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라디오(FM 94.5) [YTN ON-AI RADIO]
□ 방송일시 : 2026년 04월 10일 (금)
□ 진행 : AI챗봇 “에어”
□ 보조진행: 김우성 PD
□ 출연 : 최민석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김우성 : 금요일은 많은 분들이 사랑하는 이분, 최민석 작가님과 함께 책을 제대로 읽고, 나누고, 공감해 보는 시간입니다. 앞서 오프닝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스콧 피츠제럴드, 최민석 작가님이 많이 애정하는 작가이잖아요. 이분의 작품 중에 ‘이건 몰랐는데?’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작품들 오늘 소개하면서 또 여러분들의 봄날을 살찌워 드리겠습니다. ‘독서 셰르파’, 최민석 작가님 나오셨습니다. 나마스떼, 어서오세요.
◇ 최민석 작가 (이하 최민석) : 나마스떼. 이제 명예 네팔인이 된 느낌이에요.
◆ 김우성 : 네팔 음식이라도 올려둬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 최민석 : 오늘 갑자기 들으신 분은 왜 갑자기 네팔인이고, 네팔 인사를 하는가, 그러시겠는데 독서 셰르파잖아요. 그래서 그런 기분이 듭니다.
◆ 김우성 : 자 피츠제럴드 작품은 저희가 때문에 많은 분들이 정말 감동했는데 오늘은 제목이요. 지난주 작품과 연결된 느낌도 들면서 몰랐던 작품이에요.
◇ 최민석 : 지난주 작품이 뭐였죠?
◆ 김우성 :
◇ 최민석 : 그렇군요.
◆ 김우성 : 박완서 선생님의 였는데, 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만…
◇ 최민석 : 그렇네요. 부끄러움이랑 연관되기도 하니까, 그렇게 생각해 볼 수 있네요.
◆ 김우성 : 옳고·그름, 좋고·나쁨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사람, 이런 행위 같기도 한데, 어쨌든 이 작품은 잘 몰랐는데요. 이 작품을 골라오신 배경이 뭘까요?
◇ 최민석 : 일단 이 작품은 단편 소설이고요. 벚꽃철이잖아요. 곳곳에 벚꽃이 만발해서 거의 떨어지기까지 하는데, 사람들이 이때 데이트를 많이 하잖아요. 사랑의 계절입니다. 그래서 제가 읽은 책들 중에 사랑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뭘까 물었을 때, 저는 늘 피츠제럴드의 명 단편인 소설 떠올리고 추천을 합니다.
◆ 김우성 : 여러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왜냐하면요. 봄 사랑을 어떻게 우리가 스케치를 해 볼까 궁금한 게 많은데, 최민석 작가님의 감각을 믿어보겠습니다. 일단은 봄의 사랑에 이 작품을 추천한다. 피츠제럴드, 그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 최민석 : 시기적으로 보면 소설에 4월이 나와요. 진짜 4월에 만난 두 남녀의 이야기거든요. 그래서 떠오르기도 하지만, 근원적으로는 우리가 사랑을 얻기도 하지만, 잃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이 소설은 두 가지 사건을 다 다룹니다. 정리를 하자면 사랑을 한 번 잃은 후에 주인공이 그 사랑을 다시 얻는데, 그 과정이 참 허망해요. 그래서 이 작품을 다 읽고 나면 결국 사랑을 잃는 것도, 또 얻는 것도 두 개 다 참 쓸쓸한 일이다. 이런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그래서 여운이 아주 길게 남는 작품입니다.
◆ 김우성 : 사랑을 꽃에 비유를 많이 하잖아요. 꽃이 피었을 때 막 설렌데, 또 꽃이 지고 나서의 풍경을 봤을 때 마음 같기도 하고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최민석 셰르파와 함께 줄거리로 조금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내용 알려주시죠.
◇ 최민석 : 조지 오켈리는 MIT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인재입니다. 그의 꿈은 황무지를 삶의 터전으로 만드는 것이라, 테네시 주에서 건설 엔지니어로 일할 때 보람을 느꼈죠. 하지만, 지금은 오로지 돈 때문에 뉴욕의 보험회사에서 근무합니다. 꿈을 포기하면서까지 돈을 더 벌고 싶은 이유는 사랑하는 여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이름은 존 퀼 캐리. 존이 들어가니까, 남자 이름 같긴 한데 그래요. 그냥 캐리,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근데 캐리, 패밀리 네임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존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는데, 절대 남자가 아니다. 헷갈리지 마시고요.
