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YTN 아트스퀘어 초대전의 주인공은 작가 ‘모스플라이(Mothfly)'다. 작가는 평소 무작위로 그렸던 ‘낙서’를 모티브로 자신이 생각하는 세상과 일상의 의미를 화폭에 담았다.
‘모스플라이(Mothfly)’라는 작가의 필명은 등단 전 본인이 만들었던 스튜디오 이름에서 유래한다. 나방파리가 꼬불꼬불 날아가는 모습이 본인의 그림에서 표현되는 라인과 비슷한 느낌을 받아 사용한 이름이고, 지금 자신이 그리고 있는 작품과 잘 어울려 보여 더욱 애착이 가는 이름이라고 한다.
자신만의 방식만으로 자유롭게, 그리고 개성 있게 세상을 날아다니는 나방파리처럼, 작가 모스플라이가 평소 생각하고 느낀 일상과 세상의 의미를 작품을 통해 감상해 보는 건 어떨까? 전시는 10월 31일까지이다.
▼ 다음은 모스플라이 작가와의 일문일답
▲ Watchdog Park Johnber, 91.0×116.8cm, Acrylic on canvas, 2024
Q. 전시 주제를 소개해 주세요.
이번 그림들이 전시를 위해 기획한 건 아니고 제가 평소 그리던 작품들을 모아 본 겁니다. 가장 쉽게 얘기하면 ‘기억과 망상의 교차점’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제 작업이 주로 과거 낙서들이 모티브가 되어 작품으로까지 끌고 오는데요. 낙서라는 게 무의식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 나중에 다시 보면 꽤 생소하게 보일 때가 있어요. 분명히 제가 뱉어낸 건데 다시 보면 굉장히 생소한 것들이 마주치는 순간들을 좀 좋아하는 편이죠. 그걸 다시 자세히 보다 보면 낙서를 과거에 그렸던 시점에서, 제게 가장 많이 영향을 줬던 것들이 다양한 형태로 흩어져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걸 보면서 과거와 과거의 제 모습을 다시 한 번 찾아보게 되고 그런 과정을 좋아하고, 그것을 끌고 와 현재 제가 한 망상 같은 것들을 더해서 페인팅으로 표현하는 편입니다.
▲ Happy jolly tippler, 65.1×90.9cm, Acrylic on canvas, 2024
Q. 작품의 아이디어는 주로 어떻게 떠올리나요?
제게는 평소 낙서를 해놓는 노트가 있어요. 그걸 다시 보는 것부터가 시작인 것 같습니다. 보통 거기서 분명히 다 봤던 것인데도 찬찬히 보면 ‘이게 뭐지? 이런 걸 내가 왜 그렸지?’ 하면서 발견되기도 하고, 또 다시 보면 손에 익어서 자주 그리게 된 캐릭터들이 있어요. 그래서 제 그림에 많이 등장하는 캐릭터가 셋이 있는데요. ‘박존버’, ‘신무학’, ‘매두벅’이라는 캐릭터들인데, 그 인물들이 제가 어떤 기획 하에 그린 것도 아니고 과거의 낙서들을 보다보니 손에 익어서 자주 그리게 된 캐릭터들이거든요. 그래서 이제 이런 캐릭터들이 자주 등장하다 보니 애착이 생겨서 서사 같은 것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제 성격들의 일부분을 다 투영해서 자화상처럼 캐릭터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낙서들에서 보통 아이디어를 다 끌고 와 작업하는 편입니다.
▲ 모스플라이 작가의 낙서노트
Q. 전시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요?
‘The Operator’라는 작품이 제일 애착이 갑니다. 이 작업이 좀 의미가 있는 게, 제가 가끔 허무맹랑해 보이는 일러스트 작업을 왜 그리고 있나라는 생각을 해요. 이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런 생각도 하고요, 그래서 한 번 좀 그려보고 싶었던 게 'The Operator’라는 작품인데, 그림을 보시면 머리가 꽝 터져 나가는 인물이잖아요. 이게 제 자화상에 제일 근접한 그림이라고 보셔도 됩니다. 제 안에 있는 어떤 생각들이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것들이 응축됐다가 뒤섞여서 터져나온 것들이 지금 하는 얘기들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빅뱅’ 같은 느낌으로 내 머릿속에서 이야기가, 모든 경험들이 응축해 있다 터져 나오는 시작을 알리고 싶은 그림으로 이 작품을 그렸습니다. 보통은 과거의 낙서들에서 발전시켜 끌고 오는 식이지만, 이 작품은 좀 다르게 이야기의 시작을 그리고 싶었던 그림이죠.
