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트로피는 없었지만...칸이 비춘 한국영화의 저력

2026.05.31 오전 02:45
[앵커]
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한국영화로 4년 만에 칸 영화제 트로피를 노렸지만 아쉽게도 불발됐죠.

다만 '호프'뿐 아니라 다양한 작품들이 칸 초청을 받으며 침체론이 이어지던 한국영화의 가능성을 다시 보여줬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김승환 기자가 칸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따스한 햇볕과 쾌적한 날씨를 즐길 수 있는 남부 프랑스의 5월.

매년 이맘때 세계 영화인들은 프랑스의 작은 도시, 칸에 몰려듭니다.

OTT 확산과 투자 위축 속에 한국영화 위기론까지 나온 가운데, 한국영화계는 지난해 공식 초청 '0'의 충격을 딛고 1년 만에 칸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레오 들라퐁텐·마르탱 알레랑그 / 프랑스 파리 거주 : 많은 한국영화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를 좋아합니다. 최근 상영한 '군체'도 그렇고, 자본주의 사회를 얘기하는 게 흥미로워요.]

르몽드가 '칸의 전형적인 문법을 깨뜨렸다'고 평가하는 등 '호프'는 수상엔 실패했지만, 어떤 경쟁 후보작보다 많은 화제를 몰고 다녔습니다.

[나홍진 / 영화 '호프' 감독 : (칸을 시끄럽게 뒤집어 놓았다, 이런 평도 나오고) 제가 사고를 쳤다는 의미는 아니죠? 좋은 의미 아닌가요?]

세계 영화계가 한국 영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독창적인 장르 감각입니다.

한국 장르 영화만의 독특한 매력에 매료돼 할리우드 배우가 흔쾌히 출연을 결정하는 건 더는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알리시아 비칸데르 / 영화 '호프' 출연 : 이미 나 감독님 작품을 알고 있었고, 모든 작품을 다 봤어요. 이전에 진행 중이던 영어로 된 작품 때문에 서로 연락했었어요.]

올해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배출한 '올 오브 어 서든'처럼 일본 영화들은 인간의 내면을 차분하게 따라가는 작품이 많습니다.

전통적으로 칸이 선호해온 작가주의 문법에 가까운 셈입니다.

반면 한국 영화는 강렬한 비주얼을 바탕으로 한 대중성뿐 아니라 시대의 불안과 폭력 등을 비추며 의미까지 더합니다.

[연상호 / 영화 '군체' 감독 : 상업 영화를 하더라도 작가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죠. 그런 것들이 한국 영화가 전 세계에서 굉장히 독창적으로 봐주는 포인트가 아닐까…]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 '중예산 규모' 제작 지원을 받았던 작품 '도라'가 칸 감독주간에 초청됐는데,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사이를 잇는 중간 규모 영화 생태계 복원의 중요성도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상준 / 영화진흥위원장 : (포스트 박찬욱·봉준호 관련) '잠재력을 가지고 부글부글하고 있는데 언제가 탁 터질 거라고 생각한다' 근데 아마도 거기에 여성 감독들이 다음 세대에서 나오지 않을까…]

칸 영화제가 단순한 행사에 그치지 않고 신인 감독 발굴과 도시 브랜드 전략까지 연결하고 있다는 점도 아시아를 대표하는 '부산영화제'가 참고할 대목으로 꼽힙니다.

[정한석 /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 좋은 아시아 작품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것. 그것이 아마 주안점이 될 것 같습니다. 아시아를 넘어서 세계적인 관심을 얻을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정비하고…]

칸의 스포트라이트는 화려했지만, 한국 영화가 마주한 현실은 그만큼 녹록지 않습니다.

결국 독창적인 이야기꾼과 새로운 서사가 계속 등장할 수 있을지, 한국 영화의 미래 경쟁력은 바로 그 지점에서 판가름 날 전망입니다.

프랑스 칸에서 YTN 김승환입니다.

영상기자 곽영주
디자인 우희석
영상출처 칸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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