◆ 김우성 :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성입니다.
◇ 최민석 : 그녀는 그의 고향인 테네시 주에서 흑인 하녀가 일하는 이층 저택에 살고 있습니다.
◆ 김우성 : 스콧 피츠제럴드 작가님의 작품을 읽다 보면 여자주인공은 대부분 공주님이에요.
◇ 최민석 : 다 자기 얘기를 쓴 거라서 피츠제럴드 소설의 구도가 '리치 걸 푸어 보이'예요. 부잣집 딸과 가난한 집 출신의 남자 간에 삐걱대는 사랑의 이야기를 다루는 게 평생 피츠제럴드의 테마입니다.
◆ 김우성 : 그 구도 안에서 인간의 본성, 우리가 생각하는 꿈, 좌절, 마음 이런 걸 잘 그려냈죠. 그래서 우리가 사랑하는데, 벌써부터 좌절감이 느껴집니다.
◇ 최민석 : 그렇죠. 사랑하는 여자는 하인이 일하는 2층 저택에 살고 있고, 주인공은 돈 때문에 자기 꿈과 하등 상관없는 일을 하는 처지니까, 벌써 계급적 좌절이 느껴지죠. 뒤에 반전이 나옵니다.
◆ 김우성 : 개츠비, 여러분들 기억나시죠? 반전이 있습니다.
◇ 최민석 : 일단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조지에게 그녀는 언제든 날아가 버릴 새처럼 느껴집니다. 게다가, 이미 한 번 청혼을 거절당했어요. 이것도 피츠제럴드 얘기죠. 그래서 주인공 조지는 늘 불안합니다. 불과 2주 전에 존을 보려고 고향에 다녀왔지만, 여전히 안절부절 못합니다.
◆ 김우성 : 마음이 그렇죠.
◇ 최민석 : 결국 또 휴가를 신청하자, 상급자가 그를 해고해버리는데, 조지는 오히려 반깁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스스로 결단 못한 사직을 결정해줘서 고맙다면서 이걸 반기죠. 그런데 그 들뜬 마음으로 고향에 내려갔는데, 조지는 당황합니다. 왜냐하면 그녀가 기차역에 남자친구들과 배웅을 나왔기 때문입니다. 생각한 거는 여자친구가 딱 기다려서 같이 앉고, 오랜만에 키스도 하고 그런 건데, 남사친들을 다 데리고 나온 거예요.
◆ 김우성 : 이런 상황이 돼버렸어요.
◇ 최민석 : 게다가 남사친들이 또 부자입니다. 남사친들이 새로 뽑은 차를 끌고 나온 거예요. 조지는 또 심지어 그걸 얻어 타고 가느라 초라해진거죠.
◆ 김우성 : 타지 말았어야지.
◇ 최민석 : 아니나 다를까 조지는 여자친구한테 다시 청혼을 하려고 왔거든요. 이미 한 번 거절을 당했잖아요. 용기 내서 또 청혼을 했는데, 또 거절당해요. 그러면서 뭐라고 얘기하냐면 그녀 역시 그를 사랑하지만, 지금 그와 결혼하는 것은 ‘분별 있는 일’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해요.
◆ 김우성 : 여기서 분별이 나옵니다. 정확히 따져서 봐야 돼요. 사랑해, 근데 결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한 것 같은데, 어찌 보면 지금 시대의 청춘들에게도, 또 청춘을 지나온 분들에게도 와닿는 주제네요. 오늘 정말 흥미진진해집니다.
◇ 최민석 : 그래서 둘은 헤어졌죠. 거절당한 남자, 조지는 미국을 떠나게 됩니다. 남자 주인공 조지는 미국을 아예 떠나버립니다. 현실 회피 욕구가 발동한 거죠. 그래서 페루에 가서 원래 꿈이 엔지니어였잖아요. 거기서 큰 성공을 거두고, 너무 성공하다 보니까 신문에도 조지의 성공이 막 보도가 되고, 뉴욕에 돌아와서 굉장히 멋진 일자리도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1년이 흐른 뒤 마침내 미국으로 완전히 돌아온 거죠.
