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비움의 절대 미학' 한국의 달 항아리

2026.05.31 오전 01:11
[앵커]
보름달처럼 둥근 형태의 달항아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유의 넉넉한 풍채와 순백의 미로 해외 유수의 박물관이나 유명 인사들의 소장품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죠.

세계를 홀린 달항아리의 매력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함께 살펴보시죠.

김정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모든 색을 품을 수 있는 순백에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넉넉함 덜어내고 또 덜어낸 비움의 절대 미학!

한국을 대표하는 달항아리는 17세기 후반 시작됐습니다.

'백자 대호'라는 이름으로 주로 저장 용기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임진아 /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 전란 후에 그 좀 피폐했던 요업이 18세기 문예 부흥기에 다시 새롭게 일어나면서 그때부터 그 둥근 원형의 항아리가 순백의 백자로 만들어지게 되었고….]

19세기 들어서며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다가 20세기 들어 미술계에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그 중심에 화가 김환기가 있습니다.

[백승이 / 환기미술관 학예연구사 : 교우분이셨던 최순우 관장님과 함께 얘기 중에 달항아리 달과 같은 형태를 가진 큰 항아리라고 표현하신 부분에서 아마 달항아리라는 명칭을 사용하신 것 같습니다.]

아래위 반구 두 쪽을 붙여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살짝 뒤틀리며 이지러진 멋!

불의 온도와 방향에 따라 생기는 흔적을 품은 달항아리는 완벽하지 않아 더 좋습니다.

[신철 / 도자기 작가 : 불의 세기에 따라 이게 불 받는 방향 쪽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지러져요. 근데 그게 정말 예뻐요.]

RM부터 빌 게이츠까지 유명 인사들이 소장하고 세계 유수의 박물관 러브콜을 받는 한국의 멋!

2023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선 한국 달항아리 한 점이 65억 원에 낙찰됐고,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받아 구현된 건축물은 서울의 명소가 됐습니다.

[신철 / 달항아리 작가 : 아무 문양도 없어요. 시문도 없고 그런데 그 아주 미니멀한 거기서 오는 깊이를 외국 사람들은 표현해 낼 수가 없는 거예요. 그건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그 아름다움….]

도자기로, 그림으로, 언제 어느 곳에 놓아도 자연스럽게 공간에 스며드는 어우러짐도 달항아리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입니다.

[이준광 /리움미술관 학예연구사 : 복잡하지 않은 절제된 형태와 색이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해서 전통작품이지만 현대적인 미감하고도 맞닿아 있습니다.]

복을 불러올 것 같은 맑고 풍요로운 이미지에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랑받기도 하고 달항아리만 물끄러미 바라보는 '달멍 영상'은 또 하나의 명상 콘텐츠로 인기입니다.

비움으로써 오히려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는 달항아리.

본질만 남긴 절제된 미감이 복잡한 현대인들의 마음에 정직한 위로를 건냅니다.

YTN 김정아입니다.

영상기자 : 심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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