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지난주 열릴 예정이었던 중국 독립영화제가 중국 당국의 압박으로 참가자들이 이탈해 결국 취소됐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뉴욕에서 새로 출범하는 독립영화제 '인디 차이나' 총감독을 맡은 중국 독립 영화계 인사 주르쿤의 이야기를 전하며 이같이 보도했습니다.
주 씨는 행사 준비 도중 중국에 있는 아버지로부터 나쁜 일이나 중국에 해가 되는 일은 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 다음 날부터 주 씨는 작품을 상영하려던 감독과 게스트, 심지어 자원봉사자로부터 영화제에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부분은 개인적인 이유를 댔지만, 일부는 중국 경찰로부터 영화제에 참가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중국 당국의 압박을 받은 참가자 중에는 수년간 해외에 거주한 중국인이나 외국 국민, 중국계가 아닌 사람들도 있다고 주 씨는 전했습니다.
중국 독립영화계에서 유명 감독이었던 주 씨는 지난 2014년 창설 멤버로 활동하던 베이징독립영화제가 당국의 압력으로 중단되자 그해 미국으로 이주해 뉴욕에서 활동해왔습니다.
올해 초 뉴욕에서 중국 독립영화제를 열겠다고 마음먹은 주 씨는 개인 자금을 털어 전 세계에서 출품받은 작품 200여 편 가운데 31편을 선정했습니다.
이렇게 준비한 '1회 인디차이나' 영화제는 당초 이달 8∼15일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주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감독들이 줄줄이 참가를 철회해 예정 작품 중 80%를 상영하지 못하게 됐다며 개막 이틀 전 영화제를 취소한다고 공지했습니다.
주 씨는 "두렵거나 굴복해서 이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다"라며 "몇몇 불명의 세력이 영화제 관련 감독과 게스트, 자원봉사자, 내 친구와 가족을 괴롭히는 것을 멈추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또 상영예정작 가운데 일부는 코로나19 팬데믹이나 한 자녀 정책 득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다른 영화들은 중국 내 주요 상영관에서도 걸릴 수 있는 작품이라며 "뉴욕에서도 일이 이렇게 어려워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습니다.
중국에서는 한때 독립영화 제작이 활발하게 이뤄졌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이념적 순수성을 강조하고 검열이 강화되면서 대부분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중국의 가장 유명한 독립영화 축제였던 베이징독립영화제는 2014년 개막 당일 취소된 뒤 더는 열리지 못하고 있고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의 영화를 만든 감독들은 징역이나 벌금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