◆ 김우성 : 마음속엔…
◇ 최민석 : 그렇죠. 오자마자 옛날 여자친구 캐리의 집으로 향합니다. 근데 가는데 기분이 이상해요. 왜 그럴까요? 옛날에는 흑인 하녀가 일하는 2층 집이 엄청나게 커 보였거든요. 근데 이번에 돌아가 보니까 어쩐지 그 집이 작아 보여요.
◆ 김우성 : 집이 변하는 것도 아닐 테고 그 집은 똑같은데, 왜 그렇게 보였을까요?
◇ 최민석 : 그거죠.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 가면 작아 보이잖아요.
◆ 김우성 : 운동장이 그때는 광활했는데, 다 커서 가보면 완전 앞마당이죠.
◇ 최민석 : 그렇죠. 그건 뇌가 컸기 때문이죠. 조지의 자아가 비대해졌기 때문입니다. 성공했잖아요. 자기를 둘러싼 그 세계는 그대로인데, 자기 존재가 커져서 주변 세계가 작게 느껴지는 거죠. 조지한테 일단 이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이런 질문을 품고 있어요. 취향과 계급이 바뀐 사람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상대를 옛날과 똑같이 사랑할 수 있는가.
◆ 김우성 : 어렵습니다. 아주 사소한 복수심 같은 게 들 수도 있지만 더 크게는 그 사랑이 그래서 존재했던 건지, 아니면 영원 무결하게 남을 수 있을지. 물론 여러분들은 피츠제럴드의 성향을 잘 알고 계십니다만, 어떻게 흘러갑니까?
◇ 최민석 : 일단 가보죠. 캐리는 여전히 아름다워 보입니다. 그래서 그 집은 옛날만큼 거대해 보이지는 않지만 캐리는 여전히 아름다워서 캐리를 보고 조지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합니다. 허세를 부려요. “지나가는 길에 잠시 보려고 들렀어.” 일부러 여기까지 와 놓고. 그래서 피츠제럴드가 이 대목을 어떻게 표현하냐면 그의 ‘허영심이 낭만적인 생각을 압도’한 것이다.
◆ 김우성 : 되게 날카롭다.
◇ 최민석 : 성공한 조지는 말을 할 때마다, 그의 입에서 허세가 공기처럼 새어나옵니다. 조지는 옛날 여자친구 캐리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 지난 1년간 성공을 향해서 달려온 거잖아요. 그래서 그 성공을 얻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성공이 이제는 그녀와의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돼버린 거죠.
◆ 김우성 : 성공해서 왔는데 그녀의 사랑을 갈아먹는 장애물이 오히려 되어 버렸습니다. 어떻게 됐습니까?
◇ 최민석 : 묘하게 조지한테는 어떤 목적의식 같은 게 생겼습니다. 왜냐하면 그녀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서 성공했기 때문에, 그녀의 사랑을 되찾아야 합니다. 일종의 자신을 짓누르는 부채 의식이자, 자기 일생의 과업이자, 숙제처럼 돼 버린 거죠. 그래서 또 고백을 합니다. 만나고 싶었다고. 그녀를 사랑했던 만큼, 그 어떤 사람도 사랑할 수는 없을 거라고요. 그런데 어쩐지 이 말은 연극적이고, 진부하게 들립니다. 둘 사이에는 무거운 공기가 가득하고, 마침내 조지는 묻습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느냐고. 그녀가 대답을 하죠. “그래요.” 이 대답은 긍정의 yes가 아니라 no입니다. 그녀도 변한 거죠. 둘 다 변한 거예요. 사랑해야 된다는 게 숙제처럼만 남아 있었던 거죠. 둘은 그야말로 어색한 시간을 보냅니다. 방에 들어온 엄마를 따라, 난데없이 맞은 편 집에 따라가 식사까지 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요. 그리고 뭔가 조지는 부채 의식과 숙제 과업 이런 거에 억눌려 있잖아요. 또 청혼을 해요. 완전 직진남이에요.
◆ 김우성 : 제가 보기엔 조지가 굉장히 목표를 향해서 멈추지 않는 사람이네요.
