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로 '서브 2'(2시간 이내에 마라톤 풀코스 완주) 달성에 성공한 사바스티안 사웨(케냐)가 경기에서 착용한 신발을 둘러싸고 기술 도핑 의혹이 일고 있다.
28일(한국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사웨는 이번 기록이 초경량 마라톤화에 의한 '기술 도핑'이 아닌지 묻는 말에 "전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 신발은 승인된 것"이라며 "매우 가볍고 편안하며 앞으로 밀어주는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난 규정에 맞는 신발을 신고 뛰었다"고 강조했다.
사웨는 2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6 런던 마라톤 남자부 경기에서 42.195㎞ 풀코스를 세계 신기록 1시간59분30초에 완주하며 우승했다. 이는 인류 역사상 공식 대회에서 '서브 2'를 달성한 최초의 기록이다.
이때 사웨는 아디다스가 3년 동안 연구·개발한 초경량 마라톤화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에보3를 착용했다. 한 짝 무게가 97g에 불과하며, 해외 판매가는 500달러(약 74만 원) 수준이다.
이날 사웨에 이어 2위로 들어온 요미프 케젤차(에티오피아) 역시 1시간 59분 41초를 기록하며 서브 2에 성공했는데, 그 역시 사웨와 마찬가지로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에보3를 착용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날 열린 여자부에서 2시간 15분 41초에 결승선을 통과해하며 세계 신기록을 경신한 티지스트 아세파(에티오피아) 역시 같은 신발을 신었다.
아디다스 SNS
로이터는 최근 마라톤 세계 기록이 '초 단위' 단축에서 최근 9년 동안 '분' 단위로 크게 줄어들고 있다며, 이 배경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회사들의 신발 개발 경쟁이 있다고 분석했다. 2016년 나이키가 탄소섬유판을 삽입한 '베이퍼 플라이'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이러한 경쟁이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카본화는 발이 지면을 딛고 나아갈 때 추진력을 높이고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기록 단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엘리우드 킵초게(케냐) 등 세계적인 선수들은 맞춤형 카본화를 신고 뛰며 기록 경신에 성공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신발 속 탄소판이 스프링처럼 작용해 선수의 순수한 능력을 넘어서도록 유도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세계육상연맹은 2020년 엘리트 선수 신발 규정을 신설해 밑창 두께를 40㎜ 이하로 제한하고, 탄소섬유판도 1장만 허용하는 기준을 마련했다.
규제 이후에도 브랜드 간 기술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신발의 기능에 따라 달리기 효율은 2∼4% 증가할 수 있다"며 "수치상으로는 작아 보이지만 42.195㎞ 마라톤에선 엄청난 차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 세계육상연맹은 밑창 두께와 탄소판 수를 제한하고 있지만 기술 혁신 자체는 허용하고 있다"며 "'슈퍼 슈즈 시대'가 열리면서 세대를 넘는 기록 비교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과거 선수들 역시 첨단 운동화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일반 스파이크를 신고 세계기록을 세웠던 '단거리 황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지난 2021년 "내가 선수로 뛸 땐 세계육상연맹이 새 스파이크를 신지 못하게 했다. 새로운 스파이크 개발 이야기를 듣고 내 귀를 의심했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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