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한 경북 봉화군이 3476억 원 규모의 '봉화 K-베트남 밸리특구' 조성 사업을 추진하면서 대규모 재정 투입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를 내세웠지만,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가 특정 외국의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한 개발에 막대한 공공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두고 반발이 커지는 모양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8월 6일 제60차 지역특화발전특구위원회를 열고 봉화군의 '봉화 K-베트남 밸리특구'를 신규 지정했다.
이번 사업은 고려시대 베트남 리 왕조의 왕자 이용상이 한반도로 건너온 뒤 후손들이 봉화에 정착한 역사적 배경을 활용해 국제교류형 관광거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봉화군은 관광객과 체류 인구를 늘려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사업의 구체적 계획이 알려지자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특구 지정 및 관련 사업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 A씨는 해당 사업에 대해 "특정 외국의 역사·문화를 중심으로 시설을 조성하는 동시에 외국인 종사자의 체류와 주택 공급 등에 관한 규제 특례까지 적용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A씨는 "외국인이나 베트남 문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의 세금과 지방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이라면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개발과 정착 지원이 과연 지역 소멸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인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할 만큼 사업의 필요성과 경제성이 충분한지 엄밀히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먼저 대규모 재정 투입의 적절성과 지자체의 부담 문제를 지적했다. A씨는 "봉화군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총 3476억 원을 투입해 'K-베트남 밸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는 국비 1051억 원, 도비 277억 원, 군비 1701억 원, 민간투자 447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며 이미 1127억 원이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이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는 사업의 핵심에 왜 하필 특정 외국의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지역개발사업이 자리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라며 "인구가 감소하고 재정 여건이 어려운 지방자치단체에서 군비만 1701억 원에 달하는 지방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과연 주민의 요구와 재정 운영의 우선순위에 부합하는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재정 집행의 우선순위 왜곡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A씨는 "봉화와 같은 인구감소 지역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기존 주민이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하고, 청년이 지역에서 일하고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며 "국민의 세금은 한정되어 있다. 3476억 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을 투입할 수 있다면 그 돈을 지역 청년의 일자리와 주거, 출산·육아 지원, 지역 산업 육성, 의료와 교통 인프라 개선 등 봉화 주민의 삶을 직접적으로 개선하는 데 사용하는 방안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정 외국인에 대한 특례 부여 역시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A씨는 "본 사업에는 리 왕조 역사 교육과 한·베 문화 교류뿐만 아니라 베트남 이주민 정착 지원, 외국인 종사자의 체류와 주택 공급 등에 관한 규제 특례가 포함돼 있다"며 "이는 단순히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순수 관광 사업이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가 공공 재정을 투입해, 특정 외국 국적자를 대상으로 체류·정착 기반을 마련하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공 재정을 사용하여 특정 외국 문화를 중심으로 지역을 개발하고 체류·정착에 대한 지원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었나"라고 반문했다.
불확실한 관광 수요와 향후 유지·관리비로 인한 장기적 재정 부담도 우려 지점으로 꼽았다. A씨는 "3476억 원을 투입하는 만큼 실제 관광 수요가 존재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봉화에 조성된 베트남 관련 시설을 보기 위해 국내외 관광객이 얼마나 방문할 것인지, 지속적인 운영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강원도의 '한중문화타운'은 100% 민간 자본 추진 사업이라는 강원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해 '강원도 차이나타운 반대 청원'에 67만명이 동의하며 사업이 무산됐다"며 "하물며 3000억 원 이상의 공공 재정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은 더욱 엄격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한번 조성된 대규모 시설은 향후 유지·관리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재정적 부담은 온전히 지방 재정과 지역 주민,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경고했다.
해당 청원은 오는 31일까지 진행되며, 2만 5,000여 명이 동의한 상태다.
이번 사업을 둘러싼 여론은 전반적으로 냉담하다. 체류 외국인 관련 사회적 갈등과 정착 지원 특혜 논란이 맞물리며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반면 심각한 인구 소멸 위기 속에서 과거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관광 자원 개발과 체류 인구 유입 시도 자체는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일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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