◇ 최민석 : 그렇죠, 이제는 이 사랑이 이루어야 될 과업이 된 거죠. 근데 그거를 캐리도 느꼈겠죠. 또 거절을 당합니다. 그러자 조지가 없는 말을 막 지어냅니다. 너무 궁지에 몰려서 내일 워싱턴에 가야 한다고요. 그래서 둘한테 허락된 시간이 별로 없다는 거를 캐리도 깨닫죠. 이때부터 캐리의 눈빛이 조금씩 변합니다.
◆ 김우성 : 굉장한 다급함이네요.
◇ 최민석 : 사랑을 완성시키는 건 장애물이거든요. 로미오와 줄리엣 사이에 가문이라는 원수지간이 된 사이가 없었다면 둘이 그렇게 호감을 안 느꼈을 거예요. 대학생들 중에서도 쟤가 다음 학기에 교환 학생 간대, 그러면 괜히 두 달밖에 안 남았는데도 괜히 달라 보이고 특별한 감정이 생겨요.
◆ 김우성 : 소름 돋았습니다. 뭔가 장애물이 생기고 하면서 둘의 사랑은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갔습니다. 상처도 깊고요.
◇ 최민석 : 그 눈빛의 변화가 보이잖아요. 변화를 감지한 조지가 이때다 싶어서 잽싸게 부탁합니다. 예전처럼 무릎 위에 앉아 줄 수 있겠느냐고. 근데 제가 되게 소심하게 얘기하잖아요. 조지는 상처가 많잖아요. 와중에 상처를 많이 받은 남자답게 싫으면 그만둬도 상관없다며 둘러대요.
◆ 김우성 : 그 멘트는 하지 말았어야지. 찌질하기도 한데, 애절함이 느껴져요.
◇ 최민석 : 그래서 조지의 부탁에 응해주죠. 그런데 조지가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해야 되나, 눈치가 없다고 해야 되나.
◆ 김우성 : 지고지순해 보이지만 아까 말씀하신 직진남 같아요.
◇ 최민석 : 자기가 해야 될, ‘지금 사랑을 얻어야 된다, 청혼을 승낙받아야 된다’ 이 중압감에 시달리다 보니까 자기 진심을 전해야 할 때임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자기가 1년 동안 얼마나 성공했는지 떠벌리기 시작합니다.
◆ 김우성 : 조지 씨 무릎 위에 앉았잖아요. 그럼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 줄 알았냐…’ 이래야 되는데, ‘내가 얼마나 잘 나가냐면…’ 이랬다는 거잖아요.
◇ 최민석 : 근데 그럴 법해요. 왜냐하면 조지도 마음이 변했으니까요. 사실은 뜨거운 진심이 별로 없는 거예요. 옛날에 결혼하자고 했을 때 ‘너랑 결혼하는 건 분별없는 일인 것 같아’ 자기 가난 때문에 차였다고 생각하니까 다시 자기가 성공한 부로 어필할 수밖에 없는 거죠. 피츠제럴드가 이 대목에서 주인공 조지의 허영과 속물근성을 드러냅니다. 조지가 페루로 떠났을 때의 이야기를 하던 중에 갑자기 캐리가 제동을 걸고 물어요. “단 일분의 여유도 없었어요?”
◆ 김우성 : 반문했겠네요, 주인공이.
◇ 최민석 : 그렇죠. “무슨 시간 말이야?” 그녀는 왜 페루로 떠날 때 떠난다는 말을 할 단 일분의 시간도 없었느냐고 물은 것이죠. 조지 역시 그럴 것이라 짐작했지만, 확인하기 위해 반문 한번 해 본 거죠. 조지는 대답을 하기가 그렇잖아요. 그래서 일단은 기대 반 관습 반으로 옛날에 했던 것처럼 머리를 그녀 쪽으로 숙이는데, 그녀도 여기에 응답하듯이 그한테 몸을 가까이 숙입니다. 옛날에 나눴던 무수한 그 키스 직전의 분위기가 재현된 거죠. 이때는 키스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어색해지고 더 멀어지잖아요. 그때 조지는 마침내 “맞아”라며 그 시간이 없었다고 얘기를 하는 거죠. 그녀의 입술에 대고 속삭입니다. “세상에 시간은 얼마든지 있지….” 그냥 네가 알아서 하라는 거죠. 이 대사를 왜 썼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하는데, 조지가 ‘그래 어쩔 거야’ 무대포로 나가는 걸 수도 있고, 아니면 ‘네 말이 맞아, 그런데 우리 앞에는 이제는 남겨질 무수한 사랑할 시간이 있지’ 이런 화제 전환 얘기도 되는 거죠. 아무튼 조지는 둘 앞에 사랑할 시간이 굉장히 많이 남아 있다는 것처럼 이런 대사를 귓가에 속삭이죠.
