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군사작전을 벌여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붙잡아 미국으로 압송한 다음 날 영미권 언론매체들은 사설과 칼럼 등에서 강한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의 마두로 생포에 대한 가디언의 견해 : 트럼프가 세계 유일 초강대국을 불량국가로 만들었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습니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을 세계의 "경찰관"이 아니라 "불량 국가"로 만들고 있다며 미국이 무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최소한의 대가만 치르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믿음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 문제를 마두로 축출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아무도 이를 믿지 않는다며 석유의 유혹, 힘의 과시, 그리고 국내 인기가 하락하는 와중에 영광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점을 트럼프 본인도 명확히 알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가디언은 "전 세계적 반응, 특히 유럽의 반응은 명예로운 일부 예외는 있었지만 놀라울 정도로 소극적이었다. 이는 마두로 대통령의 죄악 때문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강력한 반응은 환영할 만했다면서도 이번 사건은 유엔이 갈수록 현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조직이 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트럼프의 4년 임기 중 12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다며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 경을 비롯한 이들은 지금 침묵을 지키면 후회할 수도 있다. 다음에 어떤 일, 혹은 어떤 인물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널드 트럼프의 무모한 베네수엘라 개입"이라는 제목으로 논설위원회 명의의 사설을 실었습니다.
FT는 트럼프가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겠다고 선언하고 미국 석유회사들이 "들어가서" 베네수엘라의 석유산업을 인수토록 하겠다고 말한 것은 트럼프 집권 하에서 미국이 얼마나 오만하고 무신경하고 이기적으로 변했는지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FT는 미국이 1945년 이래 통용돼 온 국제법의 까다로운 세부사항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며 서반구에서는 마음대로 개입하고 다른 지역에서도 그렇게 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트럼프가 국내외에 보냈다고 분석했습니다.
제러미 보언 BBC 국제부장은 "보언(의 견해): 트럼프의 행동은 지구 전체에 걸쳐 권위주의적 강대국들에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제목의 기명 칼럼에서 "군사작전은 1단계에 불과하다"며 "성패를 판가름하는 것은 정치적 후속조치"라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의 마두로 생포 작전이 베네수엘라 국경을 훨씬 넘어 지속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트럼프의 ’그린란드 합병 희망’ 발언 후 그린란드와 덴마크가 느끼는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보언 부장은 타이완을 노리는 중국과 우크라이나를 침략 중인 러시아가 트럼프의 마두로 생포 조치를 선례로 삼을 수 있다고 우려한 민주당 소속 마크 워너 미국 연방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이 규칙을 만들며, 자신의 지휘 아래 미국에 이런 규칙이 적용된다고 해서 다른 이들 역시 동일한 특권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 것 같다. 하지만 힘의 세계는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치학자인 라한 메논 미국 뉴욕시립대 명예교수는 가디언에 실은 칼럼에서 베네수엘라에 마약조직과 권위주의 통치 등 많은 문제가 있긴 하지만 트럼프의 행동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며 트럼프의 주장들에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마두로 납치 이후 베네수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게 됐고 이번 성공에 도취한 트럼프가 현재 전국적 소요가 일어나고 있는 이란에도 개입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꼽았습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 출입기자인 데이비드 생어와 타일러 페이저가 집필한 분석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운영’ 선언은 미국이 인구가 약 3천만 명인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적·정치적 지배권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미국이 "위험한 새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동원해 영토와 자원을 강탈하던 ’포함외교’(gunboat diplomacy) 시대로 되돌려 놓았다고 이들은 분석했습니다.
미국이 20세기에 카리브해와 중미의 작은 나라들에 군사적으로 개입했던 때가 많지만, 베네수엘라의 국토 넓이는 이라크의 갑절이며 그만큼 까다로운 점도 많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논설위원회 명의의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운영’에 대해 더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지만, 그의 행동에 대한 직접적 윤리적·법적 비판은 하지 않았습니다.
WSJ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현장에서 운영을 담당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그 탓에 베네수엘라 정권을 설득할 수 있는 미국의 능력이 감소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외교정책에서 현실주의(법이나 도덕보다 국익을 위한 힘의 논리가 국제사회의 작동 원리라는 시각)를 말하고 있지만, 만약 마두로 2.0이 6개월간 (미국에) 반항하며 권력을 유지한다면 그의 부하들에 의존한다는 도박은 별로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습니다.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