▲ The Operator, 91.0×116.8cm, Acrylic on canvas, 2024
Q. 작품 제작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일단 대부분의 작품들은 자연스럽게 과거에 떠올렸던 것들에서 끌어오려고 하는 편이고, 낙서에서 굳이 안 가져오더라도 제 주변에 있는 물건들이나 어떤 문득 떠오르는 생각 같은 걸 가져와서 그림을 그릴 때가 있거든요. 이걸 너무 세세하게 스케치까지 해가면서 기획을 하다보면 좀 멋있는 척, 조금 더 있어 보이는 척 하게 되는데, 이런 것들이 계속 좀 사족으로 달리는 느낌을 있더라구요. 그래서 어느 순간적으로 과거에 발견된 무엇이든 순간 번뜩이게 뭘 그려야겠다고 떠오른 생각 같은 걸 정리할 때 너무 크게 계획을 안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느끼는 감정 그대로를 페인팅으로 옮기려 하고 있고, 그렇게 해서 사족이 달리지 않을 때가 가장 저다운, 좀 미숙해 보일지라도 그게 더 저다운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너무 큰 계획보다는 발견되었을 때 그 감정과 어떤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들을 최대한 가져오려고 하는 편입니다.
▲ Heavy smoker, 65.1×90.9cm, Acrylic on canvas, 2024
Q. 작가님의 작품 속에서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이나 작업 노하우를 들려주세요.
방금 말씀드린 것과 비슷한 얘기인데, 뭔가 툭 그려냈는데 이게 마음에 들어서 이걸 정말 정성껏 다시 스케치를 확장시킨다거나 했을 때 원래 느낌이 안 들어가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래서 너무 계획해서 작업을 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 my old cat with me, 116.8×80.3cm, Acrylic on canvas, 2024
Q.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친 작가님의 성장 배경이나, 특별한 경험이 있나요?
사실 저희 어릴 때도 보면 매체가 꽤 소중했던 시절이잖아요. 어릴 때 신문 펴놓고 편성표 확인하고 그랬던 경험들이 있잖아요. 이건 봐야 돼, 뭐 그런 식으로... 어릴 때는 그런 거 다 기다렸다 보고 주말에 제가 엄마 졸라서 비디오 한 편씩 빌려보고 했던 경험들이 오히려 더 귀했기 때문에 그때 봤던 것들이 유년기 시절 추억에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외계인, 괴수 등등의 망상을 계속 한다는 것 자제가 그 시절 봤던 것들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리봉동에서 보낸 유년기 시절에 이런 영향들을 크게 받았기 때문에, 제 망상의 무대를 '가리봉 시티'로 삼아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림 스타일을 보시면 색을 정제해서 쓰고 있는데요. 한 그림에 화려하게 보이지만 들어간 컬러가 가짓수로는 그렇게 많지가 않아요. 그런 것도 색을 조금 정제해서 쓰는 디자이너 시절의 영향을 받은 것 같고 그 때문에 누구든 편하게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over the wall, 116.8×91.0cm, Acrylic on canvas, 2024
Q. 전시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제 그림은 사실 어떤 한 점 한 점의 그림으로 인사이트를 주려고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그림의 모티브가 주로 낙서에서 왔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래서 이를 통해 유희적 도피처적인 낙서에서 나오는 즐거운 바이브, 이런 것들을 공유하고 싶은 게 가장 큰 목적이었던 거 같습니다. 저도 이 그림들이 어떤 큰 의미를 가져야 되나, 이걸 보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어떤 담론이나 어떤 인사이트들을 부여해야 되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이건 그림마다 역할이 좀 다르고 처음에는 그게 없어서 문제가 될까 했었는데, 그냥 유희적인 걸 끌고 온 거라고 봐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그냥 하나 하나 보면서 나름대로 느끼시면 될 거 같습니다.
▲ Sin moohak's Night, 89.4×130.0cm, Acrylic on canvas, 2024
Q. 관객들에게 작품을 감상하는 팁을 준다면?
제 그림은 한 컷 한 컷 의미가 있다고 보지는 않기 때문에, 그리고 제가 과거의 기억을 찾아와 제 감정에 연결시켜 그림을 그렸듯이 관객들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제 그림들에 나오는 상황이나 오브제들이 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어도 자세히 보면 주변 경험에서 가져온 것들이 많기 때문에 꽤 흔한 오브제로 구성된 것들이 많아요. 그런 걸 보시면서 현재 감정에 연걸해 그냥 보는 게 가장 좋은 관람법인 것 같습니다. 작가의 시선이 아닌 관객의 시선에서 자연스럽게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이게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오브제 같은 것들로 구성됐기 때문에 충분히 자기 과거나 지금, 현재 경험에서 발견되는 것들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작업 계획은 무엇인지, 작가로서의 포부나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 작업 같은 경우 미술이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편하게 볼 수 있는 그림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저는 그런 역할도 제 그림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그림을 보다 보면 난해하고 그런 것들도 많아서 어떤 미술을 어느 정도 익혀야 즐겁게 볼 수 있다고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어렵지 않더라도 즐길 수 있는, 초보자들도 보고 즐길 수 있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페인팅 말고도 다양한 것들을 많이 하고 있어요. 작은 굿즈도 만들고 포스터도 만들거든요. 그림을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소비하는 것도 재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즐길 거리를 많이 만들어서 누구나 다 소비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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