◆ 김우성 : 둘은 만나서 비로소 사랑의 얘기를 꺼내고 있지만, 왠지 어긋난 것 같은 느낌이 저만 드나요? 최민석 작가님의 해석을 계속 들어보겠습니다. 마음이 둘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관습이 둘을 움직이네요.
◇ 최민석 : 과거의 습관이 주문처럼 이들을 움직이는 거죠, 그런 것 같아요. 보통 헤어진 연인들이 재회를 한 번 하면 흔히 겪는 과정이잖아요. 괜히 뭔가 마음도 그리워지지만 육체도 그리워지잖아요. 그 과정을 피츠제럴드가 포착을 해서 재현을 한 거고요. 이때 독자들은 이 둘이 관습 때문에 행동을 하는 건지, 아니면 이번에는 정말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고 하는 건지 정확히는 알 수 없어요.
◆ 김우성 : 그러니까요. 기대감은 있는데 잘 모르겠어요.
◇ 최민석 : 네, 어쩌면 조지에게 캐리는 그저 성취 대상이 돼버렸는지도 모르는 거죠. 그리고 캐리한테도 조지가 자신의 삶을 유지시켜줄 하나의 도구가 돼 버렸는지도 모릅니다. 독자가 이런 여러 가지 상황들을 궁리하고 있을 때 소설은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제가 낭독을 해 볼게요. 주인공 조지가 ‘그래, 세상에는 우리가 사랑할 시간이 많지’, 그랬잖아요. 이어서 작가 피츠제럴드가 쓴 지문이 이어서 나옵니다. “세상에는 시간이 얼마든지 있었다. 그의 시간과 그녀의 시간 말이다. 그러나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는 순간, 그는 아무리 영원히 찾아 헤매더라도 잃어버린 4월의 시간만큼은 절대로 되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옛날 어스름 속에서나 산들바람 살랑거리던 밤에 주고받은 그 속삭임은 이제 다시는 되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 갈 테면 가라, 그는 생각했다. 4월은 흘러갔다. 이제 4월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 이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사랑이 있건만 똑같은 사랑은 두 번 다시없을 것이다.”
◆ 김우성 : 이렇게 마무리됐을 때 여러분은 뭐가 궁금하시나요? 그렇게 애절하고 사랑했었던 혹은 분별 없는 일이야라고 말했던 여주인공의 말들 사이에 있었던 공기는 어디론가 빠져나가 버리고요. 텁텁해진 느낌도 들어요.
◇ 최민석 : 그렇죠. 열린 결말인데, 이 둘이 다시 연인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데, 피츠제럴드가 그것에 대해서는 모든 걸 열어놨는데요. 단, 둘이 연인이 되더라도 절대 예전과는 같을 수 없을 것이다. 둘은 어쩌면 사회적인 계약 속에서 맺어진 둘의 사회인으로서 계약 주체로서 만나는 관계가 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죠.
◆ 김우성 : 다시 그때의 기분, 사랑이 시작될 때의 순수한 마음 혹은 그 열정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피츠제럴드의 마음속에는 계속 들어 있는 것 같아요.
◇ 최민석 : 안 돌아오죠. 안 돌아오고 그때의 청춘도 그때의 열정도 모든 것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피츠제럴드의 생각인 것 같아요. 실제 피츠제럴드의 삶이었거든요. 젤다에게 청혼을 하고, 거절을 당하고, 결국은 다시 청혼을 해서 자기가 낙원의 이편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둬서 청혼을 해서 둘이 부부가 돼서 살았잖아요. 그런데 옛날 같지 않았던 거죠.
◆ 김우성 : 사람도 변하고, 사랑도 변하는데, 삶으로도 직접 피츠제럴드도 그렇게 보여줬습니다만 이거 예전에 CF 대사이기도 해요.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사랑은 변하는 거야’ 변하는 거에 맞춰서 삶은 이어지는 것 같아요.
