ 박세진 : 그 돈은 처남 일행이 불법 도박 사이트로 벌어들인 범죄 수익이었고, 밭주인 부부가 이를 알고도 보관을 맡아 밭에 숨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밭주인이 생활비 등으로 일부 돈을 임의로 사용한 뒤에 이를 처남에게 감추기 위해서 굴착기 기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하다가 벌어진 사건입니다. 그리고 액수를 줄여 말한 건 결국 그 돈의 출처를 밝히기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됩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이 밭주인이 불법 도박 사이트를 직접 운영한 주체는 아니고, 처남으로부터 돈을 좀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맡아서 보관한 쪽이라는 건데요. 그래도 이 사람에게도 어떤 법적 책임을 지울 만한 여지가 있습니까?
◆ 박세진 : 그렇습니다. 이 사건에서 부부는 결국 범죄 수익임을 알면서 수수한 행위로 범죄수익 은닉 규제법 제4조에 따라 처벌되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요, 이번 사건처럼 아주 큰 액수... 뭐 오랜 기간 동안 맡는 게 아니라 가족이 ‘미안한데 아주 잠깐만 맡아달라’고 해서 단 며칠만... 큰 금액이 아닌 금액이라고 칠게요. 그런 금액을 맡아줘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까?
◆ 박세진 : 네.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기간이 짧거나 1회 단기간 보관이라도 맡아주는 사람이 범죄 수익 등이라는 정황을 알고 수수했다고 인정되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4조 적용 가능성은 원칙적으로 배제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가족이 잠깐 맡아달라고 하였더라도 범죄수익이라는 정황을 알지 못했다면 제4조의 구성 요건 즉 그 정황을 알면서 부분에 충족이 문제될 수 있으므로 사실관계 즉 대화 내용 전달 방식, 액수, 전달자 사정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 이원화 : 아무튼 그래서 이 부부가 결국 어떤 판결을 받았나 보면 ‘110억이라는 액수에 비해서는 처벌 수위가 생각보다 무겁지 않네’ 느끼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밭주인이 징역 1년, 부인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범죄 수익 규모와 형량에 꼭 비례하는 건 아닌가 보죠?
◆ 박세진 : 네. 이 사건 유죄의 중심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4조이고,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따라서 금액이 매우 크더라도 적용 조문이 제4조인 이상 법정형 상한 자체가 제한되어 있고, 구체적인 형량은 법원이 여러 양형 사유를 종합해 결정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몰수, 추징 대상 금액이 크더라도 적용 조문과 책임 형태에 따라 형량이 금액에 단순 비례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이원화 : 그러면 청취자분들이 지금 제일 궁금해 하실 내용일 것 같은데요. 마늘밭에서 나온 110억 원, 이 돈 어떻게 됐습니까?
◆ 박세진 : 1심 판결문을 보면 압수물 및 해당 토지의 몰수 그리고 4,100만 원의 추징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해당 사건의 경우 불법 도박 수익금 110억 원은 전액 국고로 환수되었고 검거된 작은 처남은 도박장 개설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이미 수감 중인 상태였고. 도주했던 큰 처남은 결국 한참 후에 국제 공조 수사로 검거되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여기서 제가 좀 부연 설명 드리자면 해당 토지가 몰수됐다고 말씀을 해 주셨어요. 이게 왜 땅까지 뺏어가냐 궁금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해당 토지를 범행에 사용된 물건이라고 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몰수 대상으로 판단을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 사실은 굴착기 기사님 같거든요? 시키는 대로 일해 줬을 뿐인데 도둑으로 몰렸다가 이후 누명은 벗었지만 굉장히 어려운 삶을 살았다고 알려졌습니다. 사실 저는 좀 의심스러운 게 애초에 이 굴착기 기사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목적으로 나무를 옮겨 심기 위해서 땅을 파달라고 시킨 거 아닌지, 애초에 이것 자체가 셋업 범죄가 아니었는지 그런 생각까지도 들기도 해요. 이 사건 이후에 이분에게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 박세진 : 이분은 마늘밭에 묻힌 범죄 수익금을 신고함으로써 포상금 200만 원을 받게 되었긴 하지만 성실하고 평범하게 살던 삶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합니다. 마늘밭 사건이 널리 알려지게 되며 정말로 숨겨진 돈을 가져가지 않았는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가족까지 피해를 입을까 봐 집을 떠나 외딴 여관을 전전하며 팔자에도 없는 도망자 생활을 한참 하기도 하였으며, 신변 보호를 위해 사법 경찰들이 그의 집 주위에서 잠복했고, 수화기만 들면 파출소로 연결되는 한 라인도 설치됐습니다. 이분은 원래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일하면서 한 달에 700만 원씩을 벌었지만 사건 이후에는 생업까지 포기해야 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길에서 주운 돈을 찾아줘도 일정한 보상금을 받고 주인이 끝내 나타나지 않으면 습득자가 소유권을 일부 갖게 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데 이 사건은 무려 110억 원을 환수하게끔 했는데 안 씨가 받은 포상금이 아까 말씀하셨지만 200만 원이에요. 0.02% 수준입니다. 적어도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규정이 그래서 어쩔 수 없던 겁니까? 아니면 뭐 더 주고 싶어도 줄 방법이 전혀 없었습니까? 어떻습니까?
◆ 박세진 :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범죄수익 환수 신고 포상금 제도가 정비돼 있지 않았었습니다. 법무부는 이 사건 이후에 범죄수익 환수 포상금 제도를 만들어 2014년부터 시행했다고 합니다. 포상금 제도와 관련해서 현재 기준으로는 국고 귀속 금액을 기준으로 예산 범위 내에서 표의 상한액 범위에서 포상금을 결정,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결정 시 제보의 정확성, 기여도 난이도, 범죄 규모 등을 고려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국고 귀속 금액이 5천만 원 미만이면 최대 500만 원, 100억 원 이상 200억 원 미만이면 7천만 원, 200억 원 이상은 1억 원까지 포상금을 줄 수도 있습니다. 즉 이 규정이 있었다면 굴착기 기사분은 7천만 원까지 받을 수 있는 셈이었지만, 당시에는 그런 게 없었기 때문에 아까 변호사님이 말씀 주신 대로 200만 원을 받은 것이 대가의 전부였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지금 주고 있다는 금액도 저는 조금 적게 느껴지네요. 이게 범죄를 좀 양성화하겠다는 그런 목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고 한다면 조금 더 많은 금액을 줘야 더 신고가 활발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