◇ 최민석 : 그렇죠. 삶은 이어지죠. 그래서 이 사랑이 변할지라도 슬프지만 이걸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게 인간의 삶이다. 그것까지도 이 소설은 어느 정도 얘기하는 것 같고요.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마음에 들었던 거는 피츠제럴드가 늘 자전적인 얘기를 하잖아요. 실제로 젤다한테 청혼을 했을 때 거절당할 때 들었던 말이 ‘너에게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게 너랑 결혼하는 거는 ‘분별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고 패러프레이즈를 해서 이 소설을 쓴 건데. 그냥 피츠제럴드 자신의 얘기를 가공한 다듬어진 일기가 아니라 이 소설이 궁극적으로 말하는 거는 거절하고, 거절당하는 삶을 다뤄요. 거절당하는 사람은 물론 변하죠. 그리고 거절하는 사람도 결국은 내처진 사람한테 나중에는 또 복수처럼 거부를 당해요. 상처를 줬기 때문에, 나중에는 상처를 되받게 되는 겁니다. 굉장히 차가운 삶의 본질이죠. 이걸 경험하면 사람은 더 수용적인 사람이 되고, 더 포용적인 사람이 되고, 남들한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는 거죠. 그러다 보면 더 배려하게 되고 더 소심해지기도 하고 그런 겁니다.
◆ 김우성 : 여러분 그래서 결론이 뭐야, 누가 이겨? 어땠어? 가 아니라 여기서 우리가 붙잡아봐야 될 감정, 이런 걸 잘 짚어주시잖아요. 들어오기 전에 담당 PD가 슬프고, 쓸쓸한 소설이라고 해서 다 피츠제럴드 이야기지, 이렇게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설명을 들으니 달라지네요. 왜 4월인 지금 작품을 소개했는지 도입부에서 최민석 작가의 설명이 와닿는 것 같습니다. 그때의 4월은 다시 오지 않는다. 어떤 느낌이세요?
◇ 최민석 : 딴 얘기하자면 저희 집 근처에 벚꽃이 쫙 핀 길이 있어요. 옛날에 제가 사진을 찍었거든요. 요즘 사진을 전혀 안 찍습니다. 심지어 관광객들이 너무 많이 오니까 그만 와라, 이런 마음이 들어요. 똑같은 4월이고, 똑같이 벚꽃이 피었는데, 제가 변한 거죠. 그때의 4월은 다시 오지 않는다. 이 소설이 1차적으로 말하는 거는 예전의 청춘, 예전의 열정, 그때의 사랑 이것은 똑같이 재현될 수 없다는 얘기를 하는데, 더 폭넓게 보자면 매년 4월은 돌아오잖아요. 근데 옛날에 내가 겪었던 그 경험, 그것과 똑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그때와 똑같은 감정, 그때와 똑같은 인상 이런 것은 가질 수 없다. 인간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그렇다면 변하는 게 나쁜 거냐.
◆ 김우성 : 숙명 같지 않아요?
◇ 최민석 : 그렇죠. 변화는 게 나쁜 건 아닌 거죠. 변한다는 거는 말씀하신 것처럼 인간의 숙명이에요. 우리는 변화를 받아들여야 됩니다. 인간은 변하는 존재예요. 그래서 제 생각은 뭐냐 하면, 라는 제 에세이에도 썼는데, 거기에서 무슨 얘기를 썼냐면 우리는 모두 변한다. 그런데 중요한 거는 우리는 변할 때마다 항상 우리의 베스트 버전으로 변하도록 노력하면 될 것 같다. 나이에 맞는 베스트 버전이 있는 거죠. 그런 생각을 이 소설을 읽고 난 다음에 사유의 폭을 넓혀서 한번 해봤습니다.
◆ 김우성 : 피츠제럴드가 늘 말하는 사랑, 좌절, 성공의 이야기 이면에 최민석 작가가 올린 이야기는요. 변화 그리고 변화를 어떻게 대하는지 소심이라고 표현했지만, 섬세하고 욕심내지 않으면 더 좋을 것 같고요. 말씀하시는데 젊었을 땐 빨리 달려서 목적지에 빨리 가서 좋았거든요. 지금은 천천히 걷다 보니까 주변이 많이 보여서 좋습니다. 더 좋은 베스트 버전을 찾으면 될 것 같습니다. 여운이 깊은 4월의 작품 스콧 피츠제랄드의 단편 소설 함께 했습니다. 최민석 작가님 감사합니다.
◇ 최민석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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